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다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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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파주: 다산북스, 2008)로 잘 알려진 바바라 오코너의 신작 소설 위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찰리 리스는 너무나도 불행한 소녀입니다. 아빠는 쌈닭입니다. 그래서 교도소에 있죠. 엄마는 그 충격 때문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만 있습니다. 딸은 전혀 돌보지 않고요. 이런 사정 때문에 찰리는 시골 마을의 이모에게로 보내지게 됩니다.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척. 그리고 촌 동네. 게다가 그곳 학교에서 사귄 유일한 친구는 다리를 저는 남자아이 하워드 뿐입니다.

 

시골 마을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찰리에게 시골 마을, 그리고 이모네 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찰리라는 이 아이의 형편이 참 안쓰럽고 먹먹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히 따스하고 아름답습니다. 더 나아가 찰리는 참 행복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쌈닭 아빠, 자신만 아는 폐인 엄마, 그리고 난생처음 가본 시골마을, 절름발이 친구. 어쩌면 행복할 게 아무 것도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찰리는 행복한 소녀라는 생각에 누구든 동의하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찰리에게 시골마을은 기적의 공간이며, 행운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마음을 다해 조카를 돌보는 버서 이모와 거스 이모부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천사와 같은 아이 하워드가 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찰리와 같은 처지의 떠돌이 개 위시본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애정과 관심, 우정 어린 동행이 있기에 찰리의 외적 불행 요소들은 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찰리는 하루에 한 번씩 소원을 빕니다. 물론 소원을 빌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납니다.

 

시계바늘이 1111분을 가리킬 때면 소원을 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딱 맞춘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진 않겠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대단히 많은 소원 상황들이 있거든요. 이런 내용들이 있어요. 까만 말을 보면, 말을 향해 주먹을 세 번 휘두르고 소원을 빌면 된다고 합니다. 만약 흰 말을 보면 그냥 소원을 빌면 된데요. 그런데, 이건 쌈닭에게서 배운 거랍니다. 어째 신뢰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찰리는 당연히 이런 경우 잊지 않고 소원을 빕니다.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도토리를 손에 꼭 쥐고 그 자리에서 세 바퀴를 돈 다음 소원을 빌고, 창틀에 열흘간 올려두면 소원이 더욱 강력해 진다고 합니다. 이건 걸스카우트 대장의 말이기에 상당히 신뢰도가 있는 내용이죠. 빨간 새를 보면, 눈을 감고 침을 세 번 뱉은 다음 소원을 빌면 된데요. 무당벌레를 잡으면, 무당벌레를 날리며, “무당벌레야, 무당벌레야, 집으로 날아가거라.”하며 소원을 빌면 되고요. 전선 위에 새가 세 마리 앉아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면 소원을 빌면 된데요. 그런데, 꼭 세 마리여야 한다네요. 둘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하면, 그 사람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소원을 말하면 되고요(우린 찌찌뽕을 외치는 데 말이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상황이 소설 속에 등장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런 상황이 오면 소원을 빌어 보세요.

 

그런데, 이처럼 소원을 빌 수 있는 상황에 신경을 쓰고 소원을 비는 것도 좋겠지만, 정작 그러다 보니 찰리는 진짜 신경을 쓰고 주목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었답니다. 그건 바로 불행 가운데서도 꽃 피우는 사랑의 열매들이죠. 바로 버서 이모와 거스 이모부의 사랑이 그렇고, 하워드와의 우정, 하워드 가정이 보여주는 신뢰, 떠돌이개 위시본과의 함께 함 등이 그런 겁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이런 다양한 진짜 기적의 상황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괜한 소원을 빌어야 할 상황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1111분에 소원을 빌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소원을 빌 수 있는 기적의 순간은 매일같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거죠. 비록 우리가 그 순간들을 무심히 지나보내고, 잊고 살 뿐이죠. 어쩌면 우리 삶 속에 이처럼 기적의 순간들이 매일같이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수많은 기적의 순간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요. 소설 위시는 바로 이 기적, 내 곁에 매일같이 찾아오는 기적을 만나게 해주는 참 예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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