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소녀의 비밀 튼튼한 나무 18
노바 위트먼 지음, 김소정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린 누구나 삶의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힘겨워하게 마련이다. 그나마 이런 환경 변화가 내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대처하는 자세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벌어져 나에게 큰 영향을 발휘하고 곤경에 처하게 된다면 어떨까? 예를 든다면, 불이 나 하루아침에 삶의 모든 것이 타버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 불을 낸 사람을 향해 우린 어떤 자세를 보일까? 당연히 분노하게 마련이겠다. 그런데, 만약 그 불을 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불로 그 사람이 죽었다면 어떨까? 슬픔이 클까, 분노가 클까? 아님 둘 다는 아닐까?

 

언제나 좋은 책들로 독자들을 찾는 출판사 씨드북에서 또 다시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튼튼한 나무> 시리즈 18번째 책으로, 노바 위트먼의 물고기 소녀의 비밀이란 제목의 소설이다. <튼튼한 나무> 시리즈는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책이다. 그렇기에 동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동화라기보다는 아동소설, 또는 소설이라 볼 수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물고기 소녀의 비밀역시 아동소설이다. 굳이 독자의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그저 한 권의 소설이라 볼 수 있다. 성인 독자들이 읽어도 좋을.

 

소설 속 주인공 클렘은 어느 날 갑자기 화재로 집을 잃었다. 엄마도 잃었다. 그리고 전학을 간다. 보다 싼 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간 것. 이렇게 클렘은 하루아침에 모든 일상을 잃어버렸다. 뿐인가. 그동안 사용하던 모든 물건들, 옷가지, 신발마저 모두 타버렸다. 그토록 좋아하는 달리기를 위한 런닝화 조차 없다. 그저 낡은 캔버스화 한 켤레가 전부다(이 캔버스화는 나중엔 갈라져 테잎핑을 하게 된다.). 좋아하던 레깅스도, 좋아하던 잠옷도, 이젠 모두 없다. 간신히 건져낸 몇 벌의 옷과 주변에서 구호물품으로 보내준 옷가지들을 걸친 클렘의 모습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새롭게 전학한 학교 역시.

 

 

노바 위트먼의 물고기 소녀의 비밀은 이처럼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 앞에 힘겨워 하는 한 소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주려고 노력하는 아빠의 힘겨운 홀로서기. 여전히 문득문득 떠오르는 부족함 없던 옛 집에서의 추억과 친구에 대한 생각. 이처럼 화재 이후의 힘겨운 순간들, 그리고 회복의 과정 등을 소설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클렘의 엄마는 화재로 죽지 않았다. 엄마는 그동안 우울증을 앓아왔다. 한참 엄마가 필요하던 딸에게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엄마가 얼마나 미웠을까? 게다가 소중한 집을 태워버린 엄마이니 오죽할까? 그렇게 화재 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는 엄마를 클렘은 애써 죽었다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엄마가 죽으면 인생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이 책 제목 가운데 비밀이란 단어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얼마나 엄마가 미웠으면, 엄마가 죽길 바라며, 죽었다고 했던 걸까? 이런 엄마를 향한 분노와 미움은 과연 씻길 수 있을까? 클렘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까? 소설은 바로 이런 과정들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잔잔하지만, 결코 그 감동은 작지 않다.

 

화재 이후 클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보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없어 아쉽고 불편한 물건들도 아니다. 클렘의 상처, 분노, 상실감의 회복은 이런 것들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딸 몰래 혼자 울음을 삼키지만, 그럼에도 딸 앞에서 힘을 내며 꿋꿋하게 나아가는 아빠의 돌봄과 사랑. 클렘의 상처에 대해 호기심을 품기보다는 편안하게 해주고, 클렘을 보듬어 안으며 클렘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겨주는 같은 아파트의 매기 아줌마의 배려. 그리고 친구들(이전 학교의 절친, 그리고 새 학교에서의 새 친구)의 우정. 여기에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는 순간들(클렘에게 이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달리기, 또 하나는 매기 아줌마의 물고기들을 돌보는 일. 여기에서 제목 물고기 소녀가 나온다.). 이런 것들을 통해, 클렘의 상처는 조금씩 치유된다. 그리고 깨어졌던 관계 역시 회복되고.

 

물고기 소녀의 비밀은 화재 후 상실의 삶을 보내야만 하는 소녀의 회복을 이야기하기에 먹먹함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종국에는 좋은 기분이 가득하게 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처럼 비록 삶의 자리에서 힘겨운 상실의 순간을 보내고 있을 모든 분들이 종국엔 다시 회복의 순간을 맛보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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