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어때서
왕수펀 지음, 쉬즈홍 그림, 심봉희 옮김 / 챕터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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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괴물이 어때서의 작가 왕수펀은 대만작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날아라 허동구>(2006, 박규태 감독)란 영화의 원작 동화인 나는 백치다(파주: 웅진주니어, 2004)의 작가다. 왕수펀의 괴물이 어때서는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14살 소녀 장중신은 언제나 1등만 하고 악기 연주 재능도 있는 천재소녀다.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부유하여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장중신, 이 아이에겐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 바로 친구. 장중신은 예전엔 많은 친구들을 거느린 여왕벌과 같은 존재였지만, 정말 우연치 않은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물론, 그 이면에는 장중신을 의도적으로 왕따 시킨 아이가 있다.).

 

언제나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 선망의 대상이었던 존재에서 괴물과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린 장중신은 같은 학년 다른 반의 왕따들, 일명 괴물로 불리는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들과 함께 괴물 클럽을 만들고, 자신들을 괴물로 만들고 몰아세운 진짜 괴물들을 향한 복수를 꿈꾼다.

 

이렇게 장중신에 의해 함께 하게 된 친구들은 루웨이양(언제나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다. 그 이면에는 독재자 아빠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기도 하다.), 양카이(순수한 친구이지만, 엄마가 챙겨주지 못해 씻지 않고 다님으로 아이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게 된 아이다.). 과연 이들 괴물클럽은 자신들을 괴물로 몰아세우고 왕따 시킨 가해자(?)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복수가 만약 성공한다면 정말 통쾌하게 될까?

 

성장소설 괴물이 어때서은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괴물로 불리며 몰아세움을 당하는 아이들. 하지만, 이들은 괴물이 아니다. 루웨이양의 말이 큰 울림을 준다.

 

난 괴물이 아니야.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애들이야말로 진짜 괴물이지.”(23)

 

그렇다. 누군가를 어떤 이유에서건 괴물로 단정 짓고 몰아세우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괴물들이다. 우리 곁엔 이런 괴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이런 괴물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들도 얼마나 많은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작가는 이처럼 누군가를 괴물로 몰아세우는 이들을 고발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누군가를 향해 왕따의 폭력을 행하는 자들. 그들은 괴물이다. 하지만, 작가는 괴물로 몰리는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없진 않다고 조심스레 언급한다. ‘괴물클럽의 세 명의 친구들, 그들이 괴물로 몰림을 받는 건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각기 문제의 원인이 있다. 루웨이양은 언제나 인상을 쓰고 다닌다. 그리곤 친구들에게 함부로 말을 하여 상처를 준다. 모두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세운다. 그러다 그들의 역습으로 괴물이 된다. 양카이는 조금만 씻으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에 친구들이 멀리하게 된다. 장중신은? 장중신이 한참 인기 있을 때, 장중신과 친구가 되길 원하던 아이를 향해, 상처주고 괴물로 불렀던 실수가 있다. 그래서 이 아이가 장중신을 향해 원한을 품고, 결국 그것이 빌미로 괴물로 몰림을 받는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건 괴물로 몰림을 받아선 안 된다. 하지만, 작가는 괴물로 몰림을 받는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길 원하고 있다.

 

또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또 다른 희생자를 낳을 뿐임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그 단적 예가 사실 장중신이다. 그럼에도 장중신은 자신을 왕따로 몰아세운 아이를 향해 복수하게 되고. 하지만, 복수의 끝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이런 모습을 통해, 복수가 답이 아님을 소설은 말한다.

 

그럼, 진짜 답은 무엇일까? 물론, 주변의 아이들이 괴물로 몰리는 아이들을 품어줘야 하겠다. 그리고 괴물 클럽처럼 약자들의 연대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답은 자존감이다. 작가는 괴물로 몰린 아이들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자존감을 갖아야 함을 이야기를 통해 전해준다. 그리고 자신들의 마음을 붙잡아줄 뭔가를 찾고 행할 수 있게 한다. 소설 속에서 루웨이양에겐 그것이 음악이고, 양카이에겐 음식 만들기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자존감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관계의 회복까지 이루게 된다.

 

소설 괴물이 어때서는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정서와 약간의 괴리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왕따 문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볼 것들을 잘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난 결코 괴물이 아니라는 자존감을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이 회복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이 바람처럼, 이땅의 모든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회복하여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를 괴물로 몰아세우는 진짜 괴물들이 되지 않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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