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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사는 남자 1
유현숙 지음 / 재담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난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류인가 보다. 그 흔한 웹툰 하나 제대로 본 것이 없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웹툰이 책으로 나온 것들은 몇몇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을 인정받은 것일 테니 말이다. 금번 유현숙 작가의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역시 이런 경우다.
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아는 바겠지만, 『우리 집에 사는 남자』는 다음 웹툰에서 2015~2016년에 걸쳐 연재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은 KBS 월화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이기도 하다(2016.10.24 시작 16부작). 그 첫 번째 책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주인공 홍나리는 뭇 남성들의 로망인 스튜어디스다. 그것도 상당한 연륜을 갖춘 베테랑 스튜어디스. 홍나리는 멋진 직업을 가진 여성답게(?)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니 챙겨야 할 것을 빠뜨리곤 한다.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데 뭘까? 그건 다름 아닌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 부랴부랴 어머니 산소로 내려가 보니, 이게 어쩐 일인가? 산소는 잘 정돈되어 있을뿐더러 그곳엔 낯선 청년이 누워있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상황일까?
홍나리는 그 청년에게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이 돌아가신 엄마의 남편이란다. 사기꾼도 이런 사기꾼이 있을까? 그런데, 호구조사에 들어가 보니, 실제 남편. 호적상 홍나리의 새 아빠가 맞다.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아빠라니. 게다가 이 사기꾼 같은 녀석은 엄마의 집에서 살고 있을뿐더러 엄마가 하던 만두집마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정말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게다.
또 다른 사건이 홍나리에게 터진다. 스튜어디스라는 멋진 직업, 게다가 빼어난 미모에 멋진 남자 친구까지(동거 중) 갖춘 홍나리.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게 뭘까? 바로 남친이 어째 예전만 못하다. 뭔가 마지못한 태도, 사랑이 식은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그럴까? 남녀 간 애정온도가 식었다면 다 이유가 있는 법. 남친에게 여자가 생겼다. 그것도 홍나리 직속 후배 스튜어디스랑 말이다.
이처럼 꼭지 돌만한 일에 홍나리를 충격을 먹게 되고. 남친 집에서 나와 갈 곳 없는 홍나리는 결국 고향 집으로 내려간다. 바로 또 다른 사기꾼이 살고 있는 곳으로. 과연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엇보다, 돌아가신 엄마에게 딸도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는 설정. 게다가 그 남편이 잘 생긴 꽃미남에 두 살이나 연하라는 설정. 두 살이나 어린 새 아빠를 둔 딸과 새 아빠의 좌충우돌 동거생활. 설정만으로도 엄청난 재미가 떨어진다.
어쩌면 남친이 바람나고, 그 상대가 직장 후배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연하 새 아빠라는 소재가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살다보면 이런 일이 없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가지고 로맨스를 그려낼 생각을 했음이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란 대단하구나 싶다. 아, 클리셰에 뭔가 색다른 옷을 입힌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과연 이 둘, 연하 아빠와 연상 딸 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럼 2편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