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딱지 - 제5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서울도서관 2018 ‘올해의 한책’ 선정도서 읽기의 즐거움 25
최은영 지음, 김다정 그림 / 개암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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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창작 동화 『절대 딱지』를 읽으며, 어린이들에게 못된 습성, 못된 인성, 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결국 부모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아이를 망치는 건 부모라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부모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더욱 슬픈 건 동화 속 이야기가 동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 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선표와 혁우는 오랜 친구이면서도 라이벌 관계다. 공부도 놀이도 모든 면에서 라이벌이면서도 친한 친구 관계인 이들. 특히, 이 둘은 딱지놀이의 라이벌이다. 이들이 사는 아파트는 어느 날 후문에 커다란 철문을 만들어 길을 막아버린다. 다름 아닌 그 옆에 생긴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 아파트를 가로질러 다니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자신들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온갖 몰상식한 일을 저지르는 자들로 단정한다. 실제로 몰상식한 자들은 다름 아닌 자신들임을 깨닫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들로 인해 자신들 삶의 격이 떨어진다고 착각한다. 자신들 삶에 격이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음을 깨닫지 못하며 말이다.

 

이렇게 막힌 담으로 인해 뒤편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길을 멀리 돌아가야만 한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다니는 길이 십분 가량이나 길어졌다. 이렇게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아이들 가운데는 전학생 성화란 아이도 있다. 선표는 이 성화란 아이에게 호감을 느끼고 성화와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단지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선표의 엄마는 성화와 친구 되는 것을 꺼린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도록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한다.

 

문제는 이런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에 아이들도 금세 물들게 된다는 점이다. 동화속 선표는 오히려 이런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반발하지만, 또 다른 친구 혁우는 자기 엄마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여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멸시하고 터부시한다. 이렇게 소유의 크기로 사람의 인격을 재단하는 아이들이 장차 커서 어떤 인물이 될까? 이런 비뚤어진 가치관을 갖고 성장한 아이들이 힘을 갖게 될 때, 이런 아이들로 인해 세상은 더욱 어두워지고 피폐해 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 비뚤어진 가치관을 뒤엎는 것이 바로 동심이다. 이것이 『절대 딱지』 이 동화 속에 담겨진 힘이다. 동화의 절정은 아이들(선표, 혁우, 그리고 성화)이 높은 철문 앞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장면이다. 선표와 혁우는 미처 딱지를 집에 두고 와서 딱지가 없음에도 성화와 함께 딱지치기를 한다. 바로 절대딱지를 가지고 말이다. 이 절대딱지는 다름 아닌 막힌 철문을 여는 딱지다. 다른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아파트 영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거대한 철문. 굳게 닫힌 철문도 갖다 대기만 하면 열리게 만드는 절대딱지. 하지만, 이 절대딱지로 딱지치기를 하고, 이 절대딱지가 쉽게 뒤집히는 장면이야말로 동화의 통쾌한 절정이다.

 

어른들이 굳게 닫아놓은 철문, 그 철문을 여는 딱지를 가지고 딱지놀이를 하는 아이들. 게다가 이 딱지는 절대딱지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쉽게 뒤집혀진다. 이를 통해, 동심은 어른들의 병든 마음을 뒤집어 놓는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답답한 세상 속에서 동심은 통쾌함을 만들어간다. 이것이야말로 동화의 힘이다. 그리고 이 동화 『절대 딱지』를 읽은 모든 어린이들의 마음속에는 결코 누군가를 향해 닫아거는 철문, 막힌 담, 자신들만의 절대 딱지가 없길 소망해 본다.

 

“잠긴 문은 열면 되지.”라고 말하는 아이의 음성이 오늘 이 사회 전반에 울려 퍼질 수 있다면 좋겠다. 여전히 자신들이 더 많이 가진 그것을 나누기보다는 더 높은 담을 쌓아 단절시켜 나가는 이 땅의 수많은 못된 부모들을 향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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