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존스의 전설 산하세계문학 11
야코브 베겔리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산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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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동화를 만났다. 야코브 베겔리우스의 『샐리 존스의 전설』이란 책인데, 이 책은 스웨덴 최고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우구스트 상 수상 작품이기도 하다. 책은 그림책이다. 모든 페이지가 그림과 글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림책이라고 하여 그 대상이 유아들은 아니다. 초등 중학년 이상이 적당할 것 같다. 분량 역시 그림책답지 않게 100페이지를 넘어갈뿐더러, 문체가 상당히 건조하기에 중학년 이상이면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샐리 존스라는 한 고릴라의 이야기를 책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샐리 존스는 아프리카 밀림에서 태어난 새끼 고릴라로 어느 날 밀렵꾼에게 잡혀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이때부터 그의 고생길이 활짝 열린다.

수없이 바뀌게 되는 주인들, 그 주인들로 인해 겪게 되는 수많은 사연들은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어떻게 이렇게 한 사람(실은 고릴라죠.)의 인생이 이처럼 척박하기만 한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도둑인 여자에게 팔려가 훔치는 기술을 배우게 되어 도둑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결국엔 이 일로 붙잡혀 동물원의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 갇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물원에서 오랑우탄 바바를 만나 함께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유랑 서커스단에 팔려가기도 하고, 다시 마술사의 조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생하던 샐리 존스는 탈출에 성공하여 바바를 찾아가 바바와 함께 배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기도 한다. 그러다 배에 몰래 탄 것이 적발되어 죽을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샐리 존스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보스’라는 기관사를 만나기도 한다. 바다에서 표류하여 보르네오 섬에 도착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샐리 존스는 험악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전 세계를 누비며 말이다.

이런 ‘샐리 존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동화 속의 샐리 존스는 마치 사람처럼, 이름을 갖기도 하고, 사람이 하는 일들을 배워 실제 행하기도 한다. 운전을 하기도 하고, 금고를 털기도 하고,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샐리 존스는 한 마리의 고릴라에서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들과 동일시된다. 샐리 존스의 인생이 오늘 우리들의 인생이다. 온통 뜻대로 되지 않고, 험난하기만 한 인생, 눈물 가득하고 여전히 한숨짓게 되는 인생 말이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런 고난의 연속은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고난의 연속 속에서도 ‘샐리 존스’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고릴라에게는 낙심이라는 것이 없는 걸까? 샐리 존스는 낙심하지 않고, 끝내 자신의 인생을 일으켜 세운다. 그 모든 힘겨움의 풍랑을 묵묵히 몸으로 받아내며 말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고릴라 샐리 존스의 인생은 우리네 인생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이용당하기만 하는 인생. 때론 버림받기도 하고. 때론 풍랑 앞에 이리저리 표류하기도 한다. 때론 낯선 삶의 공간에 던져지기도 하고. 때론 사랑과 이별의 아픔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샐리 존스의 모험은 오늘 나의 모험이 된다. 여전히 힘겨워하고 이리저리 휩쓸리고 넘어지기 일쑤인 모습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샐리 존스’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동행 하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 역시 힘겹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 걷게 되는 건 이런 동반자들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지들 말이다.

 

야코브 베겔리우스의 『샐리 존스의 전설』는 이런 인생을 보게 해주는 잔잔하고 건조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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