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사람 - 내 안에 간직해온 세상 가장 따뜻한 삶의 의미
박동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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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뜻하고 깊이 있는 에세이집을 읽게 되었다. 박동규의 『어머니의 눈사람』이란 에세이집이다. 먼저 저자에 대해 책날개에 적혀 있는 내용 일부를 옮겨본다.

 

1939년 경북 경주에서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62년 현대문학에 평론으로 추천되었으며 문학 평론가이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아무래도 박목월 시인의 장남이라는 부분이 눈에 띤다. 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라도 익히 그 명성이 알려진 박목월 시인. 그의 장남이라는 타이틀이 어쩌면 저자의 삶에 커다란 후광이 되었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굴레가 되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아버지의 후광만이 아닌 그 스스로 이젠 원로 문학인이자 학계 어른이라 불릴만한 저자. 저자의 글들을 읽는 가운데 그의 글이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소중한 게 가족이기 때문이리라. 많은 이야기 가운데 특히 마음을 울린 부분은 어린 시절 저자의 어머니의 배려의 모습이다. 시인인 남편이 조용한 가운데 시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며 눈 오는 날 어린 딸을 등에 업고 눈을 맞으며 밖에 나가 피신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책 제목이 바로 이 사건에서 유래했으리라.). 당시 어머님들의 남편을 향한 배려가 왠지 멋스럽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 외에도 가난하던 집안 살림으로 인해 겪었던 많은 해프닝들을 이야기한다. 가족 뿐 아니라 주변 친지들과의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통해 삶의 통찰을 전해주기도 한다. 뿐 아니라, 격려, 성실, 정직, 협동, 책임감, 신뢰 등의 인성 주제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자의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때론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부모님과의 잊힌 시간들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러한 추억 여행을 하며, 지금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 책이 주는 커다란 힘 가운데 하나는 힘겨운 삶을 견뎌내며 이길 힘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어려운 현실 속에 던져져 있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은 마치 얼어붙은 얼음 밑에 깔려 있는 거 같아도 내 스스로 생명의 약동을 지니고 있으면 얼음이 녹는 날이 오고 쑥 냄새를 온 마을에 뿌리듯이 그렇게 향기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무작정하는 결심만이 아니라 참고 이기는 힘이 꽃으로 바뀌는 봄이 이제 정말 신년처럼 오고 있다.(174쪽)

 

책을 통해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선물은 글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시들이다. 대부분의 글들에서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어울리는 시 한편을 소개하며 그 시를 통해 또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저자의 아버지인 박목월 시인의 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외에도 많은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 시들을 소개받고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충분한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단지 작은 아쉬움은 의외로 오타가 많다는 점이다. 출판사도 메이저 출판사이고, 저자 역시 어느 누구보다 문학적 오류가 적어야 마땅할 텐데, 상당히 많은 오타가 있기에 다소 의외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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