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 조선탐정 박명준
허수정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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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우리 작가들의 추리소설 역시 참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동안 자극적인 내용이 범람하며 점차 한국 추리소설이 작가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지만, 이젠 다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일정 부분 회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마도 많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이 있다. 허수정 작가의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조선탐정 박명준』이란 작품이다. 이 책의 원제는 『제국의 역습』(밀리언하우스, 2009)이었다. 금번 새롭게 개작하고 제목도 바뀌어 신아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작가의 <조선탐정 박명준 시리즈>는 3권이 나왔다고 한다. 1권은 『왕의 밀사』(밀리언하우스, 2008. 절판.)이고 3권은 『백안소녀 살인사건』(신아출판사, 2015)이다. 이 책은 <조선탐정 박명준 시리즈> 가운데 2번째 책이다.

 

시대적 배경은 에도시대. 부산 왜관에 있던 상인 박명준에게 일본에서 사람이 찾아온다. 10여 년 전 인연이 있었던 마쓰오 바쇼란 청년인데, 이 청년은 작금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에도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이에쓰나의 쌍둥이 동생이다. 이렇게 박명준을 찾아온 바쇼는 몇 달 전 오사카에서 벌어졌던 칼부림 사건에 대해 다시 조사를 의뢰한다. 괴한들이 불한당들의 본거지를 찾아와 살육을 벌였는데, 그 피해자 가운데 쇼군의 직속무사(하타모토)인 야마나카 사효에노스케가 있었던 것. 불한당의 오야분과 함께 있다 죽은 야마나카는 부패한 하타모토가 되어버렸는데, 진실을 밝힘으로 그 불명예를 씻어보겠다는 것. 과연 야마나카는 그곳에서 불한당들과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게다가 사건은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는데, 혹 그 뒤에 더 큰 세력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야마나카의 명예는 회복될 수 있을까?

 

이 일을 위해 박명준은 바쇼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는다. 이렇게 사건을 하나하나 한 사람 한 사람 되짚어 나가는 과정이 가장 돋보인다. 그렇게 하나하나 되짚어 나가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며 조합해 나가는 박명준의 활약이 재미나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단서가 있다. 살육의 현장에서 생존한 소녀가 있다. 오야분의 양녀인데, 이 소녀는 그 끔찍한 순간에도 한 권의 책을 꼭 안고 있었다. 뒷부분이 찢겨나간 풍속소설인데, 제목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과연 이 책은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얼마나 소중한 책이기에 그 끔찍한 순간에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걸까?

 

이렇게 사건을 증인과 주변 조사 위주로 추적해 나가는 과정과 함께 풍속소설 속의 내용을 알아가는 과정, 이렇게 두 개의 큰 축이 함께 어우러져 박명준은 진실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우리 작가 추리소설의 배경이 일본 에도시대라는 점이 무엇보다 독특하다. 아울러 상인이자 탐정역할을 하는 박명준의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또한 박명준과 함께 사건을 쫓아가는 청년 바쇼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바쇼의 캐릭터엔 반전이 있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매력은 소설 속의 소설인 풍속소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내용이며, 소설의 주인공인 린이란 인물이다. 이 소설 속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소설보다 2세대 이전인데, 2세대 이전의 가공인물 린을 통해 히데요시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작가는 들려준다. 물론 소설 속의 주장이다. 그건 바로 암살. 그것도 심유경에 의한 독살이 아닌(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3가지 설 가운데 하나.), 조선인에 의한 암살이다. 어쩌면 이 부분을 우리 한국인의 심정상 일본을 향한 맹목적의 미움으로 인해 통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그런 맹목적 미움에 근거한 통쾌함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의 통쾌함이 있다. 그건 바로 전쟁의 참혹으로부터 모두를 건져낸 그 영웅적 결단을 향한 통쾌함이다.

 

이렇게 소설은 사건을 쫓아가는 치밀한 추리라는 큰 틀을 이야기하며, 그 틀 안에 담겨진 또 하나의 소설을 통해, 전쟁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외치고 있다.

 

각설하고 소설은 한 마디로 재미나다. 우리작가들의 추리소설을 더 많이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먼저, 허수정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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