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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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 사랑하는 자녀가 심각한 범행의 범인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 엄청난 범죄를 행했다면? 그런데, 정작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야쿠마루 가쿠의 『침묵을 삼킨 소년』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소설이다. 작가 등단 10년을 맞아 201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2016년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제법 부피감이 있는 소설(467페이지)이지만 금세 읽힌다. 물론, 힘겨운 감정을 이겨내며 읽어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요시나가는 한창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성공을 이뤄가는 직장인이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요시나가의 삶은 산산조각 나고 만다. 이혼한 아내와 살고 있던 중학생 아들 쓰바사가 살인용의자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를 기르던 마음 착한 아들 쓰바사가 다른 것도 아닌 살인이라니. 게다가 자신의 절친을 죽여 시체를 유기한 혐의란다. 이렇게 거짓말 같은 사건소식에 아들을 찾아 간 아버지 요시나가 앞에 나타난 살인용의자 아들은 침묵하기만 한다. 어떤 반론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만 있는 아들. 모든 정황이 아들이 범인임을 가리킨다. 하지만, 쓰바사는 입을 다물고 있다. 단지 아버지를 향해 뭔가 호소하는 듯 눈빛을 보내기만 할뿐. 과연 쓰바사는 왜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쓰바사의 침묵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도사리고 있는 걸까?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는 『침묵을 삼킨 소년』은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는 범죄소설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은 아들의 범죄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을 따라가게 된다. 아니 아버지의 그 심정이 독자들의 감정에 이입되어 함께 절망하기도 하고, 함께 힘겨워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들이 살인자라니.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착하기만 하던 아들이 괴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아들을 포기할 수 없다. 어떻게든 아들이 무죄이기만을 빌며 입증하고 싶다. 하지만, 아들은 살인자다. 여전히 아들을 사랑하고 포기할 수 없지만, 죄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하고, 고민할뿐더러 견딜 수 없이 힘겨워하는 그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기에 먹먹하다.

 

끔찍한 범죄를 통해, 아버지는 힘겨운 시간들을 갖게 된다. 외면하고 부인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그 끔찍한 죄를 직면하며 당당히 서는 아버지의 용기가 느껴진다. 아울러 아들의 범죄를 통해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전의 평화로운 삶이 산산조각 나지만, 반면 그 힘겹던 순간을 통해 단절됐던 부자관계가 회복되기도 한다. 물론, 그 회복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범죄의 상처는 남게 된다. 아니 남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회복을 꿈꾸고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소설은 일어난 범죄와 그 판결과정에 대해서도 관심하지만, 무엇보다 왜 이런 끔직한 일이 벌어져야만 했는지 그 배경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이를 통해,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또 하나의 끔찍한 어둠, 그 죄악상을 서서히 벗겨낸다. 이를 통해 오늘 청소년 사회의 뿌리 깊은 죄악에 대해 고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소설은 범죄 이후 피해자 가족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끔찍한 범죄를 대하며 아들의 입장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도 사죄와 용서, 그리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생명을 잃은 사건, 그 회복이 결코 쉽지 않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회복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소설 『침묵을 삼킨 소년』은 끔찍한 사건을 통해 삶이 깨져나가는 과정, 그리고 다시 회복되어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야쿠마루 가쿠란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하지만, 이 작품 『침묵을 삼킨 소년』은 나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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