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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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가라앉았다. 그것도 자그마치 1/3이나 되는 땅이.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다. ‘제2의 김진명’이라 불리는 손선영 작가의 신작 소설 『판』의 내용이다.

 

이 소설 『판』은 첩보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 제목인 ‘판’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은 세계 정국이 돌아가는 ‘판’을 의미한다. 그런 ‘판’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새롭게 ‘판’을 재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들이 세계 각국의 첩보원들이다. 이들 첩보원들에 대해선 잠시 후 설명하기로 하고, 또 하나의 ‘판’은 대륙을 구성하는 지질학적 판이다. 뒤에서 설명할 ‘존 스미스’ 가운데 6번째 존 스미스 조나단 스트라이크는 빅 존의 지시에 의해 ‘판’의 위크 포인트(weak point, 건드려 땅을 무너지게 만들 수도 있고, 무너지지 않게 할 수도 있는 지점)를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판’은 지질학적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럼, 소설 속 등장하는 각국의 첩보조직을 알아보자. 먼저, 대한민국의 국정원 4국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전설적 조직으로 그 뿌리가 백년이 넘었다. 이곳에서는 세계정세를 읽어내고,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일을 한다. 실제 직접적인 개입은 거의 하지 않기에 더욱 비밀에 묻힌 조직이다.

 

일본에는 소진사란 조직이 있다. 후쿠야마 준이란 요원이 있는데,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는 인물로 다소 과격한 첩보원으로 후에 소진사를 접수하고 일본의 모든 첩보조직들을 소진사 하나로 통합하는 일을 하게 된다.

 

미국에는 ‘존 스미스’란 조직이 있다. 전직 CIA가 만든 조직. 냉전이 끝난 후 수많은 첩보원들은 각기 돈에 팔려 수많은 정보조직들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표주자가 바로 ‘존 스미스’다. 이 조직을 끌고 가는 사람은 모두 존 스미스가 된다. 처음 한 명에서 시작한 존 스미스는 5명에 이르게 되고(실제는 2명이 더 있다.), 이들 존 스미스 가운데 두 번째인 빅 존이 미국 조직의 주인공이다. 여기 ‘존 스미스’야말로 ‘판’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세계정국이 돌아가는 판을 읽어내고, 예측할뿐더러,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세계의 판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조직이다.

 

또 하나는 중국정보부다. 소설 후반부에서 역할을 하지만, 중국정보부 소속 여성 킬러였던 여통이 소설 전반부부터 등장한다. 여통은 중국정보부에서 떠나 소진사의 후쿠야마의 연인이 되어 후쿠야마와 함께 일본 조직들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 미국의 빅 존의 딸인 로즈마리가 함께 하게 되고.

 

이렇게 크게 4개의 조직,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 여전히 건재한 CIA 간의 물고 뜯기는 첩보전이 소설 속에서 전개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로 세계의 판을 주물럭거릴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자 현직 노숙자인 김기욱과 그 일당들이 등장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전개된다. 다소 하드보일드 느낌이 강한 첩보미스터리소설이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나다. 흥미진진하고 때론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때론 통쾌하다. 물론, 냄새나는 음모도 있고, 반전도 있다. 그러니,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국정원 4국 소속들의 활약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뒷부분에서 역할을 하긴 하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위적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은 일본의 후쿠야마, 그리고 중국의 여통, 미국의 로즈마리, 여기에 존 스미스(빅 존) 등이다. 후쿠야마와 존 스미스가 양대 산맥이라 보면 적당하겠다. 여기에 비해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민우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판’을 조립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작위적이다.

 

이러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나다. 아울러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호한 점은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꼭 한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보다는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이것이 소설을 다소 산만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제2의 김진명이라 불리는 손선영 작가와 함께 판을 읽어보자. 분명 신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그들과 함께 판을 조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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