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반점 헬멧뚱과 X사건 -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작은 책마을 46
이향안 지음, 손지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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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이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아니, 짜장면보다 짜장면과 함께 배달되는 단무지를 더 좋아한다. 그것도 <별난반점> 단무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래서 짜장면을 시킬 때마다 단무지를 곱빼기로 갖다 달라 요청하는데, 이상하게 생긴 배달원 헬멧뚱이 그만 만행을 저질렀다. 단무지를 빠뜨리고 짜장면을 배달한 것. 게다가 가져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글쎄 바빠서 가져다 줄 수 없단다. 이 일로 오동에게 헬멧뚱은 타도대상 1호가 된다.

오동이가 사는 남남빌라에 자꾸 도둑이 든다. 그것도 절묘하게 사람이 없는 시간만을 골라서. 남남빌라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범인이란 의미인데, 과연 누굴까? 우리 오동의 추리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오동에게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철천지원수 헬멧뚱. 날마다 남남빌라를 드나들며 짜장면을 배달하는 헬멧뚱 만큼 남남빌라 각 집의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헬멧뚱을 의심하던 오동은 어느 날 놀라운 발견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오동의 집 현관문에 의문의 X 표가 낙서된 것. 이게 무슨 표시일까? 게다가 다른 집 현관문에도 X 표, 또는 O 표가 되어 있는데. 각각의 표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표시되는 암호와 같은 낙서들. 이렇게 오동의 추리는 시작된다.

과연 헬멧뚱은 오동의 추리처럼 도둑이 맞을까? 도둑이라면 오동이 헬멧뚱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각 집의 현관문에 표시된 낙서 암호는 무슨 의미일까?

 

제9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별난반점 헬멧뚱과 X 사건』은 유별나게 단무지를 좋아하는 아이가 우연히 연쇄도둑 사건을 눈치 채기 시작하면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고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는 동화다. 그러니 추리동화라 할 수 있다. 분명코 어린이들이 몰입하여 신나게 읽을 수 있는 동화다. 무엇보다 저학년 또는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리동화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려줄 만하다.

 

이처럼 동화는 추리동화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커다란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건 바로 이웃을 향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질문이다. 오동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과 단무지를 매일같이 배달시켜 먹으면서도 정작 배달원과는 한 번도 접촉하지 않는다. 험한 시대에 함부로 문을 열어줄 수 없기에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미리 돈을 내어놓으면, 배달원이 짜장면과 교환하여 간다. 그러니, 헬멧뚱은 자신의 단골손님인 오동의 얼굴도 모른다. 그럼 안에서 내다보는 오동은 헬멧뚱의 얼굴을 알까? 아니다. 역시 모른다. 헬멧뚱은 우습게 생긴 외모로 인해 절대 헬멧을 벗지 않으니, 오동 역시 헬멧뚱의 진면목을 모른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용할 양식을 주고받는 사이면서도 정작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는 세상이라니.

 

오동은 너무나도 당연히(?)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복도에서 부딪힌 아줌마가 학습지 선생님인지, 옆집 아줌마인지도. 오동뿐이랴, 서로가 서로를 아는 것은 일급비밀. 오죽하면 빌라의 이름도 ‘남남빌라’일까.

 

도둑은 남남빌라의 특성을 모두 파악한 게 틀림없다. 작은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각각의 집들이 별로 왕래가 없다는 걸 말이다. 집안에만 관심이 있을 뿐 현관 밖 세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작은 낙서 따위를 눈여겨보는 이도 없다는 걸 말이다.(69-70쪽)

 

이게 어디 동화 속 ‘남남빌라’만의 모습이 아님을 우린 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남남빌라에 살고 있다. 오로지 관심은 내 가족, 내 자녀에게로만 향한 채. 오늘 우리 모두 현실 속의 오동이다.

하지만, 오동은 변한다. 물론, 처음 시작은 오로지 헬멧뚱의 비밀을 밝혀낸다는 의도였지만. 오동은 도둑을 잡기 위해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내 옆에 누가 살고 있는지. 식구는 몇 명인지. 무엇을 하는지. 언제 나고 드는지 등을. 그런 가운데 범인을 잡기에 이르게 되고. 이 일 후에 드디어 오동과 헬멧뚱은 얼굴을 마주하고 단무지를 함께 씹는(?) 사이가 된다. 둘은 비로소 단무지를 텄다.

 

동화 속의 단무지는 우리 옛 정서 속의 콩 한쪽이다. 서로 단절되었던 사이가 이제는 콩 한쪽 단무지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여전히 오동은 짜장면을 시키고, 단무지를 아삭거리며 씹는다. 하지만, 이제 오동은 이웃을 향한 관심을 아삭거리며, 정을 나눈다. 우리의 장차 모습이다. 여기에 작가의 바람, 그리고 독자가 만들어 가야할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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