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열리는 나무
김정선 그림, 박혜선 글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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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열리는 나무』라는 제목을 보며, 먼저 든 생각은 어쩌다 신발이 나무 위에 걸리게 됐을까 였어요. 강아지 그림이 있는 걸 보니, 강아지가 물어다 놨나? 하지만, 강아지가 신발을 나무에 걸 순 없을 텐데, 어떻게 신발이 나무에 걸렸을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쳐봅니다. 먼저,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림들이 눈을 정화시켜줍니다. 왠지 고향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도 나게 하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힘이 있는 그림들이네요.

 

누렁이는 할머니의 신발 냄새를 잘 압니다. 그래서 마실 나가셨던 할머니가 짝짝이 신발로 나타나자 할머니 신발이 아닌 쪽 신을 입에 물고 다녀오며 할머니 신발을 찾아오네요. 이렇게 기특한 누렁이지만, 언제나 기특한 것만은 아니랍니다. 할머니의 칭찬을 받았기 때문일까요? 그 뒤론 자꾸 다른 사람들 신발을 집으로 물고 오네요. 동네의 신발이란 신발은 다 물어 온 것 같아요. 그리곤 신발들을 곳곳에 감춰둡니다.

저런, 큰일 났네요. 동네 사람들의 신발을 다 가져왔을 뿐더러 망쳐놨으니 어떻게 하면 좋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텃밭에서 이상한 모양의 싹이 납니다. 마치 신발 모양의 싹이에요. 그리곤 마치 잭의 콩나무처럼 금세 커지네요. 물론, 하늘 위까지 커지진 않았지만, 순식간에 커다란 나무가 된 그곳에선 여러 가지 신발들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신발이 열리는 나무’였네요.

 

마침 얼마 전 오이 미에코라는 일본 작가의 동화집을 읽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신기한 국자 이야기」란 동화에서도 구두가 잔뜩 열리는 나무가 등장해요. 그 이야기의 주인공 할아버지는 직접 구두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죠. 그런 할아버지가 마법의 국자를 얻었어요. 그리곤 구두를 땅에 묻고 마법의 국자로 물을 줬더니, 구두가 열리는 나무가 다음날 나타난 거예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구두를 선물하게 됐고요.

 

두 동화 모두 나무에 신발이 걸리는 이유가 있어요. 그건 바로 타인을 위해서죠. 이 책 『신발이 열리는 나무』 역시 동네 사람들의 신발을 물어와 망쳐놨으니 얼마나 큰 민폐인 가요?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그런 민폐를 한 방에 날려버릴 ‘신발이 열리는 나무’를 키워냈답니다. 그리곤 자신이 잃어버린 신발을 보상받고 즐거워하죠. 게다가 마법 같은 일을 경험하니 얼마나 좋겠어요?

‘신발이 열리는 나무’는 결국엔 누렁이의 잘못을 감춰주는 나무일뿐더러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행복이 열리는 나무’네요.

 

어린 시절 시골마을에서 자랄 때, 간혹 강아지가 운동화를 물고 가선 망가뜨릴 때가 있었어요. 그럼 어찌 화가 나던지. 강아지를 정말 때려주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이 동화는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언짢거나 화를 내는 모습들이 없어 더욱 예쁘네요. 정말 예쁜 마음이 열리는 나무처럼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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