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 사라지는 아이들의 비밀, 제5회 한우리 문학상 어린이 장편 부문 당선작 한우리 문학 높은 학년 5
오혜원 지음, 이갑규 그림 / 한우리문학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힘을 가진 자들은 타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못된 욕구를 품게 마련인가 보다. 이렇게 통제할 때, 세상은 안전해 진다고 믿는다. 특히, 어떤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은 통제로 가능하다고 믿는 자들이 있다. 가진 자들일수록 그렇다.

 

이런 위험요소를 잠재우기 위한 극단적 통제의 부조리를 고발하듯이 그려내고 있는 동화를 만났다. 오혜원 작가의 『블랙리스트』가 그렇다. 이 동화는 제5회 한우리 문학상 당선작이기도 하다.

 

동화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사회다. 개인마다 로봇 한 대를 소유하고 있는 시대의 대한민국. 각 개인 소유 로봇은 주인 수발을 드는 편리함이 있다. 음식이든 차든 주문만 하면 금세 대령하는 하인과 같은 로봇이다. 하지만, 이 로봇에겐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건 바로 로봇의 주인을 감시한다는 것(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다.). 특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감시가 더욱 중요하다. 로봇은 아이들의 일정을 관리해줄뿐더러, 아이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중앙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이렇게 국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관리한다.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이유는 사춘기 청소년들이야말로 가장 불안한 세력, 위험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게 어른들의 접근이다. 오늘 우리 역시.). 이렇게 관리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규정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총 다섯 번 오르게 되면 그 아이들은 머리에 칩을 심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칩은 아이들을 통제할뿐더러, 어떤 문제아도 뛰어난 영재로 변모케 한다는 칩이다. 물론 이 주장은 칩을 심고자 하는 정부, 그리고 개발업체의 선전에 불과하다. 점차 부작용이 생기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하여 이런 정보는 빠져나가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이 동화의 부제인 「사라지는 아이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정부 방침에 어긋나거나 악영향을 끼칠 아이들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갇혀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칩으로 통제하던 정책을 지나 이제 새로운 정책을 계획한다. 그건 바로 백신을 맞는 것. 백신 주사 한 방으로 야생마와 같은 청소년들은 순한 양들이 된단다. 백신 한 방이면 하급인생에서 상류인생으로 변모하게 된단다. 정말 그럴까? 물론, 아니다. 이것 역시 정부와 관계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처럼 끔찍한 사회 속에서 한참 정의감이 불타오르고, 호르몬이 왕성할 사춘기 소년들인 이한, 희원, 시우가 겪어나가는 이야기를 동화는 들려준다.

 

동화 속에서 정부는 아무리 쉬쉬하고 통제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좇는 용기 있는 자들로 인해서 말이다. 이렇게 드러난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연대하고 행동하게 되고 말이다. 물론 여전히 정부의 편에 서서, 그들의 선전을 철썩 같이 믿고 칩을 심고, 백신을 맞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동화 『블랙리스트』는 스토리가 재미나게 진행될뿐더러,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아이들을 주어진 틀 안에 가두려 하는 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들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어느 선이면 적당할까? 과연 적당한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존재한다 할지언정 그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을까? 통제로 아이들을 순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등을 말이다.

 

아울러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접근이 과연 옳은지 돌아보게 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일어날 사건이라 규정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접근이 과연 맞는 건지를 말이다. 청소년기에 자연스러운 호르몬 분비마저 통제하려는 시도. 과연 이것이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시도일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인다.

 

마지막 문장이 순간 온몸을 정지시키고 한동안 먹먹함으로 몰아세운다.

 

‘이제 너희들만 돌아오면 돼.’(180쪽)

 

동화 속에서 어른들의 잘못된 정책, 잘못된 시도, 잘못된 주장, 잘못된 고집으로 인해 사라진 아이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그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주인공의 소망이 담긴 문장이다. 하지만, 왠지 이 문장이 오늘 우리들의 소망처럼 느껴져 아프다. 이젠 돌아올 수 없지만, 여전히 돌아오길 소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에.

 

참 좋은 동화를 만났다. 작가의 차기작 역시 건필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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