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훔쳐가는 도둑 아이앤북 문학나눔 17
박현숙 지음, 이상윤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현숙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 『사람을 훔쳐가는 도둑』은 담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담배로 인해 만들어져 가는 사건과 슬픔을 통해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동화입니다.

 

주인공 영소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아빠는 형사죠. 그런 영소가 담배를 피우게 되었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영소란 아이가 불량청소년인걸까요? 속된 말로 발랑 까진 녀석인 걸까요? 아닙니다. 영소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런 영소가 이제 5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담배를 피우게 된 걸까요?

 

중학생인 영소의 형 영대는 영소에게 아빠 담배를 한 개비씩 훔치게 합니다. 영소의 약점을 형이 잡고 있거든요. 이렇게 형을 위해 아빠 담배를 훔치는 영소는 어느 날 친구 민찬이 중학생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두려움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던 영소는 친구를 돕기 위해 중학생 형들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도리어 형들에게 담배 피울 것을 강요받습니다. 형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 두 아이들을 공범으로 만들려는 의도입니다. 참 나쁜 녀석들이죠. 이런 일들로 인해 두 친구는 억지로 담배를 피우게 되고, 이 장면을 하필 같은 반 떠벌이 친구가 보고 선생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선생님께 끌려가 담배를 피운 일이 없다고 발뺌을 해보지만, 영소의 주머니에서 담배가 발견됩니다. 이런 담배에 얽힌 사건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또 하나의 큰 이야기는 할머니가 아픈 겁니다. 영소네 할머니는 평생 할아버지가 피워대던 담배 연기를 맡아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아버지의 담배연기를, 게다가 밤중에 몰래 담배를 피우는 형의 담배연기까지(형의 방에서 담배를 피우면 이 연기가 모두 할머니 방으로 들어오거든요.). 결국 폐암으로 세상을 뜨게 되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가 남기신 당부와 사랑의 이야기는 가슴 먹먹하게 하며 슬픔과 함께 감동을 선사합니다.

 

동화의 제목인 ‘사람을 훔쳐가는 도둑’이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담배입니다. 물론 담배는 개인기호에 의해 선택할 사항인 것은 분명합니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여러 상반된 주장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죠.

 

담배의 유해성이 과장되어져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분명 건강에 좋지 않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울러 아무 장소에서나 피워대는 담배연기로 인해 누군가는 맡고 싶지 않은 연기를 어쩔 수 없이 맡아야만 하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요즘 담배 피우는 분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에 오히려 담배 피우는 분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없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담배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보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동화의 결과는 어쩌면 뻔합니다. 담배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어떤 의도적 내용을 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화 스토리 자체는 담배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때론 흥미진진하게 전개합니다. 그러다가 말미에서는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인해 독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좋은 동화입니다. ‘사람을 훔쳐가는 도둑’이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을 앗아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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