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자연 그림책
아라이 마키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타카하시 히데오 감수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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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우리 집 화단에 피었던 꽃들 가운데 하나는 민들레입니다. 물론 제가 심은 건 아니고, 스스로 민들레가 찾아와 자리를 잡은 거죠. 사실 화단 뿐 아니라, 마당 보도블록 사이사이에도 여럿 자리 잡았답니다. 누군가는 마당이 이게 무슨 꼴이냐며, 게으르다 책망할 수 있겠지만, 뽑지 않고 가만 놔뒀답니다. 물론, 어느 아이들은 너무 좁은 공간 탓에 작은 덩치로 버텨냈지만, 그래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리더라고요. 어쩌면 게으름 탓에 이런 예쁜 민들레를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 까요?

 

이제 벌써 하얀 갓털에 실린 씨앗들이 날아오른 지 제법 되었으니, 어딘가에 또 다시 자릴 잡고 내년 봄 우릴 행복하게 해주겠죠. 이런 민들레를 볼 때마다 참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경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어느 녀석은 시멘트 위에서도 힘겹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니 말입니다.

 

이처럼 스스로 우리 곁에 찾아와 우릴 행복하게 해주는 민들레에 대한 그림책이 크레용하우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예쁜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의 일생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바람에 자신을 싣고 날아오른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그런 연약한 싹이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나게 되는지. 그리고 봄이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줘요.

작은 꽃봉오리가 민들레 안쪽에서 살며시 생기고,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모습. 꽃줄기가 자라고 봉오리 속에서 작은 꽃잎들이 생기는 모습. 꽃봉오리가 자라 오르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벌어져, 노란 꽃잎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 이 꽃잎이 피고 오므라들고를 반복하는 가운데 씨방이 자라고 씨방에 붙은 갓털이 점차 덥수룩해지는 모습. 씨방을 감싸고 있던 꽃받침이 펼쳐지며, 하나하나의 갓털이 피는 모습. 그리고 바람에 날아오르는 장면까지. 민들레의 일생을 어쩜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요?

게다가 단면도를 통해 겉모습만이 아닌 민들레의 속내까지 살며시 보여줍니다. 민들레 꽃 전체의 모습뿐 아니라 수 백 개의 작은 꽃잎 하나하나, 그리고 씨앗까지 거시적인 접근과 미시적인 접근을 모두 아우르고 있답니다.

아이들의 그림책이지만, 그럼에도 민들레에 대해선 이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도 예쁠뿐더러 내용 역시 꽉 찬 느낌입니다. 노란 민들레의 생명력이 내 안을 물들인 느낌이랄까요.

 

이 책을 통해, 민들레는 오전에만 꽃을 피우게 됨을 알았어요. 민들레를 보며, 저 녀석은 왜 환한 낮인데 꽃망울을 오므리고 있을까 의아해 했던 적이 있어요. 혹시 햇볕이 너무 강해서일까? 저 녀석은 그늘이 져서 오므린 걸까? 생각했더랬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민들레는 애초에 점심때가 되면 다시 오므라든다니 말이에요. 뿐 아니라, 꽃이 지게 되면 꽃대가 쳐지는 모습, 그리고 다시 씨앗이 영글면 꽃대가 반듯하게 세워지는 모습도 배웠어요.

 

이렇게 민들레 한 가지만을 살펴보면서 작은 생명이지만, 그 안에 생명의 신비가 가득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러한 생명의 신비를 이 책을 통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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