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별 징검다리 동화 22
박효미 글, 윤봉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수택이네 반 선생님이 어느 날 별 스티커를 나눠줍니다. 그곳에 고마운 것을 찾아 쓴 후 칠판 옆 <고맙습니다> 알림판에 붙이도록 합니다. 사람도 좋고, 사물도 좋다고 하네요. 수택이는 과연 무엇이 고마운지 생각합니다. 희상이는 오락기가 고맙데요. 언제나 즐거운 친구를 해주니 말이죠. 궁리 끝에 수택은 ‘테레비’가 고맙다고 씁니다. 자신은 ‘테레비’를 통해 글을 익혔고, 할머니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재롱도 모두 ‘테레비’에게서 배웠거든요. 하지만, 선생님은 칭찬하지 않네요.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며 말이죠.

 

이제 수택은 무엇을 써야 할까요? 이번엔 전기장판을 씁니다. 보일러가 고장 난 수택네 집에선 전기장판을 틀면 따뜻해지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전기장판을 오래 틀면 안 된대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니까요. 수택은 선생님께 전기장판이 고맙다고 말하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반응이 썩 좋진 않네요. 잘했다고 하면서도 전기장판을 오래 틀면 전자파가 나와 좋지 않대요.

 

어, 할머니(구멍가게 할머니)도 엄마처럼 말했다. 선생님처럼 말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우리 집만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서. 어쩌면 선생님이 이상한 나라에 사는지도 모른다.(46쪽)

 

이처럼, 박효미 작가의 동화 『고맙습니다 별』은 자신에게 고마운 존재를 찾아가는 수택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수택은 생각합니다. 남들이 모두 고맙다고 말하는 존재, 마땅히 고마워해야 할 그런 존재들 말고, 자신에게 정말 고마움을 주는 존재를 찾아야 한다고요. 물론, 이런 수택의 접근을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누나 수민마저 인정하지 않지만요. 수택의 말을 한 번 들어봐요.

 

요리사, 선생님, 대통령, 경비 아저씨, 군인 아저씨... 고마운 사람이 아주 많았다. 나도 그런 사람을 찾아낼 걸.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날 도와준 적이 없다. 그러니까 고맙지 않다. 거짓말은 안 된다. 아빠가 그랬다. 거짓말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거라고.(31쪽)

 

물론, 마땅히 고마워해야 할 존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품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억지 고마움을 표현한다면. 칭찬을 듣기 위해 고마움을 일부러 생산해 낸다면 이건 아니지 싶네요. 정말 자신에게 고마운 존재들을 찾아가고, 그 의미화를 하는 수택의 모습이야말로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수택의 세 번째 별은 인명 구조대원이라고 적습니다. 물론, 인명 구조대원 고마운 분들이죠. 하지만, 수택은 한 번도 해수욕장에 가본 적도 없답니다. 그래서 인명 구조대원이 뭔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그저 적어 붙였더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졌답니다. 잘했다는 칭찬도 받고요.

 

왠지 이런 모습이 씁쓸하네요. 각자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려 하기보다는 고마울 법한 존재에 대한 대답을 강요하고, 칭찬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 안타깝고요.

 

비록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별을 찾아가는 수택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해직 노동자인 아빠가 복직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 기타를 배우는데, 수택은 이 기타를 마지막 고마운 별로 적습니다. 비록 그 별을 내어놓는 것이 부끄러워 조금 꾸깃꾸깃해졌고, 더럽혀졌어도, 아빠의 희망을 응원하는 아이의 마음만은 환하게 반짝이고 있네요.

 

오늘 내 주변에는 어떤 고마운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지 살펴봐야겠어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고마움을 표현해 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하는 예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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