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학원 북멘토 가치동화 20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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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이와 미지는 명품학원이란 곳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비싼 학원이라 두 아이 가정의 형편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는 두 아이의 아버지들이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가게 된 유럽 여행에 이 학원 원장님이 가이드 겸 통역으로 함께 한 인연으로 한 달 간 무료 수강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 학원은 보통 수준이 아닙니다. 기초반에 들어갔는데도 예사로운 기초반이 아니네요. 학교에서는 ‘영어의 신’이라 불리는 여진도 쉽게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랍니다. 학원까지 걸리는 시간도 많을뿐더러 숙제를 하다보면 잠잘 시간도 없게 되는 명품학원. 쉬는 시간에도 배운 것을 복습을 해야만 하는 이 학원엔 의사반, 변호사반, 유학반 등 장래희망에 따라 반이 나뉘어져 있네요. 물론 기초반에서 성적을 인정받아야 이 반에 들어갈 수 있고요. 마치 공부하는 로봇처럼 공부만 하는 아이들 속에서 과연 여진과 미지는 견뎌낼 수 있을까요?

 

박현숙 작가의 신작 『수상한 학원』. 과연 무엇이 수상한 걸까요? 먼저, 주인공 여진이가 명품학원에서 수학과 영어 모두 100점을 맞고 의사반인 A반으로 올라가는 것이 수상해요. 여진이가 물론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하긴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선행학습이 기본적인 학원에서 시험은 엄청 어려웠답니다. 그런데도 모두 백점을 맞은 것, 정말 수상한 일이에요. 게다가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고 머리엔 까치집을 짓고 다니는 승자라는 남자아이도 수상하죠. 승자도 여진과 함께 백점을 맞았거든요. 그 수상함 이면에는 둘의 컨닝에 있어요. 승자에게는 쌍둥이 형 승리가 있는데, 승리는 A반에서도 언제나 일등만 하고, 여태껏 모든 시험에서 한 문제도 틀려본 적이 없는 아이거든요. 이 승리의 도움을 받았죠. 족집게 예상문제를 달달 외워 백점을 맞고, 여진은 승자의 것을 살짝~. 게다가 예상문제로 할 수 없는 시험은 승리가 승자의 대리시험까지. 여진은 또 승리의 것을 살짝~ 했거든요. 그러니, 이들 둘이 백점을 맞는 것이 수상하죠.

 

하지만, 진짜 수상한 것은 다른 데 있어요. 어떻게 아이들이 다른 데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죠? 게다가 초등학생들에게 중고 과정을 미리 가르치고 공부하는 것, 오로지 공부만을 할 것을 강요하는 학원의 모습, 그리고 이런 모습에 좋아하는 부모님의 태도도 수상하지 않은가요? 쉬지 않고 매우 빠르게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수상하죠. 이렇게 빨리 달려 무엇이 되려는 걸까요?

 

게다가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가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는 거죠. 이렇게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아이의 꿈이라고 포장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수상한 생각이 아닐까요?

 

동화 속의 여진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때인 인기열풍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요리 자체를 사랑하는 거죠. 승자는 그림을 잘 그리고 좋아하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어요. 엄마들의 꿈이 아이들의 꿈으로 포장되어 달려가야만 하죠.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은 돌아볼 수도 없이 말이에요. 이런 모습이 수상한 것 아닐까요?

 

동화 속에서 여진과 엄마의 대화 속에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어요.

 

핑계 댄다고 말하지 말고 들어 줘. 그 학원 아이들은 막 뛰어가는 아이들이야. 나는 절대 늦게 걸어가는 게 아닌데 그 아이들은 막 뛰어간다고. 엄마, 나는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구경도 하며 걸어가고 싶어. 그래서 그런 거야.(196쪽)

그래, 걸어서 가자. 이곳저곳 돌아도 보고 구경도 하고. 하지만 약속은 해. 걸어가도 네가 가려고 마음먹은 길은 잃지 않고 가겠다고.(199쪽)

엄마, 나는 천천히 걸어서 가니까 절대 안 지칠 거야. 나는 길을 잃는 바보도 아니야.(200쪽)

 

어떤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어요. 목적지를 향해 뻥 뚫린 고속도로로 그저 앞만 보고 빨리 달려가는 것이 좋은지. 아님, 구불구불 국도를 천천히 달려가며 이런저런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것이 좋은지. 아님, 천천히 걸어가며 들에 핀 야생화도 만져보고 향내도 맡아보며 걷는 것이 좋은지. 그건 각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겠죠. 하지만, 어딘가에 도달하고, 무엇이 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구불구불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고, 꽃향기도 맡아가며 걷는 것, 그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그 여정은 더욱 풍성해질 테니 말이죠.

 

우리 아이들이 빨리 뛰건 천천히 걷건 간에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부모의 바람대로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아이들이 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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