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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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조선의 딸, 총을 들다』이다. 조선의 딸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며, 이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먼저, 이들이 총을 든 이유는 바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러니, 이 책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도합 24인의 여성들. 이들 가운데는 대갓집 마님부터 시작하여, 기생, 교사, 간호사, 해녀, 노동자, 비행사, 어린 소녀, 신여성이라 불릴 엘리트들 등 다양하다. 각기 이들의 출발은 다르고 그들이 행한 모습들도 다르지만 그들의 바람은 단 하나 조국의 독립이었다. 독립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삶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로 싸운 이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가운데, 그동안 여성들의 독립운동에 대해 참 무지했구나 싶은 반성이 먼저 든다. 물론, 여기에서 소개하는 분들 가운데 익히 알고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절대 다수는 처음 접하는 이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스치듯 지나간 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여태 우리 역사의 평가가 여성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사회주의 노선을 걷던 이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사회주의 노선을 걸었던 독립운동가들은 사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여전히 우리의 독립운동사에서 지워진 인물들이 적지 않다.)

 

아무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은 다양하다.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운반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독립운동단체들의 안살림을 맡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총을 들고 직접 싸우기도 하고, 암살자가 되기도 하며, 폭탄을 투하하기도 하였으며, 비행사로 독립운동을 꿈꾸던 이도 있었다. 또한 여성 의병장으로, 여성 광복군으로, 임시정부 임정원 여성의원으로, 여성 노동운동가로, 여장군으로,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이었다.

 

이들은 여성의 자리에서 어찌 과감히 총을 들었을까? 그들의 말을 직접 인용해 본다.

 

내가 여자니까 못한다는 생각은 안 했어. 식민지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여자도 당연히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181쪽, 이병희)

 

광복군은 무릇 3천만의 광복군이며 3천만 가운데 일천오백만의 여성도 포함되어 있는 줄로 알아야 됩니다. 그러므로 이 광복군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요, 우리 여성의 광복군도 되오며 우리 여성들이 참가하지 않으면 마치 사람으로 말하면 절름발이가 되며 수레로 말하면 외바퀴 수레가 되어 필경은 전진하지 못하고 쓰러지게 됩니다.(214쪽, 오광심)

 

구국의 책임이 어찌 남자들만의 몫이겠습니까? 우리 3천만 한국민족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 아닙니까? 남녀의 역량을 합하여 각기 맡은바 직분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세계, 진선진미의 한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입니다.(251-2쪽, 방순희)

 

어쩌면, 이들은 여성이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남성들보다 더 힘겨웠을 수 있다. 안경신 같은 이는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지고 했으며, 도피하다 결국 아이를 낳은 지 2주 만에 붙잡혀 투옥되는 바람에 아들을 돌보지 못해 어린 아들은 시각장애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신들의 삶을 도외시한 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이들 가운데는 여전히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물론, 이들이 대우받기 위해 총을 들었던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행한 그 숭고한 발걸음에 대한 재조명만은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라를 찾는데 남녀가 따로 없었다면 역사적 평가와 기념사업에도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그들의 출신성분이나, 또는 정치적 노선 때문에 일제에 대항하여 펼쳤던 그들의 독립운동이 폄하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여성이기에 역사적 평가에서 가볍게 대해져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출간은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이 앞으로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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