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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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일보 의학전문기자인 진수는 어느 날 고교동창 상원에게서 급박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게 된다. 자신은 <치미교>라는 사이비종교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이 <치미교>가 얼마나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집단인지를 고발함과 동시에 도와줄 것을 바라는 내용의 전화. 이에 진수는 마치 비밀 첩보원이 접선을 하듯 춘천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상원을 무사히 만나 돌아오게 되는데. 상원이 알려주는 <치미교>의 만행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끔찍한 병균 VPF 역시 <치미교>의 음모였으며, 그 백신이라 알려져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테미란 역시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에 불과하며 테미란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역시 <치미교> 였음을 밝힌다. 뿐 아니라, 이곳 <치미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하였으며, 상당수의 경찰, 검찰까지 매수하고 있다는 것. 과연 이런 엄청난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진수와 상원은 이들 어마어마한 <치미교>의 진면목을 무사히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을까?

 

소설 『사건 치미교 1960』은 일제시절 발흥하였다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사라진 사이비종교인 <백백교>를 모티브로 창작한 픽션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찾아보니 <백백교>는 1920년에 발흥하여 1940년에 사라진 사이비종교로, 놀랍게도 핵심세력에 의해 신도 314명을 살해하기도 한 끔찍한 집단이다. 이러한 혐의로 관련자들이 모두 체포되어 12명이 사형을 당하였고, 나머지는 무기징역 및 징역을 당한 사건이라고 한다.

 

반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치미교>는 해방 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시작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니, 무엇보다 그 시대적 배경에 차이가 있다. 이처럼 작가는 <백백교>의 모티브를 통해, 사이비종교가 행한 끔찍한 폭력행위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시대적 배경을 바꾸었다는 것은 이러한 1960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작가는 오늘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음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36년간의 일제치하 그 통곡의 시간을 견뎌낸 조선은 해방의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좌우의 분열과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끔찍한 시간을 겪게 된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그 시대는 희망보다는 암울함이 온통 만연하던 시대였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치미교는 비록 실체는 교묘한 책략의 성공에 불과했지만 일제강점기 36년, 한국전쟁 3년의 발광에 가까운 혼돈의 세월을 겪는 동안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민심에 나라가 주지 못한 마음의 안식을, 기댈 곳을, 결국 도피처를 제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러했는지 모른다.(403쪽)

 

작가는 오늘 우리 시대 역시 국가가 국민들의 기댈 곳이 되지 못하며, 신뢰와 위로를 주지 못한다면, 나라에서 희망을 읽어낼 수 없다면, <치미교>와 같은 폭주하는 집단들이 발흥하게 될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정통적인 종교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많은 이단 사이비종교가 발흥하여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은 우선 그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며 재미있다. 때론 긴박감에 독자들의 가슴을 졸이게도 한다. 아울러 인간성이 메말라 버린 거짓 종교인들의 폭주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게 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종교라는 명목으로 거짓을 붙잡게 될 때, 그 피해가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종교는 언제나 참 진리를 좇고 붙잡아야 할 것이며, 타락하지 않고 바로 서도록 끊임없는 쇄신을 감행하지 못할 때, 사이비종교처럼 폭주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거짓 평안, 거짓 위로, 거짓 안식이 아닌, 참 평안을 주는 종교는 종교적 교리의 문제를 떠나 결코 도덕적 삶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도 이처럼 흥미진진한 소설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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