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자전거 고래동화마을 1
최인혜 지음, 유수정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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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일이네 집은 가난합니다.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아빠는 간혹 집에 들어오시죠. 엄마는 병으로 불편하셔서, 할머니가 집안 살림을 하십니다.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준일은 자전거가 갖고 싶답니다. 친구들 모두 자전거를 갖고 있거든요. 그래도 단짝 친구인 태민이도 자전거가 없어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꽁무니를 좇아가기도 하고, 함께 정글짐에 올라 놀기도 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태민이도 자전거를 샀거든요. 그래도 태민은 준일에게 자전거를 번갈아 탈 수 있도록 배려해주네요. 그러던 태민도 언젠가부터 자전거 있는 친구들과만 함께 다니며 자전거를 탑니다. 준일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요. 준일은 외톨이가 되었죠. 그런 준일에게 아파트 단지 한 구석에 버려진 자전거가 눈에 띱니다. 혹시 주인이 나타날까 어두워질 때까지 지켜봐도 끝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네요. 준일은 누가 버린 자전거라 합리화를 하며 자전거를 집으로 가져갑니다. 과연 이 자전거로 인해 준일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준일에게도 정말 자전거가 생긴 걸까요?

 

최인혜 작가의 『잃어버린 자전거』라는 이 책에는 「잃어버린 자전거」와 「참새가 없어졌어요」라는 두 편의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잃어버린 자전거」가 분량 면에서도 훨씬 길어 아무래도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큽니다. 「참새가 없어졌어요」는 짧은 이야기로 어린 시절 처마 밑 새집안의 알을 들여다보곤 하던 추억, 홀로 땅바닥에 떨어져 바등거리던 참새 새끼를 주워 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입니다.

 

「잃어버린 자전거」는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가난 때문에 탈 수 없는 준일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동화입니다. 준일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아는 제법 철든 아이랍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지도 못한답니다. 이처럼 어리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 더욱 마음을 짠하게 하네요. 한편 그런 준일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반복되는 푸념과 엄마의 침묵 역시 마음을 짠하게 하고요. 아이가 그토록 원하는 것을 사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찢어지겠어요?

 

하지만, 이런 가난 가운데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준일네 가정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게 다가오기도 하는 동화랍니다. 품위란 좋은 아파트에 살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비록 좁고 낡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다 할지라도 품위를 지켜낼 수 있죠. 바로 준일네 가정처럼 말입니다.

 

준일네 엄마는 준일이 가져온 자전거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애씁니다. 혹 누군가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며 말이죠(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는 아들의 모습에 속상한 자신의 마음도 뒤로 한 채 말입니다.). 그래서 아픈 몸에도 자전거에 묻은 흙과 먼지를 깨끗이 닦아냅니다. 그리곤 자전거에 써진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죠.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돌려주고요.

 

이런 모습에서 가난하지만 정직한 모습을 보임으로 삶의 품위를 세워나가는 그 모습이 멋지네요. 물론, 가난의 힘겨움은 여전히 안타깝지만요.

 

아울러 이 동화 속의 준일의 모습에서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자전거 도둑으로 오해받다 오히려 새 자전거를 선물 받지만 준일은 이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자신이 왜 이 자전거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거든요. 게다가 자전거를 선물한 아줌마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자전거였는데도 납득할 수 없는 선물 앞에 자존심을 지켜내는 이런 모습이 참 멋지게 느껴집니다.

 

뿐 아니라 선의의 도움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도움을 받는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을 알고 용서를 빌고 사정 설명을 친절하게 하여 결국 준일을 납득시키는 아줌마의 모습도 아름답고요. 우린 누군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도움을 받는 입장을 살피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곤 하니 말이에요. 도움을 받는 입장에 무슨 가리는 것이 그리 많으냐며 핀잔의 말까지 하며 말이죠. 이처럼 도움의 손을 펼치되 도움을 받는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길지 않은 짧은 동화이만,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도, 그리고 따뜻하고 충만하게도 해주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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