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숨.쉼, - 순천만에서 12명의 작가들이 펼치는 삶과 힐링의 모놀로그
곽재구 외 지음, 주명덕 외 사진 / 시공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천만 갈대밭은 한 번 가본 사람이라면 또 다시 가고 싶어 그리워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순천만을 예닐곱 번 다녀온 기억이 있다(갈 때마다 참 많이 바뀐 곳이기도 하다. 순천만에 대한 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해질녘 갈대밭을 거닐다 운 좋게 철새들의 군무를 만나 횡재를 한 것 마냥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엄청난 숫자의 철새들의 군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작은 새들의 날갯짓 앞에 어쩐지 내가 작아지는 느낌도 갖게 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갯벌에서 만나게 되는 짱뚱어의 모습은 또 얼마나 반가운가. 갯벌 위를 뛰어 다니는 물고기가 있다는 말에 처음엔 얼마나 신기하던지. 물 빠진 갯벌 위로 드러나는 S자 곡선(모 작가는 이 책 속에서 이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러면 큰일 난다. 갯벌의 물길이야말로 갯벌 사고의 주범이니 말이다. 그냥 감상하는 게 최선이다^^). 그 위로 드리우는 노을은 세상 어느 대표적 자연 풍광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임에 분명하다.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가며 만나게 되는 풍경은 또 얼마나 좋은지. 원형 모양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갈대무리를 만나면 지금은 이렇게 작고 동그랗게 시작될 갈대무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동그라미가 커져 넓은 갈대밭을 이루게 될 것임을 알기에 그 동그라미 속에서 괜스레 희망을 엿보게 되기도 한다. 지금은 갈대밭 사이로 긴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그 위를 거니는 재미도 솔솔하다.

 

순천만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은 어느 것도 다 좋다.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 있다. 그건 갈대밭에서 나는 사각사각 소리다. 처음에는 바람에 갈대가 서로 몸을 부비며 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바람이 없음에도 갈대밭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계속 난다. 다름 아닌 갈대밭에서 자라는 참게들이 내는 소리다. 자세히 보면 수많은 참게들이 갈대를 타고 올라와 갈대를 건드린다. 바로 이 소리가 마치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며 나는 소리처럼 나는 것. 눈을 감고 이 소리를 감상해본다면 도시에서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깨끗하게 씻겨 나가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멋진 곳, 순천만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예찬이 여기 있다. 『습지의 숨. 쉼’』이 바로 그것. 5명의 문학 작가들과 7명의 사진작가들의 글과 사진이 지친 도시인들에게 자연이 주는 힐링을 그대로 전해주는 책이다. 이 가운데는 여행 에세이도 있고, 시도 있다.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이기에 작가에 따라 각각의 글들이 느낌이 참 다르다. 이렇게 각자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작가들의 글쓰기가 고맙기도 하다. 물론, 개인적으로 더 마음이 가는 글이 있지만 누가 더 좋은지는 비밀이다.^^

 

책 뒤편에는 순천만 영상을 보여주는 CD가 실려 있어, 순천만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이 또한 또 하나의 선물이 된다. 문학과 사진을 통한 자연이 주는 힐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