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비밀 환상책방 4
조규미 지음, 김령언 그림 / 해와나무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해와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환상책방> 시리즈 4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동화 역시 재미나네요. 제목은 『9.0의 비밀』이랍니다. 제목부터 아리송하죠? 과연 9.0이 뭘까요? 그럼 잠시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볼 까요?

 

때는 22세기. 모든 것이 기계화, 자동화가 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찬이는 아침이면 허둥지둥 집 안의 ‘학교 의자’에 앉아 등교 버튼을 누르죠. 이 시대의 수업은 모두 집에서 이루어집니다. ‘학교 의자’에 앉으면 홀로그램 교실에서 그룹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되죠. 선생님은 로봇이에요. 그래서 쌤봇이라 부르는데, 쌤봇이 아이들에게 각자의 사정에 맞는 과제물을 내주네요. 그런데, 찬이가 받은 숙제는 다름 아닌 “강아지 로봇 9.0과 함께 생활하며 관찰 일지 작성하기.”랍니다.

 

강아지 로봇은 꼬마일 때나 가지고 노는 건데, 이런 숙제를 내준 것에 찬이는 불만이랍니다. 강아지 로봇을 분해하는 숙제라면 모를까, 함께 생활하며 관찰 일지를 작성하라니요. 아무튼 다음날 택배가 도착하게 되는데. 강아지 로봇의 최신버전인 9.0은 진짜 강아지처럼 생겼다더니, 정말 감쪽같네요. 음식도 먹고, 배변활동도 하며, 체온도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찬이에게 배달된 이 로봇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리모컨으로 배변활동 금지를 체크했는데도, 오줌을 싸고 똥을 싸네요. 아무래도 불량품인 듯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강아지 로봇 9.0.에게 찬이는 ‘불량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과연 불량이는 정말 불량품인 걸까요? 아니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데, 진짜 강아지는 아니겠죠?

9.0의 비밀이 무엇인지 모두 눈치 채셨죠? 맞아요. 회사에서 실수하여 9.0의 모델이었던 진짜 강아지를 보낸 거랍니다. 그리고 찬이는 진짜 강아지 불량이를 통해,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명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요. 무엇보다 생명 돌봄의 소중함을 알게 되죠. 그래서 찬이는 비밀 사육자가 되려는 꿈을 꾼답니다. 법으로 진짜 동물들을 기르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비밀 사육자’ 자격을 딴 사람들은 진짜 동물을 기를 수 있데요. 물론,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말이죠. 진짜 생명을 돌보길 원하는 찬이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찬이는 학교에 불량이를 데려 갔다가 불량이를 도둑맞게 된답니다. 이 과정에서 찬이는 용감하게 불량이를 찾아 나서게 되죠. 아울러 관계가 좋지 않던 친구의 도움도 받으면서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요.

 

이 동화를 읽고 나니 미래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이네요. 과연, 모든 것들이 로봇화 되는 걸까요? 심지어 애완동물마저 위생상 안전한 로봇으로 대체되는 걸까요? 생명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인데 말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미래가 분명 지금보다는 더 로봇이 가득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진짜 생명에 대한 그리움, 진짜 생명의 소중함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요?

 

또한 수업도 그래요. 미래에는 정말 자신의 책상 의자에 앉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친구들이 함께 홀로그램으로 수업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모두 같은 공간에 없어도 영상을 통해 공부도 할 수 있고 때론 가상공간에서 하나로 뭉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완전하진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전히 학교 교실에 나가 함께 수업받는 날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어쩜 이것이 작가의 소망일지도 모르겠네요. 분명, 지금과 다른 환경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실제 공간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런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소망 말이에요.

 

아무리 ‘나’ 혼자의 영역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온다 할지라도, ‘너’와 ‘나’가 ‘함께’ 만나 ‘우리’를 이루어야 함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아무튼 『9.0의 비밀』 재미있네요. <환상책방> 시리즈답게 이야기가 선사하는 환상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편엔 또 어떤 작가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우릴 환상의 행복으로 인도할 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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