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 완결판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러셀 먼슨 사진 / 현문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거의 3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책을 읽은 나이의 차이일까? 아니면 그 세월의 간극 때문일까? 막연히 이 책에 대해 가지고 있던 느낌과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사실, 읽었다는 기억만 있지, 세세한 부분은 잘 생각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물론, 책 자체에 새로워진 부분이 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에는 없던 4장이 2013년도에 새롭게 작가에 의해 추가되었다(이 부분은 처음부터 썼던 부분인데, 당시 출간할 때는 4장을 빼고 출간했다고 한다. 그러다, 작가 역시 잊어버리고 있다 새롭게 원고를 발견하여 이번에 새롭게 추가했다고 한다.). 『갈매기의 꿈』이 1970년에 초판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43년 만에 완결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셈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구절로 유명한 『갈매기의 꿈』은 여태껏 꿈에 대한 내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은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아니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비행에 푹 빠져 다른 갈매기들은 도달하지 못한 또 다른 차원의 경지를 누리게 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저 물고기나 잡는데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삶의 기쁨을 찾고, 노력하고, 결국 누리게 되는 그 모습은 오늘 우리로 하여금 현실에 만족하기 보다는 꿈을 향해 힘껏 날갯짓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4장을 읽으며, 저자가 말하고자 함은 그저 꿈에 대한 것만이 아님을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특히, 4장을 통해, 종교의 변질을 말하고 있다(사실, 4장뿐 아니라 그 앞의 내용에서도 문득문득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 4장에서는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예수를 연상시키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조나단은 이제 많은 갈매기들에 의해 신격화되기에 이른다. 문제는 신격화하는 이들이 멋진 예식순서를 만들고, 하나의 집단을 만들어가면서 조나단을 경배하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조나단이 보였던 삶의 자세, 그 삶의 이상과 노력하는 모습은 상실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들에게서 이제 비행은 또다시 멀어졌다. 열심히 날갯짓을 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조나단을 경배하는 일이 최선의 가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물론, 오늘 교회는 예수님을 예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 예배의 행위가 그저 또 하나의 우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예배의 행위는 가득하지만, 정작 예수가 보였던 희생과 삶의 모습들을 삶 속에서 상실한 모습은 아닌지. 이는 본질을 상실한 형태만 남게 된 화석화된 종교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4장의 내용은 종교만의 문제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의 모습도 이와 같진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뭔가 꿈이 있고 비전을 품고 나아가던 삶이 어느 순간부터 삶의 변질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이제는 꿈과 이상은 상실되고, 또 다른 헛된 것들에 붙잡혀 살아가는 모습은 아닌지 저자는 4장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만약 변질되었다면, 아무리 한 때 우리에게 아름답던 꿈이라 할지라도 이젠 헛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던 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그저 빛바랜 추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젊은 시절엔 아름답던 꿈을 꾸고, 이상을 품고, 그것들을 향해 날갯짓을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변질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이 땅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또 다른 갈매기들이 삶에 의문을 품고, 더 높이 멀리 날려는 날갯짓을 할 테니 말이다.

 

4장이 새롭게 추가됨으로 인해, 『갈매기의 꿈』은 이제 젊은이들이 꿈을 품고 나아가도록 독려하는 메시지 뿐 아니라, 중년의 안정된 삶 이후에 꿈과 이상이 변질된 모습은 아닌지 점검해 보게 하는 메시지도 품게 되었다. 그렇기에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년이후 역시 이 책의 겨냥 독자층이 되었다. 이렇게 한층 풍성해진 내용으로 우릴 찾아온 『갈매기의 꿈』을 아직 읽지 않은 젊은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뿐더러,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독자라 할지라도 『갈매기의 꿈』을 새롭게 다시 읽어봄으로 중년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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