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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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게 되었다. 한 동안 엔도 슈사쿠에게 빠져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처음은 『침묵』이었지만, 그 뒤로 『예수의 일생』, 『그리스도의 탄생』(『예수의 일생』 속편)이란 두 권의 책은 나에게 많은 도전을 줬던 책이기도 하다. 이에 몇몇 책을 더 구입하여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대부분 소설이었고, 한 권의 에세이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집으로는 두 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에세이집, 『인생에 화를 내봤자』는 저자가 근 30년간에 걸쳐 여러 곳에 발표한 에세이들을 선별하여 묶은 책이다. 71년도를 위시로 하여 70년대 글이 상당수 되고, 80년대, 90년대 글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가장 최근 것으로는 98년도 글이 포함되어 있다. 역시 에세이집이라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느껴지던 소설과는 다르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이런저런 소재들을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어느 글들은 저자의 나이 들어감을 느끼게 하여 쓸쓸한 분위기의 글도 있으며, 때론 옛 시절의 추억에 함께 젖어들게 하는 글들도 있다. 또 어떤 글들은 저자에게 이런 유머 감각이 있었었구나 싶은 것들도 있다. 일상의 소소한 삶의 소재들을 수다 떠는 것처럼 담담하고 솔직하게 전해주는 글들이기에 아무래도 소설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는 엔도 슈사쿠라는 한 사람에 대해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이 에세이집을 통해, 엔도 슈사쿠라는 분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왠지 수지 맞은 느낌이다.

 

또한 아무래도 글을 쓰는 작가이기에 작가로서 살아가는 엔도 슈사쿠에 대해 느끼게 하는 글들도 제법 된다. 이 가운데, 「멍하니 있는 시간의 힘」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글쓰기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말한다. 이 멍하니 있는 시간은 때론 하던 일을 중단하고 사색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때론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작정 글쓰기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런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글의 물꼬를 트게 되고, 생각지 못했던 글들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된단다.

 

‘괴로운 즐거움’을 말하던 부분도 인상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일이 즐겁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본다. 오늘 우리가 하는 그 일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적어도 이런 ‘괴로운 즐거움’이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일에 대해 괴로움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거의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오늘 우리의 삶이 힘겨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힘겨움이 ‘괴로운 불행’이 되지 않고, ‘괴로운 즐거움’이 되길 소망해본다.

 

거기에서 거기인, 대동소이한 짧은 글귀들, 자신의 사유의 결과물인지 여기저기에서 수집한 글인지 잘 구별되지도 않는 짧은 글들로 엮어진 에세이집들이 사랑받고 있는 요즈음(물론 나 역시 이런 글들을 사랑하고 즐겨 읽고 있다. 그러니 이런 시류가 옳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에세이집과 조금 다른 느낌의 에세이집이라는 의미다.). 오랜만에 좋은 에세이집을 읽을 수 있어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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