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방귀 아저씨네 동물들 이마주 창작동화
이상권 지음, 심은숙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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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범이는 어느 토요일 오전 아빠와 함께 아빠 친구 왕방귀 아저씨네 집에 갑니다. 왜 왕방귀 아저씨냐고요? 이 아저씨가 열 살 때, ‘방귀 뀌기 대회’에 나가 44,444번이나 연달아 방귀를 뀌었기에 ‘왕방귀’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왠지 뻥 같죠? 범이의 아빠 친구들은 만나면 왠지 다시 아이 때로 돌아가나 봐요. 하는 말들이 모두 뻥 같거든요. 맞아요. 범이네 아빠와 그 친구분들은 모두 뻥쟁이 아저씨들이랍니다. 그런데도 왠지 매우 친하네요. 그런 과장된 말들로 더욱 친해지는 건 아닐까요?

 

범이는 이곳에서 또 다른 아저씨의 딸인 동갑네기 초우와 함께 왕방귀 아저씨네 마당에서 동물들의 못된 모습들을 목격한답니다. 그건, 바로 욕심을 부리는 못된 모습이랍니다. 처음에는 똥개가 그랬답니다(이 똥개는 왕방귀 아저씨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습니다). 병아리들과 참새들에게 과자를 줬는데, 똥개가 다 쫓아내고 자기만 먹네요. 그래서 범이와 초우는 염소와 똥개를 싸움 붙입니다. 염소에게 똥개를 혼내 달라는 거죠. 결국 염소만 남게 되고 염소에게 과자를 줍니다. 그런데, 이 염소도 욕심쟁이네요. 오리와 거위가 나타나 과자를 먹으려 하니, 뿔로 박거든요. 그래서 범이와 초우는 이번엔 염소를 공격하죠.

 

이렇게 계속하여 새로운 동물들이 나타나고, 그 전의 동물들은 새롭게 나타난 동물들을 공격하고 자기만 먹으려 욕심을 부린답니다. 오리와 거위가 그랬고, 다음에 나타난 토끼도 그랬답니다. 그래서 범이와 초우는 욕심을 부리는 동물을 공격하죠. 바로 범이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가지고 말입니다. 범이 가방은 요술상자인가 봐요. 그 안에서 온갖 것들이 다 나오네요. 아무튼 이런 과정으로 왕방귀 아저씨네 마당은 온통 난리가 나게 되고요.

 

왕방귀 아저씨네 마당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한결같이 못되고, 자기만 알고, 자기보다 힘이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나쁜 녀석들이랍니다. 그래서 이런 모습에 범이와 초우는 정의의 사도처럼 동물들을 혼내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범이와 초우도 싸우고 맙니다. 초우가 번번이 실수를 해서 범이를 언짢게 하거든요. 게다가 너무 당당하기도 하고요. 본인이 한 실수를 모르나 봐요.

 

아무튼 이처럼 이기심과 싸움이 가득한 왕방귀 아저씨네 마당,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요?

 

그런데, 범이는 놀라운 모습을 발견한답니다. 그토록 서로 먹겠다고 싸우고 괴롭히던 동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잠을 자고 있거든요. 마치 언제 싸웠냐는 듯이 말이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랍니다. 혹시 우리 친구들이 다툴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다툼을 넘어, 언제 싸웠는가 싶게 자연스레 화해하고 다시 어울려 노는 모습을 꿈꾸고 있답니다. 마치 서로 과자를 먹겠다고 약한 동물을 쫓아내다가도 언제 그랬는가 싶게 서로의 체온을 의지하여 하나 된 동물들의 모습처럼 말이죠. 비록 다투고 싸워도 친구는 여전히 친구인거죠. 그러니 언제까지나 다투기보다는 금세 다시 화해하고, 다시 어울리라는 겁니다. 이 동화는 화해의 방법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화해를 통한 어우러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이 땅에 이런 어우러짐이 가득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믿을 수가,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염소 우리 안에는 도깨비 송곳니 같은 뿔을 가진 염소가 누워 있고, 도깨비 송곳니 같은 뿔을 가진 염소 가랑이에는 토끼 두 마리가 나란히 누워 있고, 토끼들 옆에는 왕방귀 아저씨를 꼭 닮은 똥개가 누워 있고, 왕방귀 아저씨를 꼭 닮은 똥개 품 안에는 병아리들이 누워서 살을 부비고 있고, 처마 밑에서는 거위랑 오리가 들이치는 비를 온몸으로 막고 있었어요.(69쪽)

 

이런 모습이 오늘 우리들의 삶 속에 가득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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