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상당히 독특하다.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그렇다면 이 책은 뭔가 소심한 사람,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 낯을 가리는 사람이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일까?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책엔 이런 부제가 달려 있다.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개그맨이다. 오랜 세월 무명으로 있다가 2008년 일본의 만담 경연대회인 ‘M-1 그랑프리’에서 2위에 입상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개그맨이라 한다. 하지만, 그에게 사회는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도대체 룰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푸념할 만큼 저자는 힘겨워한다. 술자리에서는 재미없다고 선배에게 구박받기도 하고, 회의에서는 직설적으로 말한다고 소리 들어 돌려 말했더니 이번엔 너무 돌려 말한다고 소리 듣는다. 그에겐 여전히 ‘사회’라는 녀석에게 적응하기가 힘겹다.

 

그는 여전히 자신감이 없다. 여전히 낯을 가린다. 때론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이 책의 장점, 이 책의 진짜 힘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핏대를 세우며 외치지 않는다. 저자는 여전히 자신은 자신감 없고,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겨운 ‘사회’에서 그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사회’는 그에게는 두려운 곳이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부딪치고 하나씩 해나간다. 비록 남들이 볼 때는 소심한 남자의 몸부림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기준을 둔다고. 결과가 뒤따르든 말든 그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놀랍게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물론, 남들이 볼 땐 여전히 소심맨이라도 말이다.

 

여전히 자신은 일 앞에 설 때, 긴장하고 더 나아가 우울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또 다시 일 앞에 선다고 한다. 이는 마치 제트코스터가 무서운 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줄을 서는 것과 같다고 한다. 두려운 마음에 제트코스터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은 절규하며 내려온다.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왠지 모를 충만감을 느끼기에 다시 제트코스터를 타려고 줄을 선다. 일을 하는 것은 이와 같다고 한다. 여전히 자신감 없고, 두렵고, 긴장되지만, 그럼에도 일이라는 제트코스터에 몸을 맡기고 해 나갈 때, 알 수 없는 충만감을 느끼기에 일 앞에 선다는 것. 소심함을 동반한 채 말이다.

 

여기에 이 책의 힘이 담겨 있다. 굳이 소심함을 떨쳐버리라거나, 얼굴에 철판을 깔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자신감을 갖고 가슴을 쫙 펴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후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왠지 조금은 자신감을 갖게 되는 느낌이다. 이처럼 소심한 개그맨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웃길뿐더러, 그토록 소심한 마음으로도 여전히 부딪히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뭔가 내 안의 소심함과 이별을 하려 이 책을 선택하신 분들은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뭔가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엄청난 자신감을 갖길 원하는 분들 역시 실망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묘한 자신감을 선물한다. 그것이 이 책의 방식이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혹시 서평을 이렇게 썼다고 해서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생각하시면 안 된다. 이 책은 한 소심맨의 에세이다. 물론, 그 에세이 안에 자신의 소심함, 낯가림, 사회부적응적인 면들을 소개하며 묘한 방식으로 자신감을 전해주지만, 그 외에도 주옥같은 삶의 단상들이 많다. 개그맨이 쓴 글이라 생각하지 말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좋겠단 생각도 든다. 저자가 써내려가는 솔직한 행간 사이에 감춰진 깊은 사유(소심한 사람이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나?^^)에서 나오는 단상들이 상당히 힘이 있게 다가오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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