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하면 안 돼요? - 자율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15
클로디아 밀스 지음, 헤더 메이언 그림, 이서용 옮김 / 개암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돼요?』는 개암나무에서 출간되는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시리즈 15번째 책입니다. 주제는 “자율”이랍니다. 예전의 시리즈 책들은 주로 초등 저학년 친구들이 읽어 좋을 내용들이었다면, 이 책은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듯싶네요. 왜냐하면, 행성에 대한 내용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초등2학년인 우리 딸은 어렵다고 말하네요.

 

물론, 주된 내용인 혼자 숙제를 하려는 그 모습에 대한 내용은 이해하는데, 일차적으로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개념을 모르니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함에 어려워 하네요.

 

이 책의 주인공 올리버는 3학년 친구인데, 몸이 약하답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올리버의 숙제를 항상 도와주네요. 사실 도와주는 수준이라기보다는 숙제를 해 주는 수준이네요. 그 구체적인 내용이 바로 행성에 대한 모형을 만들어 오는 숙제랍니다. 사실 아빠는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엄마의 닦달에 어쩔 수 없이 숙제를 다 해주고 있네요.

 

그런데, 정작 올리버는 본인이 직접 하고 싶답니다. 마침 반의 수다쟁이 친구인 크리스털이 함께 숙제를 하자고 하네요. 그래서 아빠가 거의 다 만들었지만, 올리버는 엄마의 허락을 받고 크리스털과 함께 행성 모형을 만든답니다. 그런데, 크리스털은 왜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었는지 의아해 한답니다. 크기가 작다는 것으로 행성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면, 작은 몸집의 강아지는 강아지가 아닌 건가요? 그래서 크리스털과 올리버는 명왕성 모형을 넣기로 합니다. 물론 전체 모형 상자 밖에다 배치하고, “나도 끼워줘!”란 팻말과 함께 말이죠. 이 숙제에서 둘은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다른 친구들은 모두 우주 캠핑에 참석하는데, 올리버만은 부모님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한답니다. 너무나도 참석하고 싶은데 말이죠. 과연 올리버의 우주 캠핑은 이번에도 불발일까요?

 

이 동화는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읽어야 할 것 같네요. 자녀들을 믿지 못하고, 하나하나 참견하고, 일일이 계획하고, 끌고 가는 것은 부모님들의 모습이니 말이죠. 자기 자녀들이 반 멍청이가 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특히, 이 책에서 올리버의 엄마는 너무 똑똑하네요. 똑똑해서 어쩌면 더욱 더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놔두지 못하고, 일일이 참견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어쩌면, 아이를 향한 교육열이 높을수록 자칫 아이의 자립심과 자율성을 인정치 못하고, 리모콘을 들고, 아이들을 조종하기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일일이 모든 것을 참견하고,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타율적인 아이로 만드는 모습은 어쩌면 아이를 향한 믿음 없음의 다른 모습 아닐까 싶은 생각과 함께 나에게 이렇게 말해봅니다. “너나 잘 하세요!”^^

 

또 하나, 명왕성(사실 지금은 명왕성이 아니죠. 공식 명칭은 ‘134340’이랍니다. 작다고 행성에서 제외된 것만이 아닌, 이제는 그 이름마저 잃었답니다)이 제외된 것에 대한 질문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답니다. 과연 작다고 해서 행성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는지 말이죠. 물론 학자분들이 오죽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고 결정했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작다는 이유로 행성에서 제외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겨지네요. 언제나 모 프로그램에서 작은 남성들은 모두 ‘루저’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죠. 같은 접근 아닐까요?

 

참, 이 동화 속에서 올리버는 학교를 방문한 상원의원에게 전교생 앞에서 칭찬을 받는답니다. 올리버네 반 친구들은 세상을 바꿀 법을 각자 생각하여 상원의원에게 전달하는데, 올리버가 만든 법은, “부모님이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줄 수 없다는 법”이었답니다. 이런 참신하고, 건강한 생각을 하는 올리버가 칭찬을 받는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네요. 왜냐하면, 실상 올리버가 제출한 법은 엄마가 말해준 법이었거든요. 이 법은 올리버가 크리스털과 함께 숙제를 하는 가운데 말한 것을 크리스털이 가지고 있다가 제출한 거랍니다. 게다가 오죽하면 이런 법을 만들고 싶어 할까 하는 아이의 마음이야말로 어쩌면 희망이고, 건강함 아닐까 여겨지네요.

 

자녀를 진정으로 건강하게 양육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게 되는 좋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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