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개의 관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9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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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뤼팽이 그의 본업(?)을 포기했나 보다. 뤼팽은 이제 더 이상 남의 것을 훔치는 도둑이 아니다. 이제 뤼팽은 누군가의 구원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에서 구해주는 ‘구원자’ 내지 ‘슈퍼영웅’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르센 뤼팽 전집』 아홉 번째 책인 『서른 개의 관』이 그렇다.

 

이 이야기는 여태껏 보여줬던 뤼팽 시리즈 여느 책보다 기괴하고 신비주의적인 분위기(아니 어쩌면 음산한 분위기라고 해야 할 지도)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는 작가가 처한 당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던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다(연재와 출간은 전쟁 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기에 음산한 분위기와 구원자의 이미지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서른 개의 관』은 여자 주인공 베로니크가 14년 전 잃어버렸던 아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 ‘서른 개의 관’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사레크 섬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이곳 사레크 섬은 켈트족의 전설적인 부족인 ‘기적의 돌’을 가진 부족이 최종적으로 이주해 온 곳으로, 후에 드루이드교(맞는지 모르겠다)가 자리 잡은 곳이며, 또한 이 드루이드교에 기독교가 습합되어진 독특한 미신적 종교가 계승되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는 켈트족의 전설인 ‘기적의 돌’과 함께 또 하나의 예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15세기 중반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 토마 수사의 허무맹랑한 예언인데, 이 예언이 이 이야기 『서른 개의 관』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그런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이야기다(이야기 속에서 토마 수사의 예언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 더하여 사레크 섬의 주민이자 이야기 초반에 죽게 되는 마르녹 영감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다).

 

이 이야기에서는 여태껏 등장한 여느 악당보다 강렬한 악당인 보르스키가 등장한다. 이 보르스키는 여자 주인공인 베로니크의 남편으로 완전 사이코패스다. 이 이야기 속에서 29명이나 살인하는 살인광이기도 하다. 이 보르스키의 살인행각은 바로 토마 수사의 허무맹랑한 예언을 이루어가는 형식으로 행해진다(토마 수사의 예언은 사실 엉터리예언이었다. 하지만, 보르스키가 그 예언을 실제 믿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광기로 그 예언을 이루려 하는지 몰지만, 아무튼 보르스키에 의해 예언은 실제 이뤄지기에 참 예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보르스키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이 이루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범인은 처음에는 베로니크의 아들 프랑수아와 후에 베로니크와 맺어질 스테판이 행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더 괴기스럽다. 이들은 평소 천사와 같은 인물이었다는 주변의 증언에 의해서 말이다)이 토마 수사의 예언 그대로 이루어지기에 더욱 기괴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런 기괴한 사건들, 끔찍한 사건들이 이루어지는 원인은 물론, 보르스키라는 절대 악당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당시 실제 일어나고 있던 전쟁과 연결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모든 게 밝혀질 거야. 이런 잔혹한 수수께끼 뒤에는 사실 아주 단순한 원인이 있을 테지. 겉보기에는 초자연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랑 똑같은 인간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일 뿐이라고, 모든 일은 분명 전쟁이 일어났기에 가능했던 거야. 전쟁은 이런 일이 벌어질 만한 독특한 환경을 만드니까 말이야...”(122쪽, 베로니크의 독백)

 

“이번 사건은 미친 사람의 행동이 불러운 결과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광기와 방황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고요. 전쟁이 벌어진 탓에 그런 괴물 같은 인간이 마음 놓고 안전한 곳에 틀어박혀 그 따위 범죄를 고안해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겁니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괴물이 자신의 망상을 끝까지 실현할 여유가 없지요.”(407쪽, 루이스 페레나-아르센 뤼팽-의 말)

 

『서른 개의 관』은 스토리 자체도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지며 또한 반전(反戰) 메시지, 그리고 신화의 어우러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제 다음 이야기에서 뤼팽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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