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영웅 변신 페인트 스콜라 어린이문고 14
호콘 외브레오스 지음, 외위빈 토르세테르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이 동화 『슈퍼 영웅 변신 페인트』는 크게 두 가지 줄기를 가진 이야기랍니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이후의 그리움, 동네 형들의 괴롭힘과 여기에 맞서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루네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 그런데, 루네에겐 이 일이 그리 슬프지 않답니다. 루네가 아직 어려서일까요?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나봅니다. 이처럼 할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이 동화는 잔잔하게 그려냅니다. 물론, 여러 사건들을 통해, 루네는 할아버지를 추억해내고(물론 동화 속에서는 죽은 할아버지를 만나는 전개랍니다), 할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갖게 된답니다. 아마도 죽음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네요.

 

또 하나 이 동화의 커다란 줄기는 동네 깡패 녀석들의 괴롭힘입니다. 이들은 루네와 루네의 친구 아틀레가 함께 지어놓은 오두막을 부순답니다. 나이가 어린 루네와 아틀레는 당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루네는 어느 날 멋진 결심을 한답니다. 슈퍼영웅을 불러내는 거죠. 그리고 이 슈퍼영웅은 루네 자기 안에 있답니다.

 

이 일을 위해 루네는 갈색 망토를 매고, 갈색 마스크를 하죠. 엄마의 갈색 벨트도 하고요. 여기에 갈색 페인트 통을 들고, 못된 녀석들의 자전거 하나를 온통 갈색으로 칠해 복수한답니다. 이렇게 복수한 슈퍼영웅은 바로 ‘브루네’랍니다. 갈색이란 뜻의 노르웨이어 ‘브룬’과 루네의 이름을 합한 거죠. 슈퍼영웅 브루네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브루네의 활약에 친구 아틀레 역시 그 안에 잠든 영웅을 부른답니다. 그 영웅의 이름은 ‘스바틀레’고요. 노르웨이어로 검은색은 ‘스바트’라고 한다네요. 여기에 아틀레의 이름이 합해진 거고요. 그러니, 아틀레가 자기 안에서 불러낸 영웅이 사용하는 페인트 색이 무슨 색인지 알겠죠?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답니다. 이제 루네와 아틀레의 친구인 여자아이 오세 역시 자기 안의 영웅을 불러 함께 한답니다. 이 영웅의 이름은 ‘블로세’고요. 노르웨이어로 파란색이 ‘블로’라네요. 그러니 블로세가 사용하는 페인트가 무슨 색인지 짐작 가죠?

 

이렇게 세 명의 영웅은 동네 깡패들과 맞서게 된답니다. 이들의 짜릿한 복수, 그리고 그 용기가 참 재미난 동화랍니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힘이 없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된 모습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죠? 그렇다고 해서 그 모습이 당연시되면 안 되겠죠? 세 명의 슈퍼 영웅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역시 내 안에 있는 슈퍼 영웅을 불러본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안전한 곳,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바뀔 텐데 말입니다.

 

참,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음성을 듣게 된답니다. 그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동네 깡패 녀석들 중엔 ‘목사 아들’이 끼어 있답니다. 작가가 일부러 거듭 이렇게 ‘목사 아들’의 못된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아들 편에서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종교가 본질을 놓치게 되면, 그저 하나의 집단에 불과하고, 성직자는 그저 하나의 직업에 불과할 뿐이란 것을 말이죠.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자주 접하지 못하는 노르웨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것이랍니다. 이것도 소소한 선물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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