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콘크리트
마치다 요우 글.그림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밤과 콘크리트』는 동명의 「밤과 콘크리트」, 「여름방학의 마을」, 「푸른 사이다」,「발포주」, 이렇게 4편의 단편만화로 이루어진 만화집이다.

 

먼저, 「밤과 콘크리트」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우연히 건물의 소리를 듣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사람은 건물의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집안에 수도가 켜있는지도 듣는다. 그런 그가 주인공에 그 사실을 말해주며, 건물 역시 잠을 잔다고 이야기해준다. 오전 3시부터 동틀 때까지는 건물도 잠을 잔단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그 뒤로 잠을 자게 된다.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려하는 걸까? 건물도 생명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려는 걸까?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어쩌면 작가는 그처럼 모호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 이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임을 해석의 키로 이해해본다. 건축가로서 콘크리트는 단지 자신의 작업의 도구, 그저 사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의 직업 건축가의 작업은 과연 무엇인가? 여전히 콘크리트, 사물, 죽어 있는 대상에 불과한 것인가? 하지만, 건물이 하나의 생명을 가진 존재로 말을 하고, 잠을 자게 됨을 알게 되었을 때, 주인공의 삶, 건축가로서의 삶은 생명을 창조하는 하나의 삶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만든 작품들은 그저 죽어 있는 공간이 아닌, 생명력을 담지 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함이 그를 잠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떤지 돌아본다. 과연 세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죽어버린 사물들만을 계속하여 늘어놓고 있는지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 「여름방학의 마을」은 대학생인 주인공이 마을 언덕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할아버지는 66년 전 다른 세상으로 사라져버린 친구를 찾아 헤맨 할아버지다. 이 할아버지는 이제 곧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으리라 말한다. 하지만, 커다란 반전이 있었으니, 그 할아버지가 66년간 친구를 찾아 다른 세계로 찾아 온 그곳이 바로 여름방학의 마을이었던 것. 이곳은 현실의 세상이 아니다. 가상의 세상만도 아니다.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그리고 이곳은 바로 자신만의 <돔>이다. 즉 자신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 작은 공간이었던 것.

 

다시 말해, 주인공은 이미 그곳, 자신만의 <돔>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바로 젊음과 한가로움이 있던 대학시절 여름방학에 찾아갔던 그 마을이다. 만약 현실의 세상으로 가지 않는다면, 이곳 “여름방학의 마을” 그곳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66년간 친구를 찾아 헤맨 할아버지는 바로 그 <돔> 속으로 친구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이미 이 공간에 만족하며, 작은 집, 그만의 <돔> 속에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도 이러한 나만의 <돔>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그곳, 아무런 걱정도 없이 가장 좋은 시간을 누리는 그곳에서 살아가게 될까? 아님, 아픔도 한숨도 눈물도 힘겨운 삶이지만, 현실의 공간을 선택하게 될까? 아마도 환상적인 그 공간, 나만의 <돔>에서 살아감을 선택하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곳 자신만의 <돔>이 천국과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은 진짜 천국이 아닌 가짜다. 그저 그렇게 환상 속에서 살아가다 죽음을 맞는 것이 행복일까?

 

비록 때론 눈물과 한숨이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행복과 즐거움도 있는 곳, 때론 아픔과 힘겨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힘겨움의 보람을 누릴 수 있는 곳, 이 삶의 공간이야말로 더 생동감 있고, 역동적이지 않을까? 바로 이곳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공간이 아닐까?

 

세 번째 이야기, 「푸른 사이다」 역시 꿈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주인공 남자아이는 언제나 “사마 씨”라는 공간을 만나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바로 그 “사마 씨”는 돌아가신 아빠가 주셨던 그림책, “푸른 사이다”라는 책 속에 나오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아이는 그림책 속의 공간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일까? 정신 이상일까? 아니다. 그건 바로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한 아저씨로 인해서다. 이 아저씨는 날마다 아파트 옥상에 앉아 있는 아저씨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 아저씨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환상의 세계를 실제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능력이다. 그는 그 능력으로 이 꼬마 아이에게 가장 그리워하는 아빠와 연관 있는 그림책 속의 공간을 보여주곤 했던 것이다.

 

비록 저자가 이처럼 환상의 공간에 관심이 많지만, 그 안에 이러한 따스함이 녹아 있다. 우리에게 “사마 씨”는 어디인가? 그리고 누구인가?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이러한 공간이 되어준다면 어떨까?

 

마지막, 가장 짧은 이야기, 「발포주」는 예전 19살 나이에 친구와 함께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며, 꿈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시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꼈지만, 어느덧 그 꿈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여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짧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이렇게 마치고 있다.

“그래도 친구의 그 말은 그 시절의 진심이었을 거고, 그 때 내 마음 역시 나의 진심이었다.”

 

그래, 우리가 혹 꿈꾸던 그 모습, 붙잡고 살아가던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할지라도, 그렇다고 하여, 그 젊음의 시절 꿈꾸던 이상이 거짓은 아니다. 비록 이루지 못한 꿈이라도 당시에는 진심이었다. 그런 진심 가득한 꿈을 꾸었음이 어쩌면 행복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욕심을 부린다면, 그 진심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솟아나고, 다시 그 꿈을 꿔본다면 어떨까?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오늘이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 가운데 가장 젊은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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