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사우루스 - 사도의 공룡 돌개바람 33
이경혜 지음, 이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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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공룡 사도 사우루스』는 참 예쁜 동화랍니다. 공룡의 이야기를 이렇게 예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사도는 전남 여수 앞 바다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곳엔 지금도 공룡발자국이 많이 남아 있어, 공룡의 섬이라고도 불립니다. 작가는 바로 그곳 사도에 있었을 공룡들을 상상하며 예쁜 동화를 통해, 공룡들을 다시 살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수와는 초식공룡입니다. 무지개공룡 가운데, 보라색 공룡이랍니다. 이들 무지개공룡들은 각기 무지개 색깔 가운데 한 가지 색깔을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 한 가지가 있답니다. 무지개공룡이 진정으로 무지개가 되기 위해선 모두 함께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결코 무지개공룡이 될 수 없습니다. 빨간 공룡만이 모여 있다면, 그저 빨간 공룡 공동체에 불과합니다. 노란 공룡 역시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이들이 모두 함께 모이게 될 때, 비로소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을 이루게 된답니다.

 

이러한 무지개공룡의 자아 찾기는 수와를 구하기 위해 타르보사우루스와 맞서 연대할 때, 절정을 이루게 됩니다. 비록 힘이 없는 초식공룡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함께 연대하게 될 때, 엄청난 힘을 갖게 됨을 작가는 동화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우리 앞에 무시무시한 공룡 같은 문제가 가로막고 있나요? 그렇다면, 약한 자들의 연대가 답이 될 수도 있답니다.

 

주인공 수와가 수와인 이유는 수와만이 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무지개공룡들과 다르게 두 귀를 가지고 태어난 수와는 세상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 소리를 말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바람소리, ‘수와--’를 듣고, 태어나서 처음 외친 소리가 ‘수와--’랍니다. 그래서 이름이 수와가 되었지요.

 

이런 수와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수와를 인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답니다. 그 놀라운 일들은 뭘까요?

 

 

세상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다른 소리를 듣는 데서부터 화합과 평화가 시작된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세상의 소리를 들을 귀가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답니다. 오직 내 소리만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소리는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서로 싸우고, 더 힘겨워지는 공간이 된답니다. 우리에게 수와의 귀가 있길 빌어봅니다.

 

그래서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의성어에는 다른 색깔로 표시가 되어 있답니다. 이런 의성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겁니다. 세상에는 참 여러 소리가 있다는 것을 의성어를 통해, 알게 됩니다. 나와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죠. 세상에 언어가 하나라면 이거야말로 저주겠죠.

 

성경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성경에는 창세기라는 책이 있는데, 이 창세기의 시작부분을 원역사라고 부른답니다. 이 원역사의 마지막 이야기는 유명한 바벨탑이야기랍니다. 이 이야기의 출발은 세상의 언어가 하나였다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세상의 언어가 하나였다는 것이 축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어를 흩으신 하나님의 행위가 축복입니다. 언어가 하나였다는 말은 오직 한 주장만이 소리를 내고, 다른 소리들은 숨죽였다는 의미입니다. 바벨탑이야기에 대한 명화들을 보신 적이 있나요?

 

여러 바벨탑 그림의 공통점은 높은 성을 쌓고 있는데, 유독 채찍을 들고 감독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힘겹게 노동의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언어가 하나라는 건 바로 이런 의미랍니다. 내 주장을 높이지 못하고, 오직 힘 있는 사람들의 소리만이 발해지는 것. 그래서 하기 싫어도 노예처럼 누군가의 영화를 위해 땀을 흘려야만 하는 것. 내 소리를 내면, 채찍에 맞아 고통당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인 언어’의 진면목이랍니다.

 

그래서 언어의 흩으심이야말로 사실 심판이 아닌, 축복의 행위랍니다. 많이 어긋났지만, 수와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고유한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축복이죠. 비록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입니다.

 

또 하나 이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와의 모험입니다. 수와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느 무지개 공룡도 해보지 못한 모험을 합니다. 바로 친구 시루와 함께 시루의 고향 바다까지 모험을 떠나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모험은 시루와 친구가 된 것 아닐까요? 시루는 육식 공룡입니다. 그런 시루와 수와가 서로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참 모험이 아닐까요? 수와가 시루에게 하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우린 이렇게 다른데 친해지다니 그거야말로 신기하지?”

 

이런 신기한 일이 이 땅에 수없이 일어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놀라운 일은 수와처럼 들을 수 있는 귀, 그리고 단단한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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