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예술 탐정 시리즈 1
후카미 레이치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고급 주택지에 있는 한 저택에서 화랑 주인이 칼에 가슴을 찔린 채 살해되었다. 열쇠로만 잠그고 열 수 있는 방문은 잠긴 상태, 게다가 유리창은 쉽게 열 수 없는 빗장으로 안에서 잠긴 상태다. 그런데, 창문 안쪽 빗장에는 피해자의 피가 묻어 있고, 창문 바깥쪽에는 창문에서 뛰어내린 발자국이 찍혀 있다. 그 발자국은 담 밖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외부인이 범인 같은데, 정말 외부인의 소행인 걸까?

 

혹시 내부인이 외부인의 범행인양 꾸민 것이라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정작 그날 밤의 기상 조건은 바닥에 발자국이 오래 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부러 발자국을 조작해 놓은 것이라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정말 외부인의 소행인걸까?

 

그런데, 외부인이 범행을 위해 침입해왔다면 무엇을 노리고 살해 현장을 밀실로 만들어 놓은 걸까? 밀실로 만들어놨다고 해서 아무런 이익이 없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집안에 있는 가격을 쉬이 매길 수 없을만한 미술 작품들은 하나도 도둑맞은 게 없다.

 

뿐 아니라 밤이 되면 정원에 풀어놓아 정원을 지키던 도베르만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은 채 발견되었다. 워낙 훈련이 잘 되어 있어 낯선 외부인이 던져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 명견인데 누군가 던져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었다는 건 내부인의 소행임을 가리키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내부인 가운데 범인이 있는 걸까?

 

이렇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이를 조사하는 운노 형사와 경찰들의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후카미 레이치로의 추리소설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은 본격추리소설이다. 밀실사건이 등장하게 되고, 이 밀실의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룬다. 또한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이라 부를 수 있는 내용도 등장한다. 이처럼 본격추리소설이면서도 여타 본격추리소설과 차별화된 점이 소설엔 있다. 바로 예술 미스터리라는 점.

 

소설 곳곳에는(주로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부분) 피해자인 화랑주인이 생전에 쓴 미술평론이란 형식으로 미술평론 내용이 실려 있다. 이 부분은 추리소설의 흐름을 언뜻 방해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내용 자체가 에콜 드 파리화가들에 대한 높은 이해와 평론을 담고 있어 꼭 읽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에콜 드 파리화가들에 대한 선이해가 전무했음에도 이 부분만으로도 에콜 드 파리화가들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또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 가운데 나오는 밀실 트릭의 경우들에 대한 설명 역시 밀실 트릭에 대해 쭉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일본 추리소설 가운데는 이처럼 추리기술들을 소설 속에서 정리해 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 소설 속에는 밀실 트릭을 정리해준다.).

 

운노 형사의 조카인 슌이치로가 소설 속에서 진실을 추리해내는 탐정 역할을 맡고 있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 났지만 한 곳에 정착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 슌이치로. 그의 활약은 그를 예술 탐정이라 부르게 만들고, 작가의 <예술 탐정 시리즈>를 만들어 낸다. 그 첫 번째 책인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에서는 어쩐지 기대만큼 활약이 많지 않은 듯싶어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지만(물론, 사건은 슌이치로가 해결해낸다.), 다음 이야기에서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독특한 캐릭터인 오베시미 경부의 정체가 조금은 의심스럽긴 하다. 형사 시절 엄청난 실적을 냈었노라는 전설은 난무한데, 정말 오베시미 경부에게 그런 과거가 있을까 싶은 현재의 모습들. 어쩐지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만 하는 생각이 없는 것만 같은 그의 정체는 정말 명수사관일까, 아님 지 멋대로 행동하는 못된 망나니 같은 경부에 불과한 것일까? 다음 편에서도 어쩐지 이 독특한 캐릭터인 오베시미 경부는 등장할 것만 같은 기대감을 품어본다.

 

후카미 레이치로라는 또 한 사람의 좋은 추리소설 작가를 만난 기쁨도 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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