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이 연달아 출간되어 정신없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두 권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연달아 출간되었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도서출판 재인에서 출간된 인어가 잠든 집이다. 이 작품은 2015년 작품으로 작가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작가의 역작이라고 한다. 기존의 작가 작품에 익숙한 분들, 특히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스스로 본격추리소설과의 작별을 고한 지 이미 오래이기에 본격추리소설을 기대한 것은 아님에도 작가의 여태까지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과도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어떤 분들은 작가의 작풍 3기가 휴먼 미스터리라고 말하는데(사실 요즘 들어 작가의 작품이 감동을 강조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휴먼 미스터리만이 아닌 정통(?) 미스터리 소설 역시 없지 않다. 물론, 본격추리소설은 이젠 안녕이지만.), 이 작품 인어가 잠든 집은 글쎄, ‘휴먼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그냥 휴먼 소설내지 사회파 소설’(이 역시 사회파 미스터리보다는 사회파 소설이라 부르면 좋겠다. 물론, ‘사회파 소설이란 규정 자체가 사회파 미스터리를 지칭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만큼 미스터리적 요소는 미약하다는 말이다. 물론 미스터리적 요소를 굳이 찾자면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잠든 인어가 되어 버린 미즈호가 수영장 바닥에 내려가 손이 끼게 된 원인이 밝혀지는 부분이라든가. 뇌사 상태의 미즈호가 종종 보여주는 순간들, 예를 들면, 부모가 잡은 손이 움찔한다던지, 언뜻 미소를 지은 듯한 그런 장면들인 어쩐지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을 살짝 느끼게도 한다. 그럼에도 굳이 미스터리라는 틀에 이 소설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저 가슴 먹먹한 휴먼 소설 내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파 소설이라 규정하면 좋을 듯.

 

작가는 뇌사상태에 빠진 미즈호를 통해, 큼직한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뇌사라 판정받게 되면 정말 죽음일까? 죽음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며,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 장기기증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과학의 힘을 빌려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렇게 연장되는 삶을 정말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뇌사 상태의 신체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부모의 사랑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부모의 욕심이라 봐야 할까? 등등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부부는 이미 별거에 들어간 쇼윈도 부부다. 둘은 딸을 위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이혼을 연기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 빠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뇌사라 말하며, 장기기증을 권한다. 이에 부부는 딸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하다 딸이 직접 선택한다면 장기기증을 결정했으리라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그렇게 장기기증을 결정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딸의 손을 잡은 부부. 그런데, 놀랍게도 둘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딸의 손이 순간 움찔했다는 그런 느낌을.

 

이에 엄마는 딸의 장기기증을 철회하고, 딸을 살리기 위해 연명치료를 계속하게 된다. 여기 아빠의 회사를 통해, 과학기술의 힘을 입어 산소호흡기 없이 호흡을 가능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극을 주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통해, 딸의 신체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기까지 한다. 이렇게 딸의 신체를 움직여줌으로 딸의 근육은 살아나게 되고. 딸의 뇌는 여전히 죽어 있다고 판명되는데도 나머지 모든 기관은 모두 정상상태에 이르게 되어, 딸은 평안히 잠든 모습처럼 보이게 된다.

 

과연 딸 미즈호는 살아 있는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이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무튼, 이번 소설은 뇌사, 죽음, 장기기증 등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들며, 아울러 소설을 읽는 내내 먹먹함을 한 가득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