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간이 나와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든다. 국내 출판 도서로는 13번째 책이다(이 책 출판 이후 다른 출판사들에서 작가의 책이 두 권 연달아 출간되어 현재 작가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된 책은 15권이 되었다.).

 

이번엔 새롭게 감성 미스터리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작품, 날개가 없어도.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책장을 펼쳐본다.

 

이번 작품은 여타 작품보다도 더 술술 읽힌다. 아마도 소설은 스포츠 드라마의 장르로 전개되기에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이번 소설에서도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가 그들이다. 작가의 소설은 여타 다른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각 작품에 카메오처럼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번엔 이 두 인물이 제법 큰 비중으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누카이 형사 시리즈><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라 칭하기엔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냥 날개가 없어도.

 

이누카이 형사의 경우, 살인마 잭의 고백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형사다(옮긴이의 말을 보면, 일곱 색깔의 독, 하멜른의 유괴마에서도 활약을 한다고 하는데, 이 두 책은 아직 국내에선 출간되지 않았다.). 이누카이 형사와 대결하게 되는 상대역은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시체 배달부 소년으로 유명한 악명 높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가 활약한다.

 

이런 협연으로 인해 두 인물의 대결에 주목하게 되지만, 실상 이 둘의 대결은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인 이치노세 사라란 아가씨다. 이 아가씨의 패럴림픽 도전기가 펼쳐진다.

 

사라는 육상 200m 국가대표를 꿈꾸는 유망주다. 별 문제가 없다면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출전할 것이 의심되지 않는 선수. 그런데, 그만 별 문제가 생기고 만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됨으로 왼쪽 다리의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만 것.

 

게다가 사고를 낸 사람은 바로 옆집 아들로 사라의 소꿉친구로 어린 시절 절친이자 첫사랑이다. 아빠의 자살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돼버린 녀석인데,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 사고 후 소꿉친구에 대한 사죄나 보상보다는 비싼 변호사를 빚을 내가며 선임하고 보석되어 집에 온 교통사고 가해자. 피해자들을 향해 사과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으며, 변호사와 상대하라던 그들. 그런데, 그 교통사고 가해자가 살해되고 만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설마 자신의 미래를 빼앗아버린 소꿉친구를 향해 사라나 그 가족이 행한 원한의 복수극인 걸까?

 

이렇게 이누카이 형사는 범인을 추적하게 되고, 살인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 교통사고 가해자가 교통사고 사건을 위해 선임한 변호사가 바로 악명 높은 변호사인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걸 알게 되고, 미코시바 레이지가 살인 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정말 미코시바 레이지는 그의 악명대로 못된 짓을 행한 걸까?(물론,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지>를 한 권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미코시바 레이지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소설은 피해자가 되어버린 교통사고 가해자를 죽인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앞에서도 살짝 언급한 것처럼,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 그렇기에 두 사람, 이누카이와 미코시바의 대결 역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소설의 큰 비중은 왼쪽 다리를 잃음으로 꿈의 날개가 꺾여버린 육상 선수 사라가 장애를 딛고 또 다른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극장 형 스토리, 스포츠 드라마가 펼쳐진다. 과연 사라가 장애를 딛고 육상 선수로서 다시 재기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소설은 진행되어지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시선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심어주기도 한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스포츠 드라마가 주된 스토리이다. 하지만, 소설은 추리소설의 본분을 잊진 않는다. 이 살인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깨닫게 될 때, 독자의 마음은 젖어들 수밖에 없다.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이번 작품에선 그리 큰 반전은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물론 반전이 없진 않지만 말이다.). 이미 독자들은 이 반전을 눈치 채게 되니까. 그럼에도 흥미가 반감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큰 감동이 독자를 젖어들게 만든다(이 감동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캐릭터가 바로 미코시바 레이지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는 3권으로 끝난 건가? 더 나오면 안 되나?).

 

책장을 덮으며, 1월에 출간된 또 다른 작품들(물론, 출판사는 다르지만)도 궁금해진다. 아울러,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가 블루홀6에서 새롭게 출간될 예정인 것 같아 반갑다. 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은 후, 왜 미사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눈에 띄지 않는 걸까 의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후속 작품들이 제법 있다. 이번 기회로 그 시리즈가 모두 출간될 듯싶어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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