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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4
E. T. A. 호프만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2월
평점 :
부끄럽게도 『호두까기 인형』이 러시아 작가의 작품인줄 알았답니다. 이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연상되는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동화의 원래 제목은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이었다고 하네요. 추후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이 너무나도 유명해지면서 동화 역시 그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호두까기 인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쌍벽을 이루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을 원작 그대로 번역한 작품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보물창고에서 출간되는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시리즈> 14번째 책인 『호두까기 인형』을 읽으며 역시 고전이구나 싶습니다.
고전은 다소 읽기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창작동화와는 문체나 전개, 그리고 시대적 배경 등 다양한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소 읽기 불편한 문장들에 적응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내용에 몰입하게 된다는 신기함이 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 동화를 읽은 후,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이 동화를 그 원형으로 하고 있구나 싶어, 역시 고전은 힘이 있구나 싶습니다.
인형들이 살아나 펼치는 환상적 이야기, 생쥐 대왕으로부터 호두까기 인형(드로셀마이어 대부의 조카인 드로셀마이어)을 지켜내고 결국엔 장난감 나라의 왕과 왕비가 되는 그 환상적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동화 속에서 이러한 환상적 이야기를 경험하는 주인공 소녀 마리는 어른들에겐 철부지 소녀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 환상적 경험은 한낱 공허한 꿈에 불과하다 치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환상적 경험이 그저 몽롱한 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사건으로 여겨진다는 점이야말로 『호두까기 인형』이 전해주는 또 하나의 커다란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동화 속에서 마리가 경험하는 것들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만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그 환상의 세계가 실재하고, 그 환상의 세계가 마리에겐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험이 됩니다(물론, 아찔한 모험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마리에게 그랬듯, 이처럼 환상의 세계, 그 이야기, 그 상상이 오늘 우리에게도 단순히 부서져버릴 허상이 아닌, 실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꿈꾸는 수많은 꿈들이 헛된 망상이 아닌 실재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이런 희망을 품게 합니다.
무엇보다 고전을 읽었다는 뿌듯한 마음도 갖게 됩니다. 책을 통해, 이러한 뿌듯함을 선물 받게 됩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커다란 뿌듯함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