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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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리소설에 대해 한층 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기껏해야 셜록 홈즈 전집을 읽어본 게 거의 다였었던 내가(물론, 몇몇 추리소설들을 산발적으로 읽긴 했지만 말이다.) 아르센 뤼팽 전집을 읽게 되었고, 우리 작가들의 추리소설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우리 작가들의 추리소설 역시 수작들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일본작가들의 추리소설이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곤 용의자 X의 헌신이 전부였었는데, 이젠 제법 많은 작품들(50권 쯤. 하지만, 아직도 읽을 게 많아 좋다.)을 섭렵했고, 그 외에도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가와 도쿠야, 아야츠지 유키토, 니시자와 야스히코, 나카야마 시치리, 혼다 데쓰야, 기시 유스케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차 이들 이전 시대의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 등의 작품들을 수집하던 차 바로 이들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 등이 영향을 받았다는 일본 추리소설의 선구자들의 작품이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로 기획 출간되는 그 첫 번째 책 제목은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전설이 되어버린 작가들의 작품이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책 속엔 세 명의 작가들 작품이 실려 있다. 구로이와 루이코, 아예바 고손, 모리타 시켄, 이 세 사람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구로이와 루이코의 세 가닥의 머리카락은 일본 최초의 창작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 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설레고 흥분된다.

 

책을 읽어보니, 책 제목이기도 한 세 가닥의 머리카락만이 순수 창작 추리소설이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번역소설이다. 구로이와 루이코의 또 다른 작품들 법정의 미인유령은 번역소설이라기보다는 번안소설이다.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외국작품(법정의 미인이 경우, 프레드릭 존 풀거스의 떳떳하지 못한 나날(dark days)이 원작이다.)을 작가가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내서 쓴 작품이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원작 소설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기보다는 번안 내지 재창조한 작품이다.

 

아에바 고손의 검은 고양이모르그 가의 살인은 그 작품 제목을 통해 눈치 챈 분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의 동명 단편추리소설들을 그대로 번역한 작품들이다. 모리타 시켄의 탐정 유벨은 빅토르 위고의 내가 본 것들(Things Seen: Choes Vues)이 원작인 번역소설이다.

 

솔직히 처음엔 서양추리소설을 번역한 작품들을 일본 최초의 추리소설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번역되거나 또는 번안된 작품들이 당시 독자들에게 추리소설이라는 토양을 마련해줬고, 이 토양 위에서 일본의 추리문학이 싹을 틔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런 토양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책읽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일본 최초의 창작 추리소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배부른 느낌이다. 아울러, 이들 작품에 대한 해설 역시 꼼꼼하게 읽는 것 역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본 추리 소설의 역사를 엿보는 것 같은 지적 만족감도 누리게 되고. 이 시리즈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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