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자 비채 x 히가시노 게이고 컬렉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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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 소설 미등록자를 보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을 기웃거렸다. 여러 번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예약이 꽉 차 예약불가 상태. 그러던 차 운 좋게도 예약 가능 상태이기에 얼른 예약을 걸어놓고, 앞 사람이 책을 반납하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반납일이 되었는데도 도서관에서는 책을 찾아가란 문자가 오질 않는다. 이렇게 열흘 가량이 더 흘러 드디어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

 

책을 빌리기 위해 회원증을 제시하는데, 담당자(숙달된 분이 아닌 듯) , “미등록자?” 그러며, 난감해 한다. 내 회원증으로 들어가 보니 컴퓨터에 미등록자라고 나오나보다. 그럴 수밖에 예약도서가 미등록자이니. 하지만, 직원분은 책제목이 아닌 내가 미등록자라고 착각을 한 것. 이에 또 다른 직원분을 부르고, 함께 모니터를 쳐다보며, “미등록자라고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의 발언을 이어가며 우왕좌왕한다.

 

담당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마치 콩트와 같은 그 일로 인해, 생각보다 책을 늦게 보게 되었다는 언짢았던 기분은 날아가 버리고, 웃음과 함께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은 201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플래티나 데이터>란 제목의 영화가 국내에서도 개봉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물론, 소설 역시 플래티나 데이터란 제목으로 서울문화사에서 2011년에 출간된 적이 있다(나 역시 이 책을 보고 싶어 이리저리 기웃거렸으면서도 이 사실을 모르고 소설을 읽다가 한 참 뒤편에서 이 단어 플래티나 데이터란 단어가 등장하기에 혹시 하며 찾아봤더니, 맞다. 바로 그 책이었다.). 금번 비채에서 민경욱 번역가에 의해 옮겨져 출간되었다.

 

소설은 다소 SF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미래사회는 아니지만, 어쩐지 미래사회의 느낌을 갖게 하는 부분들이 언뜻언뜻 비춰진다. 범죄 검거율을 높일뿐더러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명목으로 일본 정부는 DNA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 채취한 DNA 정보를 국가가 데이터로 가지고 있으면서 수사 기관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로서, 월등하게 발전된 DNA 분석 방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한 분석으로는 하나의 DNA만으로 그 사람의 다양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DNA만으로 범인의 얼굴을 사진처럼 정확하게 얻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용의자가 발생한다. 연쇄부녀자폭행살인 사건의 용의자인데, 보란 듯 피해자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 용의자, 자신의 욕망을 채운 후엔 총으로 살해한 대담한 용의자는 과연 누구일까? 전능할 것만 같던 DNA 분석 시스템이 용의자를 밝혀내지 못하는 것은 단지 모여진 정보가 적기 때문인 걸까? 아님 시스템에 알지 못하던 오류가 있는 걸까?

 

그러던 차, 이 시스템을 개발한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 아가씨와 그 오빠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놀랍게도 이 사건에 사용된 총이 연쇄부녀자폭행살인 용의자가 사용한 것과 동일하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어떤 목적에 의해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걸까?

 

이런 시스템을 만든 일에 일조하고, 그 수사방법을 적용하는 일을 하는 경시청 특수분석 연구소의 주임 분석원인 가구라 류헤이는 놀랍게도 시스템이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 다름 아닌 자신임을 알고 하루아침에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만다. 그것도 연쇄 살인범이란 의심을 입고. 과연 범인은 누구인걸까?

 

소설에서 가구라는 이중인격자다. 철저하게 다른 인격인 류라는 존재가 등장할 때면, 가구라는 그 시간의 기억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그 시간, 가구라는 류가 되어 사건이 벌어진 병원에 있었다. 정말 류가 범인인걸까?

 

보다 더 효과적인 범인검거를 위한 시스템인 DNA 분석 시스템, 그리고 DNA 정보 관리는 단순히 인권적 차원의 문제만을 잉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라도 그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관리하는 건 인간임에 작가는 주목한다. 그 인간은 언제든지 타락할 수 있음을. 특히, 권력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자들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비윤리적인 짓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은 관리라는 명목으로 지배하면서도 자신들은 스스로 과학의 맹점을 만들어가며 그 관리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존재들.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소설은 그러한 미등록자들의 존재가 있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법 밖에 존재하는 미꾸라지 같은 악한 권력자들을 말이다. 이런 존재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길 바란다. 혹이라도 현실 속 권력자들이 자신은 이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없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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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19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동이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중동이 2018-12-20 17: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