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더 포스 1~2 세트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린 작가라는 돈 윈슬로. 하지만, 난 그 수백만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그의 작품을 여태껏 만나본 적이 없다. 이번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더 포스』1,2권이 첫 만남이다.
이 첫 만남을 이끈 문구는 책을 소개하던 내용 가운데, 장강명 작가가 “입을 떡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읽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얼마나 재미나면 침을 질질 흘리며 읽었을까 싶어 궁금했다. 욕심이 일었다. 나 역시 작가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읽어보고 싶다고.
그렇게 시작된 돈 윈슬로의 『더 포스』 1권. 하지만 읽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어째 책 내용이 착 달라붙지 못하고, 붕 뜬 느낌.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듯 이야기하는 이유가 뭘까 의심스럽기까지. 그저 눈길로만 글자를 읽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정말 침을 질질 흘리기도 했다. 깜박 졸았던 것. 아, 속았구나. 낚였구나 싶은 생각에 선전 문구를 믿은 나의 어리석음을 책망했다.
하지만, 속는 김에 조금 더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책장을 펼쳤다. 이렇게 읽어나가는 사이 어느 샌가 소설 속에 푹 빠져 있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 따분하게 여겼던가 싶을 만큼 1권을 푹 빠져 읽고는 책장을 덮은 후, 얼른 2권을 찾아 손을 뻗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케 된다. 와~ 거짓이 아니었다. 괜스레 출판사의 요구와 안면을 고려하여 좋은 말을 써준 장강명 작가의 리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말 재미있다. 영화 <대부 시리즈>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푹 빠져 봤던 것 마냥 몰입해서 읽었다.
소설은 부패한 형사 데니 멀론과 그 팀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부패한 형사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왕국을 지켜내기 위한 형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자들이다. 좋은 경찰을 꿈꿨던 사내들이 언젠가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걸음 한 걸음 경계를 넘어서며, 타락하고 부패한 형사가 되어버린 이들. 그러다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곤충 마냥 발버둥 치다가 그물을 걸어놨던 이들의 요구대로 응해야만 하는 멀론. 그 멀론이 얼른 거미줄에서 빠져 나와 다시 뉴욕 거리를 활보하길 응원하게 된다.
그들 부패한 형사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구조 속 인물들 역시 부패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정의의 수호자인양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유익을 추구하는 자들일 뿐이다. 부패한 형사보다 더 악한 건 이들 정의로 포장된 부패한 사회구조다. 그 부패한 권력과 시스템 아래에서 부패한 형사들은 자신들이 정의의 집행자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방법이 옳진 않지만, 그럼에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집행하는 몸부림에 독자 역시 너무나도 자연스레 응원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2권을 덮으며, 한 동안 힘겨웠다. 부패한 형사 멀론을 이제는 떠나 보내줘야 하기에. 그럼에도 그 잔상은 며칠 동안 문득 문득 떠올랐다.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소설 『더 포스』를 통해 작가 돈 윈슬로를 사랑하는 수백만의 팬들 속에 살며시 1을 더해본다. 아무래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