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근대 속의 대한제국을 읽다 - 개항부터 한일합병까지 한국사 이면 엿보기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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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사과목을 공부할 때, 근대사 부분에서 어김없이 외우게 되는 사건들이 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개혁, 아관파천, 을사늑약(물론 당시에는 을사조약으로 배웠을 게다.) 등등의 단어들. ‘이들을 시대 순으로 바르게 열거한 것은?’ 이란 식의 문제들.... 그렇다. 이들 단어들은 우리들에겐 숫자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 용어 속에 일어난 내용을 암기하고, 그 연도를 암기하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었다.

 

그랬기에 그 역사적 사건들이 우리에겐 외워야 할 대상이었지, 그 사건을 들여다보며, 그 사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부침을 겪었던 사람을 들여다보며, 때론 분개하고, 때론 슬퍼하며, 때론 뭔가를 결단케 하는 살아있는 역사로서가 아닌, 그저 암기해야 할, 단어와 숫자에 불과한 죽어있는 역사였던 기억이다.

 

그렇게 죽어있는 역사, 말 그대로 이미 지나가버려 그저 단어와 숫자로 만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아닌, 사건들 이면에 담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나게 하는 책이 여기 있다. 역사 소설로 유명한 이수광 작가의 하루 30분 근대 속의 대한제국을 읽다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개화의 물결이 밀려와 다양한 모습으로 개항을 요구하던 때부터, 을사늑약이라는 국치 사건까지 한국사의 이면을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엿보게 되는 책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는 개항부터 한일합병까지 한국사 이면 엿보기이다.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익히 많이 듣고 알던 인물이나 사건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이런 인물이 격동의 시기 속에서 나름의 역할(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을 했구나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때론 잘 알지 못하던 이야기를 만나 눈을 반짝이던 때도 있었고. 때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책장을 덮어두고 분을 삭이던 때도 있었다. 때론 만약이런 인물이 없었더라면, ‘만약이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무의미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때론, 이 인물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구나 싶어 흥미로울 때도 있었다.

 

작가는 대체로 어떤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려 하지는 않는 듯 하다. 그저 29개의 역사적 사건들을 드러내며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가운데 각자 판단하게 하고, 각자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밀정이 되어 민족 반역의 길을 걸었던 배정자라는 인물, 친일파란 오해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김홍집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김정호의 딸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 어쩔 수 없이 울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역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어렵지 않은 쉽게 쓰인 역사 이야기를 통해, 개화의 물결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고민하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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