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시선 K-포엣 시리즈 6
김현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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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 출판사에서는 한영대역 시리즈로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들 가운데 선별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해왔다. 그런 아시아 출판사에서 이제 시선집 시리즈를 출간했다. 바로 <K-포엣> 시리즈다. 국내 시인들이 자신의 시집 가운데 직접 선별한 시들을 우리말과 함께 영어로 번역한 한영 대역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한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출간된 <K-포엣>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김현 시선집을 접하게 되었다.

 

시는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겠지, 아님 말고.). 그래서일까? 이 시집은 나의 존재를 철저하게 들여다보게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역시, 난 아직 풋내기 중에 풋내기. 시를 읽고 느끼며 상상하며 재생산하기에는 역시 턱없이 부족하단 생각을 들게 한다. 무슨 말이냐고? 한 마디로 시가 내 실력엔 너무 어렵단 말이다. 흑흑흑.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난 멍청이야. 흑흑.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시집 뒤편에 실린 시인에 대해 적힌 글이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김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핸드가이드북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의 시 한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런데 그의 시에는 해석에의 열정을 불태우는 무언가가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한 잉여가 있다는 것이 역설적인 매력 때문이다. 김현은 우리의 삶이 단일하게 해석될 수 없으며 아무리 해석하려고 해도 손아귀를 빠져 나가는 해석 불가능의 대상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 안지영 (112)

 

어쩐지 위로가 된다. 시를 통해 위로받지 못하고 이런 글에 위로받는 신세라니 부끄럽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어리석음을 탓하며, 이해되지 못하는 시들은 좀 더 내공을 쌓은 뒤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그러니, 무슨 서평을 쓴단 말인가.

 

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시가 두 편 있었다. <정신의 모양><잔잔한 마음>이 그것인데. <정신의 모양>이란 시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 마리 오징어처럼울고 있는 교실. 그곳에 적힌 정신일도하사불성이란 문구. 아이들이 그 문구처럼 먼저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여전히 울고 있는 교사를 향해, 진도 나가자며 외친다.

 

시가 그려주는 그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생각해 본다. 그래 아이들은 마땅히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해야지. 교사가 쯧쯧. 얼른 아이들 해야 할 공부 그 진도를 나가야지. . 이라 말하면 좋겠지만, 어쩐지, 그런 모습이 진짜 정신을 차린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말 정신을 차리는 것만이 최고인가? 때론 함께 울 수 있는 정신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 공감하지 못하는 지식인을 키워내는 것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라는 생각을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시인의 말처럼 목소리의 미래를 품게 되는 것이며, 시가 품고 있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시집을 잠시 책꽂이에 꽂아 둔다. 언젠가 반드시 이해하고 말테야, 하는 이루지 못할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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