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 18세기 초 프랑스 레지 신부가 전하는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쟝 밥티스트 레지 지음, 유정희.정은우 해제 / 아이네아스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린 누구나 우리의 역사 첫자리에 고조선이란 나라를 쓰길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고조선이라는 나라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물을 때, 말문이 턱 막힌다. 알고 있는 내용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참 귀한 책이 찾아왔다.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란 제목의 책인데, 이 책은 18세기 서양인이 기록한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쓴 레지 신부는 예수회 신부로 중국에 파송되어 거의 평생을 중국에서 살았던 인물이다. 지리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학자로서 그가 파송되어 일생을 보낸 중국이란 나라 곁에 있는 조선이란 나라를 알기 위해 조선의 역사를 연구하고 쓴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조선의 뿌리가 될 수 있는 고조선과 고구려, 고려의 역사 등을 다루었다. 본 책에서는 조선의 역사와 고려의 역사는 생략한 채, 고조선과 고구려 부분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레지 신부는 조선을 온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한다. 그렇기에 그가 참고한 역사서들은 중국 자료들이다. 이 말은 그가 쓴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는 다소 친중화적 내용, 친중화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그의 자료는 의의가 크다. 친중화적 성향으로 쓴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 속에서도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해 강력한 내용을 언급하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됨으로 고조선과 고구려가 얼마나 강한 나라였는지를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양인으로서 서양인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자료임도 의의가 크다고 해제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임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외부에선 이런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있다면, 우리의 자긍심은 우리만의 공허한 울림이 될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처럼 18세기 최고 지식인이 쓴 우리의 역사이기에 이러한 책이 더욱 널리 알려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겠다. 다시 말해 레지 신부가 쓴 역사서는 우리의 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역사적 자료이자 수단인 셈이다. 이러한 책이 우리 학계에서부터 홀대받고 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조선과 고구려라는 나라가 결코 약하지 않은 나라였음을 서양인의 눈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게다가 고조선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어떤 견해를 보이고 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알게 된 것 역시 좋았다. 해제자가 여러 차례 말하는 것처럼, 국학역사학의 입장에서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역사 관련 책들인 신단민사, 신단실기, 단조사고등은 환단고기와 같은 위서와는 다른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는 역사서라는 점을 알게 된 것 역시 나에겐 좋은 공부였다.

 

무엇보다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인 레지 신부가 쓴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한 역사를 직접 읽어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했다는 점도 괜스레 배부른 느낌이다. 아울러 책 뒤편에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해제자들과의 문답내용은 레지 신부의 역사서에 대해, 그리고 고조선과 고구려에 대해, 또한 역사에 대해 많은 내용들을 쉽게 알 수 있고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우리 민족의 선민의식을 과하게 드러내기 위해 기록된 역사가 아닌, 오히려 친중화적 성향으로 쓴 기록 가운데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를 발견하게 되는 점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찾아보니 레지 신부가 쓴 조선이야기인,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본 조선왕조란 책도 이미 출간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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