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머문 풍경
이시목 외 11명 지음 / 글누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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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일상을 잠시 벗어나 낯선 공간을 거니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어디론가 떠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이야말로 언제나 설렘 가득한 행복한 시간이다. 어딜 가면 좋을까 찾아보는 시간이 행복하다. 그곳에 가면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를 공부하는 시간도 행복하다. 그런 나에게 또 하나의 좋은 여행서적이 찾아왔다.

 

12명의 여행 작가들이 함께 만든 소설이 머문 풍경이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과연 문학 서적이라고 봐야할까, 여행서적으로 봐야할까 싶었는데, 여행서적이라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여행 정보를 전해주는 여행서적이라기보다는 문학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풀어나간 여행에세이이다.

    

책은 1,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작가 파트다. 작가의 삶이 녹아들어간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물론, 작가의 작품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초점은 작가에게 있다. 다양한 작가들을 잉태한 공간들을 만나는 특별한 행복이 있는 부분이다.

 

2부는 작품 파트로,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공간들을 이야기한다. 이 역시 1부와 마찬가지로 확연하게 작가와 작품을 구별할 수 없는 경우 역시 있다. 그럼에도 초점은 작품 속 공간에 있다. 작품 속 공간을 실제 여행한다면, 어쩐지 작품 속으로 들어가고 작품 속 인물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작가와 공간, 작품과 공간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여행에세이. 그러니 이 책 속에 담긴 여행들은 문학을 품은 여행이다. 이런 문학을 품은 여행을 통해 공간은 또 하나의 스토리를 갖게 되고, 특별해 진다. 여행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건데, 이처럼 특별한 인물들과 작품이 더해지니, 더욱 특별한 여행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리라.

  

  

한 사람의 글이 아닌, 12명의 서로 다른 여행 작가들의 글이기에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느낌을 갖게도 한다. 마치 여행은 결코 단조롭지 않음을 알려주듯 말이다. 아울러 몇몇 사진들은 작품이라 해도 좋을 만큼 좋아, 그 공간을 마음에 품게 만든다.

 

또한 의외의 기쁨도 있었다. 책 속에 소개하는 장소 가운데 내가 이미 가봤던 장소였는데, 여기에 또 다른 스토리가 담겨 있구나 싶은 기쁨도 있다. 또 어느 장소는 내가 개인적으로 자주 찾던 장소였기에 더욱 색다른 느낌을 갖게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는커녕, 그곳에 찾을 때마다 한 사람의 여행객도 만난 적이 없기에 나만의 장소로 간직하고 머리를 식히러 여러 번 찾았던 장소인데, 그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을 줄이야. 내가 앉았던 장소에 소설 속 인물도 앉았고, 그 작품을 쓴 작가 역시 앉았겠구나 싶어 묘한 느낌을 갖게도 한다.

 

이 책의 부작용이 하나 있다.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것. 작품을 찾아 읽고 그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싶다. 작품 속 인물을 혹시 만나게 될까? 아무래도 몇몇 작품들을 찾아 읽고 그 공간을 찾아 떠나는 소설이 머문 풍경속으로의 여행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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