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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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p.43)

 

 

 <시간을 파는 상점>의 문이 열렸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지배하고 있는 곳. 시간을 파는 상점.  이곳에서는 정말 시간을 사고 팔 수 있을까?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  평범한 고등학교 소녀, 온조.  훌륭한 소방대원이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아빠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받아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가 되었다.   의뢰가 들어오긴 들어올까?  이런 말도 안되는 곳에 말이다.  이 요상한 상점이 오픈하자 마자 '네곁에'라는 닉네임의 의뢰가 들어온다.

 

 온조의 옆반에서 일어난 PMP 분실 사건.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달라는 부탁. 작년 온조네 학교에서는 MP3 도난 사건이 있었고, 훔친 친구는 사실을 안 선생님의 내일 보자는 시간의 유예를 견디지 못하고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조용 조용 그 사건은 덮어져 버렸는데,  다시 그런일이 일어났다.  상점을 오픈하자 마자 폐쇄 위기에 처하지만, 또 한 명의 친구가 그와 같은 죽음을 맞닥뜨릴까봐 몸서리치면서 온조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첫번째 사건의 해결과 함께 <시간을 파는 상점>의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이 늘어난다.  강토라는 닉네임으로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하기를 원하는 의뢰, 시간을 잡아두고픈 간절함으로 천국의 우편 배달부가 되어 달라는 의뢰, 자신의 친구가 되어 달라는 가네샤의 의뢰가 계속 이어진다.  의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조의 절친 난주가 빠져버린 사랑도 해결을 해줘야 한다.  까칠남 정이현.  난주에 사랑을 위해서 온힘을 기울이면서 온조는 정이현과 친분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엄마는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 시간은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렸어. 늘 바쁘다고 하면서 필요 없는 시간들을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시간 없다고 한 거라는 것을 알았어.  엄마는 다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p.150)  생물쌤 불곰과 살구꽃 엄마. 사람의 마음이 순식간에 옮겨갈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흔들리는 엄마와 엄마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서글픈 온조.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난주를 통해서 해결을 한다.  그와 함께 <시간을 파는 상점>은 불곰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온조 개인의 상점이 아닌 우리의 상점이 되어간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거다.  이건 누구도 모르는 너와 나의 비림이다."(p.171)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딱딱하게 각져 있지만은 않다는 거, 그리고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이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p.38)

 

 우리가 느끼고 있는 시간은 정말 맞는 걸까? 이야기는 착착착 시계 바늘이 돌아가듯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이탈도 없고 청소년들의 탈선도 없다.   그래서 깨끗하고 상쾌하다.  그럼에도 요즘 아이들이 느껴진다.  첫사랑에 가슴 떨리고, 그 사랑이 아이들만이 아닌 엄마와 선생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을 통해서 시간의 양면성도 보여준다.  아이와의 쪽지를 통한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에서는 주관적 시간까지 끌어들여서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다.  미스테리라고 할수는 없지만, 그런 요소를 집어넣어 '네곁에'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품게 만들고, 멋있는 척과 찌질이를 오갈 수 있는 정이현을 통해서 풋풋한 첫사랑도 그려주고 있다.   첫장을 펼치자 마자 몰입되어지는 힘이 굉장히 강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깨끗함이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신 기분이라고 할까?  강토와 할아버지를 만나기위해 뛰어가는 온조. 머리칼을 올올이 날리는 바람. 그 바람만큼 시원하다. 그리고 온조의 말처럼 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이 늘 처임인것 처럼(p.220)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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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2012-05-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해도 될까요? :^) http://blog.aladin.co.kr/culture/5607535
이나 본 작성자의 메일이나 쪽지로도 참석 여부 알려주셔도 되요!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