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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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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 두 사람이 만나서 낳은 아이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를 먼저 찾는다. 보통의 엄마들이 아이의 변화와 반응에 더 민감하니까, 그리고 상대적으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아빠와 호랑이 버스>의 주인공 선아도 보통의 아이처럼 엄마를 더 좋아하고 엄마를 찾는 것 같다. 아빠와 둘이 보내게 된 하루의 시작에는 불만이 가득할 수 밖에 없었다. 선아 눈에는 아빠가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만 같다. 그런 아빠와 호랑이를 보러 가게 되면서 사건(!)이 시간된다.
호랑이를 보러 가는 버스 안에서 잠든 선아와 아빠는 내려야 할 정류장이 지나도록 깨지 못한다. 한참 뒤 잠에서 깬 선아가 급하게 아빠를 깨운다. 버스 안에 사람이 아닌, 동물 손님들이 가득했던 탓이다. 하지만 어느 동물도 선아와 아빠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게 동물 손님들을 가득 태운 버스는 어디론가 향한다.
선아와 아빠의 특별한 여행과 경험, 그 스토리도 좋지만, 그림책 곳곳에 보이는 호랑이와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일상적인 도시의 모습에서 조금씩 조금씩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전개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신선했다. 신이 난 선아와 달리, 선아와의 외출로 진땀 빼는 아빠의 모습도 웃음 포인트다.
아이에게는 사실 대단한 선물이나 이벤트가 필요한것은 아닐거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 그리고 함께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특별한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하다. 나도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아빠와 호랑이 버스>처럼 호랑이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아이 같은 마음도 오랜만에 가져보았다. 내일은 아이들에게도 읽어줘야지;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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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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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징그럽다'는 말을 잘 쓰신다. 곤충이나 징그러운 어떤 것을 보았을 때가 아니라, 기가 막히거나 어이없는 일에 대한 리액션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표현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와닿게 된달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징그러운' 것이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어라.

<탬버린>은 김유담 작가의 소설집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로 지방의 소도시 어딘가에서 나고 자라다, 더 큰 세상을 꿈꾸며 서울이나 큰 도시로 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않다는 것을 작가는 여러 단편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태생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던 고향이나 가족을 뒤로 하고, 자신의 노력(또는 운)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나아왔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은 타고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내 것이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삶을 '징글징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징그럽다한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현실에 주어진 삶 가운데에서 버티고 또 버텨내는 수 밖에.

지금 대한민국 어디선가 괴롭게 안고 있을,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가가 조심스럽게 내밀 수 있는 위로는 바로 '징글'(jingle)이 찰랑거리는 탬버린이 아닐까. 찰랑거리는 그 소리에 몸을 흔드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될테니.

그렇다 해도 내 인생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운이 좋았고 그나마 쉽게 풀린 축에 속해봤자, 고작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다. 나 역시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했다. 그럼에도 버텨낼 자리 하나도 허락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나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탬버린',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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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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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_자동 피아노 自動piano: 사람이 연주하는 대신에 기계의 작용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노. 특수한 악보를 쓰며 공기의 힘으로 해머를 쳐서 소리를 낸다. [네이버 국어사전]

0_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화자가 누구인지도,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죽음이 시시때때로 다가오고 있음을.

0_어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있다. 긍정에서 시작한 생각은 어느새 부정이 되고, 절망이었던 생각이 어느새 희망이 되기도 한다. 분명히 연결고리는 있었는데, 설명을 하려면 논리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A가 B가 되었는지-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이 그런 것일까.

0_<자동 피아노>는 소설이지만 장편의 시 같기도 하다. 사실 소설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것 같다.

0_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은 '난해'하다. 화자가 누구인지도, 어떤 이유에서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사투를 벌이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알 수 있는 건,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만큼 서서히 연주되어지는 '죽음'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결코 특정한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여전히 이 소설은 '난해'하다.

사계 Op.37a

The Seasons, Op.37a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Pyotr Il'ich Chaikovskii

당신은 말했다.

차이콥스키가 흘러나오면 너는 벌써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은 것 같았어. 계절이 변할 때마다 단번에 웃고, 울고, 찡그리고, 숙연해졌지. 나는 네가 울 때마다 배가 고픈건지 잠이 부족한 건지 몰라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너는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계절에 이미 다녀온 것처럼 전부 알고 있었던 거야. 정말로 기적 같았지.

한 계절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일.

그리고 기적은, 내가 배우지 않았다면 좋았을 단어.

- 88p, <자동 피아노> 천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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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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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덕질'을 하는가. 어떤 대가를 바라기 보다는 나만의 만족에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우리는 우리를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에게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그 상대를 위해 무제한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낸다. '덕질'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본다한들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이건만, 그보다 확실한 건 어쨌거나 많은 이들이 '덕질'을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될 수 없으며, 하나의 취향으로 단정짓기에는 우리나라 연예계는 물론 문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덕질'이리라.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덕질'을 하다가 재능을 발견하여 '성덕'이 되는 경우도 있고, '덕질'과 관련된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질'을 하는 사람들조차 스스로에게 큰 의미 부여를 하기보다는 주변 시선을 더 의식하진 않았을까.

<라스트 러브>는 제로캐럿이라는 가상의 걸그룹 이야기와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팬픽이 교차되어 전개되는 독특한 소설이다. 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면서 (한 가지 성만으로 존재하는 아이돌 그룹 특성상) 동성애 코드가 빠지지 않는 팬픽이 메이저 출판사의 소설로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모든 팬픽이나 인터넷 소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아마추어가 사심을 가득 담아 쓰는 소설은 팬들을 위한 것이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은 아니기에 활자로 인쇄되어 서점에 꽂힐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 능력자들이 있어서 팬들 사이에서는 출판을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여성 작가가 쓴 여자 아이돌 팬픽이라니. 그동안 남자 아이돌만 좋아했던 나로서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설 제목인 <라스트 러브>는 제로캐럿의 데뷔곡이자 첫 콘서트(이자 마지막이 될) 제목이기도 하다. 콘서트를 준비하고 콘서트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의 시간 속에 단순히 팬심 담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지 모르는 '여자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나 불합리,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쏟아지는 언어적, 비언어적 폭력들이 곳곳에 나타나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아이돌들에게 보기 좋은 캐릭터를 씌우고 그것을 강요하는 모습들도 있다. 현실이 반영되어 자칫 어두워질수도 있는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이것이 픽션임을 증명하듯 제로캐럿이 등장하는 팬픽이 등장한다. 제로캐럿이지만 동시에 제로캐럿이 아닌 그들은 학생이 되었다가, 편의점 알바생이 되었다가, 회사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자 꿈을 꾸었던 소녀들은 현실이 아닌 팬픽에서 오히려 더 자유로워진다.

등장인물 중 하나이자 제로캐럿의 팬픽 저자인 파인캐럿은 제로캐럿의 오랜 팬이다. 파인캐럿은 제로캐럿 초창기부터 팬이었는데 '최애'였던 재키가 없음에도 제로캐럿을 응원하고 팬픽을 계속해서 쓰는 골수팬 중 하나이다. '최애'가 탈퇴한 뒤에도 제로캐럿을 응원하는 파인캐럿은 제로캐럿 팬들 사이에서 꽤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아마도 S.E.S.의 오랜 팬이자 S.E.S. 팬픽을 썼다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파인캐럿을 통해서 <라스트 러브>는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를 상대적인 제 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도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라면 이 소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덕질'을 해 보지 않은 나에게도 낯선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한들 이름도 전체 몇 명인지도 모를 아이돌들이 매해 쏟아져 나오는 케이팝 시장이 있는 한, <라스트 러브>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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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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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 알기 때문에 읽기 전부터 두렵고 걱정이 되는 책.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에게 언제 그것이 닥칠지 몰라 읽는 내내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게 되는 책. 조금만 더 읽어서 그것이 나오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어느새 정이 든 등장인물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외면할 수 없는 책. 최진영 작가의 <이제야 언니에게>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포털 뉴스 기사 제목에서 너무 흔해져버린 단어들- '성폭력', '피해자', '가해자'. 언제부터 우리 주변에 이런 일이 많았나. 원래 많았는데 인터넷 덕에 이렇게 흔한 일이 되어버렸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피하고만 싶어진다.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너무 두렵고, 또 두렵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들의 마음을, 생각을, 괴로움을, 고통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전혀. 이 책을 읽고 나는 조금도, 아주 조금도 그들을 이해한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것은 그 사건 자체일테지만, 그보다 더 한 폭력은 피해자들에게 추측성으로, 비자발적으로 씌워지는 사회적 편견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나 역시,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들에게 '꽃뱀', '밝히는 x' 등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겁다. '여자애라서' 나 역시 존중받지 못한 때가 있었을텐데 나 스스로도 '여자애라서'라는 생각에 나를 가둔 것은 아니었나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사회에서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우리는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 쉬이 잊어버리고 있을까. 우리는 왜 그럴까.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화는 대체 누구를 위한 합리화일까. 잔인한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가해자의 편에서 편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그것은 아마 몇 천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작가님의 편지에서 제야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과연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나 역시도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조차도 제야에게는 상처가 될 것만 같았다. 아니, 이런 생각부터가 제야를 상처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제야만의 길을 택한 것이 대견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다. 이 마음이 내가 제야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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