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도 어김없이 새해 다짐은 무너지고 말아.... 

무려 세권이나 사고 말았다. 커피랑 볼펜은 물론 쿠폰 사용을 위해... 



























<주디스 헌>과 <도둑맞은 집중력>이 잠자냥님 때문에(?) 산 책들이니,

나의 새해 다짐을 무너뜨리는 데 잠자냥님의 공로(?)가 그만큼 크시다.

그래도 좋은 책들이라 후회는 없다.. 없... 이럴 거면 그냥 새해다짐을 바꿀까..? 



예외: 아이들 책


아이들 책도 어쩌다 보니 꽤 많이 샀다. 

<양말마녀 네네칫>은 아이가 재미있어 해서 5권까지 다 모음. 

<엄마와 함께 미로찾기>2,3단계는 둘쨰의 주문. 

<최재천의 동물대탐험>1권은, 이거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보고 검색했더니 괜찮을 것 같아, 마침 중고로 겟. 다락방님 읽으셨나요? 글밥이 꽤 많아 어떨까 싶었는데 첫째가 재미있게 봤다. 벌써 두세번 읽은 듯. 과학책보다 이야기책 같아서 더 잘 읽는 것 같다.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는 중고책 보다가 발견. 로알드 달이라 별 의심없이 주문했다. 심술궂은 할머니가 미워서 이상한 재료들을 마구 넣고 만든 약을 할머니가 실수로 먹게 되고.. 할머니는 엄청나게 길어져서 지붕을 뚫을 지경인데? 상상력이 재미있는 책. 그런데 할머니가 너무 못되게 나오고 대놓고 할머니 싫어해서..이거 괜찮나;; 

<변비 탐정 실룩> 1권은 새로 나온 시리즈인데 재밌어 보여 샀다. 어째서 변비 탐정이냐? 저 토끼탐정의 얼굴이 벌건 것은 모두 변비 탓. 변을 시원하게 보고 나오면 하얗게 변한다. 그게 너무 웃겨서 애들이랑 같이 빵 터짐 ㅋㅋ 탐정이 해결하는 사건 자체는 간단하고, 중간중간 숨은그림찾기 같은 게 나온다. 초고는 유치하겠고, 초저까지는 볼만할 듯. 




























읽은 책: 6권































<퀴어, 젠더, 트랜스>와 <조선의 퀴어>는 지난번 주제독서 마무리 페이퍼에서 소개했다.

조선의 퀴어 리뷰도 쓰려고 했는데.. 으..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리뷰 썼고,

<을들의 당나귀 귀>2권, 지난 목요일 점심시간에 페이퍼 쓰다가 날아가서 의욕상실.. 할뻔 했으나 다음날 다시 켜보니 다행히 임시저장 되어 있었다! 알라딘 땡큐. 빨리 마무리 해서 올려야하는데.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도 잊어버리기 전에 어서 리뷰를 써야 하는데 말이다.. 

<토지>18권- 새 판본이 나오니 내가 듣던 마로니에북스는 저 밑으로 밀려난 듯. 토지 전집 새 판본 멋지지만.. 차마 또 살 수는 읎다. 



6월 책이었던 <페미니즘의 도전>은 아직 못 끝냈고 ㅠㅠ 

<한자의 풍경>은 쬐끔 남았고, <도둑맞은 집중력>은 2/3 정도 읽은 상태.

병렬독서를 좀 줄여야겠다. 아무래도 한권을 계속 가지고 다니며 읽기는 어려우니 두권 정도로. 


젠더퀴어 주제독서에 이어 다른 주제독서를 하려고 고민중인데,

원래 주제독서 할 때 의미는 주제에 맞춰 새 책을 사 읽는 것이었으나..

이젠 그 의미가 이미 사둔 책들 주제별로 모아 읽기로 바뀌어야 할 듯 하다 ㅜㅜ 


역사? 과학? 여러가지 생각했지만 

"법률/재판/범죄심리"로 할까 한다. 

마침 빌려온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로 시작하면 되겠다.

가지고 있는 관련 책들은 이런 것들.




 








































<정의론>이 이 주제에 딱 들어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넣어 넣어 ㅋ 

<판사와 형리>는 예전에 자냥오별이라 아묻따 샀던 거라 내용 모르지만 일단 판사 나오니까 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을 책은 이거다.. 뚜둥















검색해보니 2011년에 샀다. 무려 12년동안 펼쳐지지 않은 책... 

이걸 어쩌지. 읽어보신 분? 이거 읽을 만 한가요? 엄청 지루한 거 아닌가 궁금.

아무튼 이 책은 주제독서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합니다. 

(과연 이 주제독서에 끝은 있을 것인가...) 


그럼 여러분, 불판에 익혀지는 고기가 된 것 같은 7월 날씨인데요,

더위 먹지 말고, 냉방병 걸리지 말고,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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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03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때문에 잠‘입니다. ㅋㅋㅋㅋ아니 판사 나온다고 ㅋㅋㅋ 판사와 형리 ㅋㅋㅋㅋㅋㅋㅋ 이 중에 저는 <변비 탐정 실룩>이 땡깁니다.

독서괭 2023-07-03 13:24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의외로 동화책이랑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고양이들 읽어주시는 거 아닙니까? ㅎㅎ / 떄문에 잠님 때문에 새해다짐이 엉망진창.. 아니, 남탓 하지 않겠습니다. 애초에 다짐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던 걸로 ㅋㅋㅋ

잠자냥 2023-07-03 13:46   좋아요 3 | URL
사실 즤집에 숨겨놓은 자식이............
은오야, 인간 아이도 괜찮겠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03 16:23   좋아요 2 | URL
아니 사실 여태 잠자냥님이 은오님의 결혼신청을 마다했던 것은 짝꿍 때문이 아니라 숨겨놓은 자식 때문이었다는 충격적 진실??

거리의화가 2023-07-03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토지 검색하면서 마로니에북스판본은 저 뒤로 밀려나 있어서 좀 마음이 허하더라구요? 하지만 다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두 권만 남은 상태니까 아쉽더라도 어쩔 수 없겠죠^^;
그리고 책 구매를 어떻게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참에 조건을 변경해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그나저나 다음 테마 책이 갑자기 법인가요?ㅎㅎㅎ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책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어렵지 않을까요ㅠㅠ 아무튼 괭님 응원합니다!ㅎㅎㅎ

독서괭 2023-07-03 16:26   좋아요 2 | URL
으흐흐 화가님, 마로니에북스 찾으려면 넘겨야 해서 귀찮죠 ㅠㅠ 표지갈이 하기엔 너무 비싸서 차마.. ㅋㅋ 한국문학은 번역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새로 살 핑계가 없네요 ㅋㅋ
이참에 조건 변경.. 할까요? 이미 염두에 뒀는데, 집에 있는 책 3권 해치우면(?) 1권 사기 입니다.. 이런 조건 안 달기에는 이미 책장이 미어터져서.. ㅠㅠ 슬프네요.
네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빌려왔으니 빨리 읽어야하고, 이참에 밀린 책들 좀 읽어보자 싶습니다. 제가 그래서-어려울까봐- 슬쩍 ‘범죄심리‘를 껴넣은 것이지요 ㅋㅋㅋ 어차피 이미 사둔 책들이기 때문에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화가님 응원 감사해요^^

건수하 2023-07-0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독서괭님 다음 주제 엄청 궁금했는데.. 주제 도서를 보니… 음… 독서괭님 글 보고 저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도둑맞은 집중력> 독서괭님은 어찌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물론 <을들의 당나귀 귀>도 궁금~

독서괭 2023-07-03 16:27   좋아요 1 | URL
엄청 궁금하셨다니 수하님 영광입니다! 수하님의 ‘...음...‘이 의미심장하네요 ㅋㅋㅋㅋ 관심 가지실 수 있게 제가 노력해보겠습니다(불끈).
도둑맞은 집중력은 뒷부분에 대한 말이 많아서 끝까지 읽어보고 평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지금까지(10장 정도?)는 재밌더라고요. <을들의 당나귀 귀>는 정성스레는 못 쓸 것 같은데 곧 올리겠습니다.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3-07-03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변비 탐정 실룩..ㅋㅋㅋㅋ
와... 세 권밖에 안 샀는데 계획이 무너진 건가요? 전 다섯 권만 사기로 했었는데 다섯 권씩 다섯 번 이상을 샀더라구요?ㅜㅜ
어쨌거나 하반기 이번 달부터 다시 지키면 되니까 또 달려봅시다^^
전 오늘 벌써 다섯 권 미리 주문해 뒀어요.ㅋㅋㅋ
울 괭 님은 정말 혼자서도 잘하는 모범적인 알라디너에요^^

독서괭 2023-07-04 15:13   좋아요 1 | URL
변비 탐정 웃기죠 ㅋㅋㅋ
네 책나무님, 저는 계획이 ‘안 산다‘였거든요.. 역시 너무 무리였죠? ㅠㅠ 다섯 권씩 다섯 번 이상을 사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계획 지킨 걸로 봐도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하반기엔 다짐을 좀 수정할까도 싶네요.. 흠.. 아직은 아이들책만 주문해놨는데, 신간 <그책은>이 아이들책으로 넣을 수 있는 책인지 한번 봐야 알겠어요 ㅋ
혼자서 잘하지 못합니다. 모두 알라딘 친구님들의 격려 덕이죠^^

은오 2023-07-03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저랑 같이 잠자냥님 고소하러 갑시다. 아무래도 잠자냥님이 저희 통장 털어서 알라딘에 갖다주는듯.... 사실 잠자냥님 출판사 편집자 아니고 알라딘 직원일지도.....
괭님이 책구입 엄청 자제하시는 이유가 있었어....ㅋㅋㅋㅋㅋ 주제에 맞춰 새 책 안 사셔도 이미 집에 많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7-03 23:42   좋아요 2 | URL
친구들이 알라딘 엠디 지원하라고 한 적은 있습니다만….. 알라딘은 내 놀이터여야먄 합니다. 직장이 되면 곤란해…..

은오 2023-07-03 23:35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알라딘으로 이직하시면 잠자냥님 회사 대표가 슬퍼해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3-07-04 15:14   좋아요 1 | URL
저도 잠자냥님 의심했었는데 출판사 편집자시더라고요 ㅋㅋㅋ 그사이 옮기신 건 아니겠죠! 놀이터라고 표현하신 걸 보면 안심해도 될 듯 합니다.
주제에 맞춰 안 사도 이미 집에 많음 ㅋㅋㅋㅋ 그러니까요, 반성의 시간... 애들 책장 싹 비우고 제 책으로 채워넣고 싶네요 흑흑 ㅠㅠ

미미 2023-07-03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판에 고기ㅋㅋㅋㅋ 어쩐지 감귤이(저희집 고양이)가 오늘따라 자꾸 저를 물더라구요ㅋ
저 비오는거 싫어하는데 오늘은 비가 간절했습니다.
괭님이 읽을 책들 리스트 다 솔깃하네요!!

독서괭 2023-07-04 15:15   좋아요 1 | URL
아유 미미님, 감귤이 전에 길냥이 데려오신 애죠? 역시 이름 예쁘네요. 상콤한 느낌 ㅎㅎ
오늘은 비가 오는데, 너무 많이 오진 않으면 좋겠네요.
읽을 책들 중에 골라골라~~ 제가 읽고 추천드리겠습니다!

새파랑 2023-07-03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괭님은 <토지> 완독 챌린지를 하시니 모든게 다 용서가 됩니다 ~!!

그런데

독서괭님 정도의 셀럽이면 한달에 책 6권은 사야 하는거 아닌가요? ㅋ

읽은 책 권수 만큼 책 살수 있는걸로 바꾸셔야 합니다~!!

독서괭 2023-07-04 15:16   좋아요 0 | URL
모든게 다 용서가 된다니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ㅋㅋㅋㅋ
저도 한달에 6권은 사고 싶네요 ㅠㅠ 애들이 커서 어른책 읽을 나이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 애들책장이 자리를 넘 많이 차지해요 ㅠㅠ 넓은 집을 사든지 원...

단발머리 2023-07-04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더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1. 책을 정리한다 2. 책을 알라딘에 팔거나 기증한다 3. 책을 산다

더 좋은 방법도 있겠으나 이사는 아무래도 힘드니까요. 참고하세요^^

독서괭 2023-07-0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안 그래도 저 갖고 있는 책들 싹 다 처분하도 새로 시작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습니다… 그렇게까진 못해도 과감히 처분 좀 해야겠어요. 아무리 좋았어도 두번 읽을 책은 적으니 ㅠㅠ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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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내게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표제작이 된 이유가 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라는 언뜻 불가해한 표현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과거에 갇혀 비관에 빠진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 위로와 함께 '미래를 기억함으로써' 비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제안이 담겨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따뜻하고 다정하며 가볍지 않은 긍정성을 품고 있다. 다만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은 다소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 이토록 평범한 미래


화자는 1999년을 회고한다. 2019년에 읽은 소설의 내용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던 1999년의 일을. 20년 전 동반자살을 꿈꾸었던 지민은 이제 화자와 결혼하여 함께 그때를 돌아보고 있다. 지민에게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해준 것은 예언자라 칭하던 줄리아가 둘에게 한, '두 사람은 결혼할 것이다'라는, 평범하지만 시차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를 생각하기보다 미래를 상상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29쪽)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34,35쪽)




#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이토록 평범한 미래'보다 2년 전에 발표된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역시 미래를 기억한다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이 소설집 제일 마지막에 배치되어 수미쌍관의 느낌이! 

화자는 입원한 할아버지가 '바르바라'라는 말을 자꾸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의 기억을 추적한다. 할아버지의 구술 기록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 녹취한 자료를 듣는다. 


"과거의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미래의 우리는 생각할 수 없을까?" (224쪽)

"우린 어릴 때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랐어. 우리 정신의 삶이 과거로 팔십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의 뜻이 여기에 있다네. 나는 1940년대를 기억하고 있어. 그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지금까지 증언했잖아. 지금 만약 내곁에 열 살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나를 통해 팔십여 년 전의 일들을 역사가 아닌 실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그렇다면 그 아이의 손자는 이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경험한 시각으로 내가 겪은 1940년대의 일들을 바라볼 수 있을 거야. 거기에 비관이 깃들 여지가 있겠는가?" (234쪽) 

  

세대와 세대 사이의 교류와 소통, 그리고 책 속의 기록 등을 통해 우리 정신의 삶은 과거 80년+나의 삶 80년+미래 80년 합하여 240년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말은 어쩐지 감동적이면서, 세대간 갈등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는 것 같다. '고독'은 정신을 확장하지만 '고립'은 비극을 초래한다. 




#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 사랑의 단상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와 '사랑의 단상'도 좋았는데, 이 두 작품은 2014년에 발표된 글로, 세월호 사건을 추모한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화자가 희진으로부터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 메일은 희진과 함께 일본에 갔던 10여 년 전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현재의 배경은 2014년 4월, 당연히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인디 가수로서 일본에 초청받아 간 희진은 공연 마지막에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직접 지은 노래를 부르다가 울고 만다. 공연이 끝나고 그녀를 초대했다는 일본인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희진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바로 10년 전, 2004년 봄에 희진이 화자와 함께 방문했을 때, 자신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인생에 확고한 기억과 희맘의 끈으로 남게 되었다는 사실을. 희진은 묻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181쪽) 


'사랑의 단상 2014'는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와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담긴 단편이다.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진 지훈의 기억들이 다소 가볍고 낭만적으로 제시되다가, 마지막에 반전이다. 웹사이트 검색창에 '사랑해'라고 입력했더니 나온, 유족들의 편지...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211쪽)


두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잊지 말자고, 기억하자고,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 진주의 결말 (독서괭 Best!)


여러 작품들이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진주의 결말'이다.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빌려 읽은 이 책을 사서 소장해야 하나 고민중. 


'진주의 결말' 속 화자는 <사건의 결말>이라는 프로그램(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한 듯)에 출연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다. 그가 분석한 사건의 피의자인 유진주. 그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살던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몇 년 동안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받는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받던 유진주는 아버지와 살던 집에 불을 지르고 제주도로 도피한 후, 화자에게 메일을 보낸다. <사건의 결말>을 통해 화자는 유진주의 삶과 아버지의 사망 사건, 이어 방화에 이르기까지를 "그럴싸한 이야기"(87쪽)로 엮어낸다. 수동적으로 억압을 견디던 피해자의 감정 분출, 그것이 사건의 전말이라고. 하지만 유진주의 메일에서 그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의 제 삶은 앞뒤가 척척 맞아떨어지지 않거든요."(87쪽) 


'진주의 결말'은 자꾸만 논리정연하게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우리의 본능에 경고한다. 우리는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한다(85쪽). 누군가의 인생이, 처지가, 고통이 나의 이해의 범주를 넘어설 때,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내 이해의 범주 안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처지를, 고통을 우겨넣고는,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유진주는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73쪽)이라는 화자의 말을 가슴에 품으면서도, "모두 각자의 달을 향해 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이 말하는 게 분명 제 마음일 텐데도 전혀 제 마음 같지가 않았어요. 아빠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제가 몰리고 있었다는 게 선생님의 전제인데, 그것부터가 잘못됐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의 분석도 죄다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저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수동적인 희생자가 아니예요. 생각해보세요, 선생님. 저도 달을 향해 서 있고, 선생님도 또 저의 이웃들도 달을 향해 서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달을 향해 서 있는 거예요.(...)"  (73, 74쪽)


제가 공책에 받아 적은 끔찍한 글을 읽고 난 뒤에도 저를 이해해준 사람은 아빠뿐이었어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선생님도 저를 이해하려고 애썼을 뿐이지 이해하진 못하셨잖아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 아빠는 제가 쓴 문장들에 줄을 그으면서 말했습니다. 너는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네가 아니야. 너는 이 생각들에 줄을 긋는 사람이야. 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겁먹지 말고 가만히 지켜봐. 그다음에 너는 그 생각에 줄을 그어 지울 수 있어.(...) 어떤 생각을 지우고 어떤 생각을 남길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야. 마음껏 생각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생각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게 너의 미래가 될 거야.   (85,86쪽) 



일독을 권합니다!! 

아, 2년 쯤 전에 읽다가 중도에 끊겨 버려 끝내지 못한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다시 읽어야겠다.. 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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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6-22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드뎌 이 작품 읽으셨군요. 넘 좋죠!^^ 진주의 결말 저도 좋았습니다. 미래에 대해서 희망이란 단어가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긍정적 미래를 그려보고 싶달까 그랬어요.

독서괭 2023-06-22 17:57   좋아요 1 | URL
오 화가님도 좋으셨다니 반갑습니다^^ 맞아요 희망의 방향을 찾는 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그렇다고 감성팔이도 아니고요.

잠자냥 2023-06-22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괭 베스트 작품 궁금하다.... (김연수 안 좋아하는데도 으음....)

독서괭 2023-06-22 17:57   좋아요 1 | URL
김연수 별로 안 좋아하시는군요? 전 옛날에 소설집 하나 읽은 게 다라 뭐라 할 순 없는데 이 책은 좋았습니다. 도서관에서 괭베스트만 읽어보시고 별로면 이 갬성 아닌 걸로 ㅋㅋ

난티나무 2023-06-2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저 ‘진주의 결말’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 책 아니고 다른 단편모음집?이었던 거 같은데요…. 어디서 읽었드라???@@

난티나무 2023-06-22 16:09   좋아요 1 | URL
찾았습니다. 2022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이네요.^^

독서괭 2023-06-22 17:5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난티나무님 거기서 읽으셨군요! 좋으셨다면 여기 다른 작품들도 고고~^^

새파랑 2023-06-22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독을 권할만한 작품입니까? ㅋ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독서괭 2023-06-22 17:59   좋아요 1 | URL
한국문학도 한번씩 읽어주시는 새파랑님~ 이책도 한번 읽어보시죠^^

다락방 2023-06-22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연수 좋아한 적 없는데,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건 다 독서괭님 때문입니다. 베스트로 뽑으신 진주의 결말이 저도 궁금하네요. 흐음.. 난 김연수를 안좋아하는데.. 흐음….진주의 결말…..

독서괭 2023-06-22 22:16   좋아요 0 | URL
오 저는 잠자냥님과 다락방님이 김연수 안 좋아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비슷한 이유일까도요. 그것이 알고 싶다!!

난티나무 2023-06-23 01:17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김연수 별로라….ㅋㅋㅋ 혹 책을 사신다면 김승옥문학… 이걸 사시라고 소심하게 추천하려다 말았어요…ㅋㅋㅋ

다락방 2023-06-23 07:56   좋아요 1 | URL
저는 도서관에 가서 진주의 결말 만 읽고 올까,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음, 김연수를 안 좋아하는 이유, 라고 하면 뭐랄까, 저한테는 좀 감상적이랄까요? 문장들이 좀,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꿈꾸는 사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나 확연한 ‘문학하는 남자의 글‘ 의 느낌이랄까요. 뭐 그정도의 감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

독서괭 2023-06-24 18:45   좋아요 0 | URL
아 그거 뭔지 좀 알것 같아요. 그래도 제 기준에서는 감상적이어서 별로인 선을 아슬아슬 안 넘긴 느낌?^^ 도서관에서 읽어보시고 판단해보시죠!

자목련 2023-06-23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이 소설집 정말 좋죠? 독서괭 님의 리뷰야 말할 것도 없고요!

독서괭 2023-06-24 18:45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도 좋으셨군요~ 반갑습니다^^

미미 2023-06-24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주의 결말>올려주신 발췌문 몇 번을 다시 읽게 되네요.^^
그리고 ‘앞 뒤가 척척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이 ‘삶‘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타인을 향한 혐오나 비난의 근거로 사용하곤 하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각자의 달을 향해 서 있다‘는 말은 조금 슬프기도 하고 여운이 남아요.

독서괭 2023-06-24 18: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타인을 쉽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동정하거나 혐오하거나 비난하거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췌문 중 아빠가 한 말도 저는 참 마음에 남더라고요. 너는 나쁜 생각에 줄을 그어 없앨 수 있는 사람이야.

단발머리 2023-07-01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친구들이 이 책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서.... 예전에 사 둔 <일곱 해의 마지막>이 아직 새 책인 사람으로서 이 책 사야되나 말아야되나 싶었는데, 독서괭님 리뷰 읽고 보니.... 아, 그래, 사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특히 진주의 결말이 궁금하구요.

작가의 일은 쓰고 또 그걸 책으로 내는 일일 테지만 독서괭님 같은 눈밝으신 독자가 계셔서 읽고 써주시니 다시 그 책을 찾아보게 되네요.
김연수가 독서괭님에게 감사해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03 13:16   좋아요 0 | URL
오 단발님 친구분들이 많이 읽으셨군요. <일곱 해의 마지막> ㅋㅋㅋㅋ 공감! 저도 이책 빨리 읽어야 해요!
다른 분들 말씀 보니 취향 좀 타는 것 같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얘기만 하고 안 빌려주시나요? ㅋㅋ
김연수 작가님! 보고 계신가요? 저에게 감사를..쿨럭.. 단발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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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도,재산도,능력도,젊음도,단한명의 가족조차 없는 고독한 영혼에게 어떻게 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탐구하는 소설. 망상과 술, 종교에 의지하던 주디스헌은 그 삼위일체에 차례차례 배반당하는데.. 넉다운 당한 그녀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데다 여운도 상당하여 5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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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17 0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리뷰 볼때마다 너무 애잔한데요..... 읽고싶지만.... 읽고싶지 않아.... 아니 읽고싶어....ㅜㅜ

독서괭 2023-06-17 18:10   좋아요 2 | URL
ㅎㅎㅎ 은오님 진짜 애잔한데요. 읽으면 한숨도 많이 나오고요. 그래도 재미있고 생각도 많아집니다~^^

잠자냥 2023-06-18 00:05   좋아요 2 | URL
술도 땡긴다….

은오 2023-06-18 07:07   좋아요 2 | URL
괭님// 괭님까지 오별이니 저도 뒤따르겠습니다....!
잠자냥님// 잠자냥님은 이거 안읽으셔도 항상....(말잇못)

독서괭 2023-06-19 12:59   좋아요 2 | URL
응?? 잠자냥님은 이거 안읽으셔도 항상 ...ㅋㅋㅋㅋ 술자냥님인가요!!

새파랑 2023-06-17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별 다섯 이시군요~! 저도 보관함에는 담아놨는데 ㅋ 그런데 리뷰를 많이 봐서 내용을 다 알고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ㅋㅋ

독서괭 2023-06-19 13:0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도 재밌게 읽으실 것 같아요^^ 저도 리뷰를 봤습니다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구름모모 2023-06-17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도서네요~

독서괭 2023-06-19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구름모모님. 일독을 권합니다^^

단발머리 2023-07-01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별........ 5별이라니요.......... (살 책 많은 사람의 한숨과 걱정..... )

독서괭 2023-07-03 13:14   좋아요 0 | URL
ㅎㅎ단발님, 저는 5별 잘 주는 편이라 어떠실지. 그래도 다른 분들도 좋다 하셨으니까요. 사고싶은 책 많아 한숨나오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흑흑 ㅠㅠ
 

2021년 4월경, 중구난방식으로만 책을 읽지 말고, 관심 가는 주제 하나를 정해서 꾸준히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주제독서. 첫 주제가 젠더퀴어였고 원래 계획은 두달 정도씩 주제를 바꾸는 거였다.

그러나 읽다보니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한달에 읽을 수 있는 책이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또 딱 이 주제 책만 읽는 건 아니니, 결국 기간은 계속 연장되었다. 

2022. 1.경 <퀴어이론 산책하기>를 완독한 후, 사둔 젠더퀴어 관련 책들 중 <퀴어, 젠더, 트랜스>, <조선의 퀴어> 두 권을 완독하지 못한 상태로 일단락 짓고 다른 길로 빠져버렸다.

사 읽은 관련 책들을 처분하기 위해 책탑을 미리 사진 찍어두면서, 빨리 나머지 두권을 마저 읽고 마무리 페이퍼를 써야지 했던 것도 어언 1년이 넘은 지금.. 드디어 마무리를 했다! 

우선 책탑 사진부터. 




후후후, 다른 분들 책탑 사진 보며 부러워하기만 하던 나날.. 

드디어 나도 책탑 사진을 올려본다. 물론 한번에 산 책들은 아니다. 

맨 위의 책부터 간략히 소개하고, 마지막에 몇 권을 추천드릴 예정.


1. <내 이름은 샤이앤>, <내 이름은 말랑> (에세이/만화)

 아주 가볍고 친근하게 트랜스젠더에 대해 알려주는, 트랜스젠더가 직접 만든 만화다. 

 예전에 남긴 백자평을 보니 샤이앤을 먼저 읽고 말랑을 읽는 편이 낫다고 써 놨다. 

 트랜스젠더가 뭔지 궁금하고, 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입문용으로 좋다. 















2. < 같이 산 지 십 년> (에세이)


 타이완의 동성커플 이야기다. 이들은 결혼한지 10년만에 법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인 저자가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이며, 타이완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된 결말에 기뻐하게 된다. 별로 재미있지는 않다..^^;















3. <올랜도> (소설)


 ㄷㄹㅂ님에게 완독의 기쁨을 좀체 안겨주지 않고 있는 문제의 그 작품.. 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작품 중에서도 재미없는 편에 속하는 듯하다^^;; 몇백년에 걸쳐 성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아주 상징적인 작품인데, 모든 걸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문장과 모험적인 시도에 멍하니 집중하면 읽어나갈 수 있다..;;; 















4. <몽마르트르 유서> (소설)


 힘들게 읽었다. 화자가 같은 여성인 연인과 헤어진 후 그녀를 향해 쓰는 편지 형식인데, 군데군데 아름다운 문장들이 눈에 띄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아련함이나 감동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성이 메말라서일지도... 















5. <딸에 대하여> (소설)


 이 소설은 레즈비언인 딸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엄마의 시선에서 쓰였다.  

 "내 딸은 하필이면 왜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요. 다른 부모들은 평생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그런 문제를 던져 주고 어디 이걸 한번 넘어서 보라는 식으로 날 다그치고 닦달하는 걸까요. 왜 저를 낳아 준 나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 걸까요. 내 딸은 왜 이토록 가혹한 걸까요. 내 배로 낳은 자식을 나는 왜 부끄러워하는 걸까요. 나는 그 애의 엄마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그 애는 왜 나로 하여금 그 애들 부정하게 하고 나조차 부정하게 하고 내가 살아온 시간 모두를 부정하게 만드는 걸까요."   -84쪽

 이런 시선은 다큐영화 <너에게 가는 길>과 일맥상통한다. 두 작품 모두 좋았다.  

 이 소설은 내게 첫 이달의 리뷰 당선의 기쁨을 안겨주기도..ㅋㅋ 















6. <고독의 우물>1,2 (소설)


 FTM(Female To Male)을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이다. 작가 래드클리프 홀 그 자신이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1928년 출간작으로, 위의 <올랜도>와 같은 해에 나왔다. 당시 여성인 스티븐이 '감히' 남성 흉내를 내는 것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응징당하는지 잘 보여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7. <젠더 모자이크> (사회학/여성학)


 이건 나의 주제독서와는 결이 좀 다른 책이었고, 글이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8. <LGBT+ 첫걸음> (사회과학)


 음? 내가 살 땐 이 표지가 아니었는데.. 

 젠더스펙트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책. 처음엔 흥미롭게 읽다가 뒤에 가서는 너무 다양한 젠더가 등장하는 바람에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긴 했는데.. 이렇게 다양할 수 있어?? 하면서, 내 안의 젠더이분법적 사고를 흔들어 볼 수 있는 책이다.
















9. <조선의 퀴어> (역사/사회과학)


 주제독서의 대미를 장식한 책! 

 근대 조선의 성규범, 젠더규범을 꼼꼼하게 분석한 책으로, 아주 흥미롭다. 
















10. <퀴어, 젠더, 트랜스> (사회과학)


 생각보다 가볍고 쉬운 책이었는데, 의외로 잘 읽히지는 않았다. 16년전 출간된 책이어서 버틀러의 이론 해석 등에 오류가 있음을 해제에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이론을 간단간단히 쉽게 설명해주는 건 좋지만, 이론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에서 소개할 <퀴어이론 산책하기> 쪽을 추천한다. 이 책은 퀴어 운동에 앞장서온 운동가가 쓴 책이니 그 점에 주목해 본다면, 젠더라는 문제가 다만 규범에서 벗어난 소수의 트랜스젠더만의 문제는 아닌데도 페미니즘 운동도, 동성애 운동도 그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 현실에 문제제기 하는 내용을 곱씹어 볼 만하다.

















11.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사회과학)


 한국의 성소수자 문제를 총망라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젠더퀴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들이 벌이는 운동에 대해,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한꼭지씩 썼기에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좋았다.
















12. <퀴어 이론 산책하기> (사회과학)


 퀴어 이론을 총망라한 개론서! 

 이 두꺼운 책을 다 읽고 "이제 하산해야겠다.." 싶어 주제독서를 접었었다..ㅋㅋ 

 산책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두껍고 본격적이긴 한데, 저자가 글을 잘 썼다. 한국 학자가 썼기 때문에 글이 잘 읽혀서 좋고, 예시가 착착 이해되어 좋고, 악평이 자자한 버틀러 저작들의 번역오류를 꼼꼼하게 지적해주어 좋다(그렇다고 내가 버틀러를 읽겠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 이 저자가 번역해준다면 읽어볼 생각이 있다..). 

















휴, 많이 읽은 것 같은데 12권이고 막상 추천할 만한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론 입문용으로는 <내 이름은 말랑>+ 샤이앤 시리즈, 한권만 읽는다면 말랑이 더 나았던 듯. 그리고 <LGBT+ 첫걸음>을 추천한다.

조금 더 자세히 이론을 알고 싶다면 <퀴어 이론 산책하기>! 벽돌책이지만 감히 추천해본다.

이론보다는 사회운동, 정책 분야를 알고 싶다면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를 추천. 

소설 중에는 <고독의 우물>과 <딸에 대하여>를 추천한다. 고독의 우물은 분량이 많아 조금 부담스럽지만 역사적 의의가 있는 작품이므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그리고 두루두루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추천할 수 있을 책은 <조선의 퀴어>. 한번 읽어보시랑게요! 

*진한 표시는 특히 추천하는 책들*


책탑 사진을 그냥 버리기 싫어서 늦게나마 쓴 주제독서 정리 페이퍼. 여기서 끝~ 다음 주제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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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0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니 내이름은말랑 시리즈는 “이론” 입문서로 보긴 어려울 듯.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알고 이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페넬로페 2023-06-08 0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제독서 넘 유익하고
그런 독서를 하시는 독서괭님, 엄청 멋져요.
저는 ‘올랜도‘와 ‘딸에 대하여‘ 읽었는데 공감되네요^^
다음 주제, 궁금합니다^^

독서괭 2023-06-08 14:05   좋아요 1 | URL
엄청 멋지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제는 고민중입니다. 원래 주제독서를 다시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응원해주시는 거 보니 해야겠다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3-06-07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 몇 권 있어 반가운 페이퍼! 말랑, 딸, 첫걸음, 조선, 무지개~!
진짜 <LGBT 첫걸음> 번쩍거리는 은색인데, 표지 바뀌었네요~ 이렇게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줄은^^
샤이엔도 읽어봐야겠고요. 퀴어 이론 산책하기도 언젠간…


독서괭 2023-06-08 14:07   좋아요 0 | URL
햇살님 많이 겹치네요! 말랑,첫걸음,무지개도 읽으신 걸 보면 햇살님도 이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저도 LGBT+ 번쩍이는 은색 표지 ㅋㅋㅋ
퀴어이론 산책하기는 모범우수생 햇살님이라면 충분히 금새 읽으실 겁니다^^

얄라알라 2023-06-08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1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리신 탑을
한층 한층 분석해주시기까지 하다니^^ 성은이 망극...ㅋ감사드리옵니다.

3번 ㄷㄹ ㅂ님을 언급하신 <올랜도> 파트에서 독서괭님의 문체를 다시금 확인하며
끌리기로는 9번이 가장 끌리네요^^

앞으로도 독서괭님의 주제독서, 응원하고 다음 페이퍼도 기다리겠습니다!

독서괭 2023-06-08 14:08   좋아요 1 | URL
얄라님 과찬에 저야말로 성은이 망극합니다 ㅋㅋㅋ
<올랜도> 읽고 나서 울프 다음 책 읽겠다고 <등대로> 사놓고 계속 못 읽고 있네요;;
9번 <조선의 퀴어>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있으실 겁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다음 주제 고민해야겠어요^^

그레이스 2023-06-08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 감탄! 입니다 👍
어떤 분이 드릴식 독서라고 하던데, 독서괭님이야말로!

독서괭 2023-06-08 14:09   좋아요 1 | URL
드릴식 독서라면, 한군데 파고 들어가는 독서인가요? 재밌는 용어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얄라알라 2023-06-13 12:57   좋아요 2 | URL
드릴!! ^^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추진력이 느껴지는 표현인데요!

자목련 2023-06-08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올랜도>와 <딸에 대하여>도 있네요. 김혜진의 소설은 특히 좋았는데 더 반갑고요.
<고독의 우물>은 책장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찾아봐야겠습니다.
주제가 있는 독서, 멋지네요.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독서괭 2023-06-08 14:10   좋아요 0 | URL
역시 자목련님, <딸에 대하여> 읽으셨군요. 읽고 여러 생각이 드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고독의 우물> 가지고 계시다면 시작해보시면 좋겠네요!
기대해주신다니 새 주제로 또 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책먼지 2023-06-08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 큐레이션, 맞춤형 추천까지 그저 완벽ㅠㅠ 이 페이퍼 두고두고 참고하기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괭님 다음 주제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독서괭 2023-06-08 14:10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과찬과 기대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 주제 뭘로 할지 고민하는 것도 재밌네요~~^^

새파랑 2023-06-09 0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퀴어분야의 대가 독서괭님~!!
예전에도 그랬지만 <퀴어 이론 산책하기> 표지는 왜 저런건지(개?) 의아합니다 ㅋ

저 <고독의 우물> 사놓고 못읽었네요 ㅜㅜ

독서괭 2023-06-13 14:1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새파랑님, <퀴어 이론 산책하기>의 저자가 개 산책 시키는 이야기를 중간중간 유머러스하게 넣었는데요, 제목이 ‘산책하기‘이다 보니 표지도 개로 하지 않았나.. 어려운 이론을 친근하게 느껴지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독의 우물>이 좀 길지만, 한번 시작해보시죠^^

은오 2023-06-13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건 그냥 책탑이랑 비교할 게 아닌데요? 크.... 별로 재미있지는 않다, 힘들게 읽었다, 별로였다 나오는데 결국 다 완독하신 거 짱이고요. ㅋㅋㅋㅋㅋ 주제독서 정말 하고 나면 얻는 게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근데 힘들 것 같아요 ㅜㅜ 괭님의 고생과 멋짐에 박수를....

독서괭 2023-06-13 14:18   좋아요 0 | URL
네 완독하는 거 힘들었는데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오님 ㅎㅎㅎ 새롭게 관심이 생긴 분야를 한권 한권 탐독해가는 거,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둔 책 읽기 바빠서.. 사둔 책을 분야별로 모아서 읽어나갈까도 생각중입니다ㅠ
 
조선의 퀴어 - 근대의 틈새에 숨은 변태들의 초상
박차민정 지음 / 현실문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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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조선의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 그시대 요구되던 젠더규범과 그 규범을 일탈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밝혀낸 책. 젠더규범이 사회 지배층의 필요에 의해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젠더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페미니즘,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읽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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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07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자냥도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07 18:30   좋아요 0 | URL
누구나 자냥님 ㅋㅋㅋㅋ 자냥님이야말로 이쪽분야 많이 읽으신 분 아닌가요!

거리의화가 2023-06-07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ㅎㅎ 도서관에 있으니 읽기 시도해봐야겠습니다

독서괭 2023-06-07 18:31   좋아요 1 | URL
화가님 재밌게 읽으실 거라 확신합니다^^

새파랑 2023-06-07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퀴어문학의 전문가 독서괭님~!!

독서괭 2023-06-07 18:31   좋아요 1 | URL
전문가 아니예요~ㅋㅋㅋ 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