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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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만을 기대하고 책을 펴들었는데, 읽어가며 점점 가슴이 아파졌다.

 

아이 아홉 명을 차례로 납치, 학대 살해한 엄마와 함께 살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던 열다섯 살의 애니. 경찰에 엄마의 범죄사실을 신고한 후 이름을 밀리로 바꾸고 심리학자인 마이크 아저씨의 집에서 마이크의 부인인 사스키아 아줌마, 그리고 동갑내기인 딸 피비와 함께 살게 된다. 밀리는 가정사를 숨긴 채 학교에 다니면서 마이크와 상담치료를 받고, 엄마의 재판에 증인으로 설 준비를 시작한다.

 

이것은 마음 속의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이야기다. 인디언의 전설이라는데, 내 마음속에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살며, 언제나 이기는 건 내가 먹이를 주는 쪽이라는 이야기.

아주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도 늑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이현(서인군)의 강의를 듣고 난 한 학생이 이현에게 묻는다. 싸이코패스는 유전되나요? 그 학생은 자신도 아버지처럼 살인마가 될까봐 두려워하며 살아가는데, 이현 역시 자신이 싸이코패스가 아닌지 의심하며 살아왔기에 그 마음을 안다. 이런저런 사건 후 입원한 학생에게 이현이 선물해준 책이 바로 그 책이다. 늑대이야기(드라마에 나온 동화책을 찾아봤는데 검색이 안 된다ㅠㅠ).

 

이것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유전은 늘 생각보다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100퍼센트는 아니다. 80퍼센트가 아니라 99퍼센트라 할지라도, 1퍼센트의 희망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이것은 1퍼센트의 희망을 붙잡고 싶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자식에게, 지지 말라고, 넌 이겨낼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는 격려의 메시지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끌려들게 된다. 밝은색 청개구리에게 거미가 달려들 듯, 머리 부분의 아름다운 푸른색이 먹잇감을 끌어들이듯. 거미줄은 끈끈하고 굵직하다. 알아차린 뒤에는 너무 늦다. ‘뭘 알아차려요, 엄마?’ 엄마는 미소 지으며 내 허벅지를 세게 꼬집고는 이렇게 말했다.

도망칠 곳은 없어.’

엄마의 목소리. 엄마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매혹적이고도 두렵다. 나는 도망치지 못하는 눈먼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난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101)

 

사이코패스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확률을 생각해보았다. 80퍼센트가 유전이고 2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니 나는,

100퍼센트다.

 (104)

 

법정에 나가서 엄마를 마주하는 일은 엄마가 죽인 아이들을 돕는 내 방식이다. 책임을 지는 나만의 방식이다. 아저씨는 생존자의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실제보다 더 비난받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알려주었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너는 아이들이 죽은 게 네 탓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 그렇지?”

잘 모르겠어요.”

난 이어서 대답했다.

가끔은 그래요.”

(중략)

어린 시절의 네게 위로가 될 만한 말을 건넨다면 뭐라고 하겠니?”

모르겠어요.”

생각해봐. 어떤 말을 듣고 싶어?”

난 엄마와 다르다는 말이요.

언젠가는 끝날 날이 온다고요.” 

 (189)

 

그러나 15년을 함께 살며 세뇌와 학대를 당해 온 밀리가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게 쉽겠는가? 애정에 굶주린 아이는 아주 작은 애정표현을 얻기 위해서라면 인생을 걸기도 한다. 학대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엄마를 신고했고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 엄마를 그리워하고, 또 그러면서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질책하는 밀리의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밀리는 늘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밀리가 누구의 딸인지 아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늘 조심해야 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겨야 한다. 그건 십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외롭고 버거운 시련이다. 어쩌면 학대받으며 살아온 세월에 비견될 만큼이나. 밀리의 시선에서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어느 한순간 밀리가 무너져 버릴까봐 조마조마해진다. 밀리는 위태위태하게 새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런던이라는 큰 도시에서 넌 그냥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구에게도 네가 누군지, 네 엄마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말해선 안 된다는 거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겠니?”

난 알겠다고 말했고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몰랐다.

(197)

 

난 부끄럽고 바보가 된 듯하면서도 엄마에 대한 욕망을 극복한 것 같았다. 드물게 기분이 좋을 때 엄마는 내 머리를 곱게 빗어주며 내가 얼마나 예쁜지 말해주었다. 그러면 나도 내가 예쁘다고 느꼈다. 엄마가 좋은 것을 해줄 때면 항상 내가 더 예뻐진 것 같았다.

어디서 혼란이 생겼는지 알겠구나. 켐프 선생님을 몇 번 만나봤는데 정이 많고 아주 친절하셨어. 하지만 선을 긋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도 중요해. 아저씨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중략)

전 그냥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선생님한테 엄마가 되어달라고 한 게 아니에요.

선물한 것은 아주 사려 깊고 착한 행동이지만 그냥 고맙다고 말만 전하는 게 나았을 거야.”

난 혀를 깨물어 날카로운 아픔을 척추 아래로 보내 몸속에 연결된 신경으로 전달했다.

밀리, 아무도 널 책망하지 않아. 네가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당연하거든.”

그렇게 또 내가 남과는 다르다는 점이 부각되고 말았다.

네가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니.

  (240-241)

 

밀리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들로 인해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상냥한 마이크 아저씨에게 의지하지만, 마음을 솔직히 내보이지 못한다. 재판이 끝나고 나면 떠나야 할까봐 불안에 시달린다. 고작 열다섯 살의 아이에게서 나는 지쳤다. 너무 지쳤다.” (357)라는 말이 나오게 한 엄마, 그들을 내버려두고 떠나버린 아빠, 엄마로부터 먼저 도망쳐버린 오빠에게 분개하게 된다.

 

난 한동안 바닥에 앉아 별 하나만 덩그라니 떠 있는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쳐다보니 별은 사라지고 없었다.

별은 내가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

  (246)

       

나는 아저씨가 날 고칠 수 없다고, 이런 내가 싫고 내 속에 나쁜 내가 있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360)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는 가해자로서의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마이크 아저씨는 중요한 인물이고 상냥하지만, 무능하다. 그는 심리학자이지만 아내와 딸의 마음도, 밀리의 마음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한다. 이것은 자신들 사이의 문제를 어른들에게 숨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지만, 또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밀리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그녀는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애쓰고, 강간과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모건과 클로딘을 구원한다.

 

밀리는 자기 자신도 구원할 수 있을까? 엄마에게 지배당하던 자신의 마음을 되찾을까? 착한 늑대를 살찌울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해 답을 하기에는 밀리는 아직 너무 어리다. 앞으로 밀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하고 응원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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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리커버 특별판, 양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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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재미없어.

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아 재미없구나...  어렵나? 심심한가? 그래도 두껍지 않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던 차, 리커버 특별판이 나와 일단 구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눈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 처녀는 창문 가득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듯,

 「역장님, 역장님 -」

 (7쪽)

 

 이 첫 부분만으로도 눈 냄새가 맡아지는 듯 하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맞닥뜨린 여행지는 눈에 묻혀 빛나고, 동행한 환자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정체 모를 아름다운 처녀(요코)의 등장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왜 재미가 없다는 걸까? 결론을 말하자면, 재미없다.

 

 시마무라는 무위도식하는 한량(가끔 글을 쓰기는 한다)으로, 이리저리 산행을 다니다가 바로 이 '눈의 고장'에 도착하여 온천장에 간다. 그는 게이샤를 부르지만, 마침 행사가 있어 게이샤들이 죄다 불려간 탓에, 게이샤는 아니지만 큰 연회에 더러 불려 나간다는 아가씨, 고마코가 불려 오게 된다.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시마무라는 다음 날 떠나고, 일년 후 고마코를 만나기 위해 다시 이 고장으로 가는데, 그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소설의 어조는 시종일관 점잖고 고상하며,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는 듯하다. 어찌나 점잖은 척 하는지, 온천장에서 게이샤를 부르는 시마무라의 의도가 춤과 노래를 감상하기 위한 예술적 충동 때문인 줄로 착각할 뻔. 시마무라는 너무나 깨끗해 보이고 초보자(?)인 고마코에게 성매매를 요구하기가 꺼려지자, 당신과는 친구로 남고 싶다면서 다른 게이샤를 소개해 달라고 한다.

 

 「어린 사람이 좋아. 어린 편이 무슨 일이건 실수가 적겠지.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약간 멍청해도 때묻지 않은 쪽이 좋아. 얘기하고 싶을 땐 당신하고 하겠어」

 (25쪽)

 

 순수한 어린 여자애 불러달라는 거 아니야. 아니 고마코가 깨끗해 보이고 초보자여서 좀 그렇다며ㅋㅋ

 고마코랑 밀당을 해본거라 치고 넘어간다. 그런데,

 

 더욱이 그는 여름 피서지를 어디로 할까 망설이고 있던 터라, 이 온천 마을로 가족을 데리고 올까도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여자는 다행히 초보라, 아내에게도 좋은 말동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심심풀이로 춤도 배울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27쪽)

 

 시마무라는 유부남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 근데 또 문제는, 고마코가 주저하다가 결국 게이샤를 불러줬는데, 이 게이샤가 안 예쁜 거다. 고마코보다 어리면서 예쁜 애가 올 줄 알았던 거지 ㅋㅋㅋ 순간 확 욕망이 사그라들고. 그러고는 고마코를 다시 보니 넘나 예쁜 거라 ㅋㅋㅋ 아 사실 나는 처음부터 이 여자를 원했던 것이다, 이렇게 깨달은 시마무라.

 그날 밤 술에 취한 고마코가 시마무라가 묵고 있는 방에 찾아오고, 횡설수설 하다 둘이 잔다. 새벽에 고마코가 나가고, 그날 바로 시마무라는 도쿄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소설의 첫 부분처럼, 일 년 만에 고마코를 만나러 다시 돌아가 얼마간 머무르다 도쿄로 떠나고, 세 번째로 다시 한번 고마코를 만나러 돌아가 실컷 놀고 먹는다. 끝.

 

 불륜이야 흔하디 흔한 소재이지만, 이렇게 아내와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눈꼽만치도 안 느껴지는 화자는 첨 봐서 신선했다. 한편으로 고마코와의 미래도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헤어질 걸 전제하고 만난다. 고마코에게서는 체념의 정서가 느껴진다. 게이샤인 자기 처지에 아내가 있는 여행자와의 사랑은 그냥 거기에서 끝내야 하는 것이다. 긴 터널은 도쿄에 사는 유부남으로서의 시마무라와 눈의 고장에서 게이샤와 연애하는 여행자로서의 시마무라를 분리해 주는 좋은 기제다. 터널을 빠져나와 펼쳐지는 낯선 고장. 그곳에서의 일은 그곳에서 끝나고, 자신은 도쿄로 돌아가면 그만이므로, 시마무라의 무심한 시선은 그 탓이 아닐까. 그건 관조도 뭣도 아니고, 그냥 비겁한 거 아닌가.

 

 제일 거슬리는 것은 고마코와 요코라는 두 여성상이다.

 '헛수고'인 일에 매달리고 미래가 없는 사랑에 빠져드는 부나방. 비논리적, 비이성적, 감상적, 변덕스러움. 누군가를 돌보고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성정. 아무리 옛날 소설이라지만 너무나 틀에 박힌 여성상인 거 아닌가.

 

 「역장님, 동생을 잘 돌봐주세요. 부탁이예요」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9쪽)

 거울 속 남자의 안색은 이제 그저 처녀의 가슴 언저리를 보고 있어 편안하다는 듯 차분했다. 허약한 체격이 허약하나마 부드러운 조화를 띠고 있었다. 목도리를 베개 삼아 깔고 그걸 코밑까지 끌어당겨 입을 꼭 덮고는 다시 위로 드러난 볼까지 감싸 일종의 볼싸개처럼 되었다. 그것이 더러 헐거워지거나 코를 덮어버리거나 하면, 남자가 눈을 채 깜박이기도 전에 처녀는 나긋한 손길로 고쳐주었다. 지켜보는 시마무라가 초조해질 만큼 몇 번이고 똑같은 동작을 두 사람은 무심히 반복하고 있었다. 또 남자의 발을 덮은 외투 자락이 간혹 벌어져 흘러내릴 때도 처녀는 곧바로 알아차리고 매만져 주었다. 이 모든 게 참으로 자연스러웠다. 이렇듯 거리감을 잊은 채 두 사람은 끝없이 먼 길을 가는 사람들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그 때문에 시마무라를 슬픔을 보고 있다는 괴로움은 없이, 꿈의 요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기한 거울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 속에는 저녁 풍경이 흘렀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푸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 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 처녀의 얼굴 한가운데 야산의 등불이 켜졌을 때, 시마무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12, 13쪽)

 

 요코는 병에 걸린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았고, 고마코는 어릴적 소꿉친구에 불과한 그 남자(위 아들과 동일인물)의 요양비를 벌기 위해 게이샤가 되었다. 그리고 그 희생의 한 단면을 들여다본 시마무라의 감상은 '아름답다'는 거였다. 여자가 치러야 할 희생같은 건 안중에 없다. 그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다. 시마무라의 시선은 기차에서 거울로 바라본 풍경을 향할 때나 살아있는 사람들을 직접 향할 때나 똑같다. 똑같이 멀리 있고, 냉담하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사랑한 적이 없다. 그러니 떠나야 할 시마무라를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고마코를 보면서 요렇게 분석이나 하고 있는 거다.

 

 「힘들어요. 당신은 이제 도쿄로 돌아가세요, 힘들어요」

 하고 고마코는 고다쓰 위에 얼굴을 묻었다.

 힘들다는 건 여행자에게 깊이 빠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럴 때 꾹 참고 견뎌야 하는 안타까움 때문일까? 여자의 마음이 여기까지 깊어졌나 보다 하고 시마무라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81쪽)

 

 묘사가 훌륭하다고 해서 소설이 훌륭한가? 진부한 이야기와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 어떤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이 안 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안녕, 설국. 넌 이제 중고매장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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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8-02-1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잊고 있었는데 다시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18-02-19 22:51   좋아요 1 | URL
설국 좋아하는 분들도 많던데 munsun님은 어느 쪽이실지 궁금하네요^^

munsun09 2018-02-19 22:59   좋아요 0 | URL
예전 읽었을 때 그저 눈쌓인 전경만 떠올렸던 거 같은데
꽤 시간이 흐른 이번엔 어떨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독서괭 2018-02-19 22:57   좋아요 1 | URL
리뷰를 기대하겠습니다~!

syo 2018-02-19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받은 리뷴데 왜 전 웃길까요.

독서괭 2018-02-19 22:55   좋아요 0 | URL
앗 제가 syo님을 웃겨드렸다니 기쁩니다!ㅋㅋ

syo 2018-02-19 23:01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전유성도 아니고 저 웃겼다고 기쁘실 것까지야 ㅋㅋㅋㅋ
독서괭님의 댓글 속에 숨어 있던 재치의 이빨이 글에서도 조금씩 드러나는 거지 ㅎㅎ

저도 설국 별로였어요. 솔직히 엄청 미문이라는 생각도 그다지 안들었어요 전. 저는 팔지는 않았지만요 ㅋㅋㅋ 설국보다 설국 읽고 쓴 독서괭님 리뷰가 더 재밌으니까 설국도 자기 몫을 하긴 했네요 ㅎㅎㅎ

독서괭 2018-02-19 23:13   좋아요 0 | URL
토비님이 주신 웃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서요. 그게 팬심이랍니다 토비님 ㅎㅎㅎ
저도 첫문장이랑 마지막 문장이 강렬하다는 거 빼곤 문장도 대단하단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리커버특별판이라 현재 품절이므로 중고매장행은 보류해야겠습니다 ㅋㅋ

cyrus 2018-02-20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이 재미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줄거리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

독서괭 2018-02-20 10:24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그러셨군요! 줄거리랄 게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kokoro 2018-04-1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에드워드 사이덴스티거)가 없었다면 노벨상 뿐만이 아니라 별로 읽히지 않았을 그런 소설 같습니다. ^^;

독서괭 2018-04-16 13:38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역자의 역량이 중요하겠죠. 역시 상에는 운이 따라야하나 봅니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 재판을 통한 개혁에 도전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권석천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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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더욱 추락한 가운데,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래도 아직 사법부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억울한 국민의 마지막 보루이므로. 추가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나타난 원세훈 재판에 관한 내용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의심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항소심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은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들이 많이 있음을 반증한다.
이 책은 양승태코트 이전의 이용훈코트가 어떻게 개혁을 시도하였는지, 그 개혁의 결과 대법관으로 임명된 독수리오남매가 사법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개혁의 정신이 어떻게 흐지부지 되었는지. 그 전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간 보고서다. 법률용어나 절차에 문외한인 사람은 읽기 힘들 수 있으나, 기본 지식이 있고 사법개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타 하나 없는(내가 발견 못 한 걸 수도 있지만) 꼼꼼한 편집은 덤.
사법부독립을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수언론의 공격과 이명박정부와의 신경전을 버텨내었던 이용훈 전대법원장님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웠다. 김명수코트의 사법개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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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법 - 남녀노소 누구나 땅콩문고
김소영 지음 / 유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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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법] 이런 따스한 길잡이를 보았나

내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한다. 함께 도서관에 가고, 서점에 가고, 책을 고르고, 읽고, 이야기하는 미래를. 하지만 그 미래가 반드시 현실화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아이를 평생독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책을 즐기는 법은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김소영씨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새겨 읽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적은 분량이지만 어른이 아이의 독서를 대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이끌어주는 방법이 충분히 들어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 하나하나와 책 한권한권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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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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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경제를 배울 때 금과옥조처럼 외워 받들었던 말이 있었으니, ˝보이지 않는 손˝이다.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알아서 잘만 굴러가니 늬들은 그저 타고난 욕구에 따라 열심히 경쟁하면 모두 다 함께 잘 살 수 있으리라. 물론 수정자본주의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정치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여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여전히 경제학의 기초에는 시장은 그 자체로 정의로울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믿음의 근저에 있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초상은 환상에 불과하며,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과 의존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마치 ‘우주 속에 혼자 유영하는 것처럼‘ 고립된 개체로 취급함으로써 실제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한다. 또 한 가지, 경제적 인간은 남성을 의미하므로 여성을 모조리 소외시켰고, 전통적으로 여성이 담당해 온 ˝돌보기˝의 역할을 무시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애덤스미스의 저녁은 어머니인 마거릿 더글라스가 차려준 것‘으로, 애덤 스미스가 이룬 학문적 성과는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이는 불가능하였을 것임에도 그의 학문에서는 그 존재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재치있는 제목을 지었다. (원제보다도 번역한 제목이 흥미를 끌기에 좋은 것 같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쉽고 재미있는 문장으로 경제학과 페미니즘을 엮어나간다. 다만 뒤로 갈수록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 하고, 한 단락에 한 문장만 들어간 데가 많아 쓸데없이 양을 늘린 게 아닌가 싶다. 책 말미에 실린 각주에는 본문에 나온 정보의 출처나 약간의 추가 정보가 들어있는데, 특이하게도 본문에는 각주 표시가 없어서 다 읽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았다.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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