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안개 정원 퓨처클래식 5
탄 트완 엥 지음, 공경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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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시장이나 문학사에 큰 이슈는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최고의 화재였죠. 그런데 그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또 다른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이 작품. 말레이시아의 작가인 탄 트완 엥(Tan Twan Eng)의 해질무렵 안개정원(The Garden of Evening Mists)입니다. 2차대전 일본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해 엄청난 고통을 받은 전쟁의 피해자인 우리는 말할 것도 없지만 당시 태평양전역을 점령했던 일본의 또 다른 피해국의 입장에서 당시의 고통과 피해를 알아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기에 나름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동남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그 문학은 더욱 낯설게 느껴져서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의미있는 작품이라 꼭 읽어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여서 읽어나가게 된 작품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구요.

종군위안부나 남경대학살, 점령국과 포로들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전쟁범죄를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저지르고 아직도 깊은 사과와 사죄에 인색한 일본은 전후의 독일과 많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는 일본은 그 일본의 전쟁책임 등 일본인에게 간과 할 수 없는 중요한 역사 문제, 정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일본입장에선 상당한 문제작으로 인식되는 작품이죠. 그럼에도 이 작품이 전쟁만을 담고 있으면 맨부커상 수상작에 오를 수 없었겠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가치와 아름다움은 우선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아주 수려하고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머레이의 산속에 있는 일본이 관리하는 정원이 무대가 되어서, 나무와 꽃, 바람의 시원한 모습들을 비롯해 미묘한 색상과 공기의 음영에 이르기까지 조용하면서도 힘있는 필치로 훌륭하게 써 내려가고 있는 이 작품이 왜 최종후보에 오르게 되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기법은 섬세한 심리묘사에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특히, 전쟁을 당시에 겪고 체험한 이들을 통해 일본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기억하고 있는 중국계 여성 윤 린과 그녀가 조경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망명한 일본인 정원사 아리토모의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마음속 주름에 스며든 깊은 슬픔과 상실감이 절실하게 전해져 오는 작품으로, 늙은 윤 린을 만나 당시 카미카제 특공대 파일럿과 그 상관과의 관계 등 이루 말 알 수 없는 통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어서 슬픔을 배가 시키고 있는 것은 당시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이기에 더 깊이 와 닿은 것 같습니다.

윤 링과 아리토모를 통해서 당시의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의 입장속에서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던 서로에 대한 상처를 치유할 수 없었던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의 시간을 지나서 치유가 되지 않았던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회고형식으로 읽어나가는 당시 말레이시아의 아픔을 들려주는 이 작품은 다소 생소하고 낯설지만 훌륭했던 의미있는 말레이시아를 통해서 느낀 전쟁의 아픔을 들려주는 작품으로 시간이 흘러서 어느정도 치유되지 않았나 그들의 마음이 느껴지고 통하지 않았을지... 다른 입장이었지만 결국엔 같은 피해자였던 윤 링과 아리토모의 마음이 닿았기를 빌게 되는 훌륭한 작품이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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