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전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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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써 내려가려면 우리가 흔히 아는 주요 인물들만으로 역사가 써 내려가진 않습니다.

거기엔 수 많은 조연들, 흔히 이름없는 무명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죠. 거기엔 역사책에 한줄만이라도 적혀있다면 다행이지만 지워진 이들, 무명의 이들, 왜곡된 이들, 반짝 나왔다가 사라진 이들 등 수많은 우리와 다름없는 아웃사이더들이 있기에 역사가 진행이 되고 역사의 시계추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역사에도 흔히 이런 이들이 있습니다. 거물급 주연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역사의 일부분이지만 모르고 왜 역사가 이렇게 진행이 되었으며 그들의 움직임에 그림자가 된 아주 중요한 한 축이 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흔한 일들입니다.

일 예로 인조반정 이후 호란 전에 이괄의 난에 이괄이 수도 한양을 순식간에 점령할 수 있었던 최강의 병력중 하나가 바로 왜란때 투항한 수많은 조선최강의 살수집단인 항왜인들이 있었으며 그중 호란당시에 끝까지 결사항전을 한 조선장수 중 한명이 바로 항왜 출신의 김충선(사야가)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는 흔치 않습니다. 이 항왜인들은 이괄의 난 이후 역사에서 사라지죠.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에 관련된 책이나 소설들을 보면 주요 인물들에 관련된 사실들보다 그 주변이나 몰랐던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쓰여진 작품들을 보면 더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조연이나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우리의 이야기로 와 닿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곽재식 작가의 역적전도 우리 역사의 일부이지만 진짜 알려진 것이 없는 우리의 역사의 일부인 삼국시대 가야에 관련된 역사픽션입니다. 끝을 모르는 노도와 같은 치세로 끝임없이 영토를 확장한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위세를 떨친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침략당한 남부 3국의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역사소설은 우리가 잘 모르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사가노라는 백제 남자와 출랑랑이라는 가락국 여자의 승자의 기록 뒤에 숨겨진 패자들의 이야기이죠. 이야기의 큰 축은 이 두명이지만 이 두명의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오늘날과 별반 다를바 없는 우리의 모습들을 거울삼아서 비춰지는 모습이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허황된 픽션이나 이야기기 아님을 읽으면서 알아갈 수 있어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와있는 이들은 승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서 그 삼국의 치열한 영토분쟁속에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던 멸망한 나라와 일반 백성들의 애환과 고군분투가 잘 그려져 있죠. 특히 고구려의 침략을 피해 도망친 피난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그 당시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함께 변동하는 각 국가간의 관계등을 알아볼 수가 있어서 나름 머릿속에 있는 역사지식에 플러스 알파를 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면 나름의 역사공부와 지식을 얻는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간이나 그게 아니여도 전쟁이 일어나면 일으킨 이들이나 힘이 있는 자들은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고 잘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피해와 파장은 고스란히 힘이 없는 일반 시민, 백성들이 감당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죠. 과연 내가 일으킨 것도 아닌 전쟁에 나와 관련없는 저들에게 내가 핍박을 받고 하루아침에 피난민 신세가 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력한 백성들은 침략자들에게 재산도 목숨도 모두 잃게 되는 옛 과거역사의 모습에서 불과 얼마전까지 6․25를 겪었던 우리의 모습과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끝임없이 전쟁과 분쟁이 일어난 곳의 소식을 들으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왜 겪어야할 고통인지를 다시한번 느껴본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미사어구와 그럴듯한 언변으로 도배를 하여도 변치않는 사실은 전쟁과 폭력은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 피해와 고통만을 안겨준다는 것은 사실이죠.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정말 살기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바둥댈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과연 누가 역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을 그곳으로 몰아갔던 것인지, 그저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이들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고증을 토대로 화려한 칼부림과 만담형식의 위트와 유머속에서 진지함이 돋보였던 이 작품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와 조사속에서 태어난 작품인지를 알 수 있었으며 승자가 아닌 패자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진지한 그런 특수한 상황속에서 일어날 법한 우리의 모습과 이야기 같아서 정말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작가의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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