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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의 버튼
홍단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2월
평점 :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봤던 고즈넉이엔티 도서 중 가장 취향인 듯.
개량한복, 긴머리, 헤드셋, 손등의 연꽃 타투를 지닌 아라한.
미움을 품은 사람 앞에 볼레로가 백뮤직처럼 흐르는 연꽃장식이 붙은 황금색 버튼을 내밀며 말한다.
누군가에게 3천만원 어치의 불행을 가져다 준다고.
버튼의 이름은 카르마이지만 버튼을 누르는 자에게 그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왜 볼레로인지
왜 하필 3천만원인지는
아라한의 사연에 담겨있다.
아라한이 버튼을 내미는 자들은 누군가를 미워하는만큼 자신의 업을 쌓아왔다.
버튼을 누룬 순간 미워하던 사람에게 불행이 찾아오고
자신의 업도 자신을 덮쳐온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불행과 미움을 건네고 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익숙해질 무렵
지민이 버튼을 누루길 거부한 순간
아라한의 짜릿한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사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결국 버튼 누루길 거부하는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왜 그렇게 동요하는 마음이 되었을까?
불행과 고통의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으면 결국 끝없는 지옥이라는 이야기일까?
끝까지 보고나서도 정확하게 정리하지는 못하겠다.
용서할 수 없는데, 그 미움이 나를 놔주지 않는데
그것을 놓는 것조차 내 몫이라는 것이
너무 지독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생을 사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미움의 배턴을 상대에게 넘기지 않으려 했던 지민처럼
내 몫의 배턴을 되찾아오는 것이 내 삶을 사는 방법인 걸까?
미움이, 불행이 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모르겠다.
오히려 아라한은 죽은 자라 더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지민이 더 놀랍다.
산 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사실 자신을 미워하고 벌 주는 삶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튼 이런 저런 생각 속을 헤매이게 하는 책이였다.
디테일들에게서 위로받는 이야기였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