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책을 읽다 - 미술책 만드는 사람이 읽고 권하는 책 56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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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의 소개글들을 먼저 읽고 나니 신뢰할 수 있는 저자의 진심어린 추천사라는 생각이 들어,
컨셉만 대충 보고 지나쳤던 많은 미술 대중교양서들을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미술을 다룬 책이 아니라 ‘미술책‘을 권하는 책이니 도판이 많지 않은 건 흠이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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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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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극히 건강한 정상인으로서 자신의 건강과 쾌락을 기뻐했다. 츠빙글리는 처음 목사로 일하면서 곧바로 사생아를 낳았고, 루터는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마누라가 싫다고 하면 하녀가 있지.‘˝ 응? 이게 칭찬할 일인가? 칼뱅과 카스텔리오의 외모비교 부분도 츠바이크 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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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러시아 고전산책 5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김영란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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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만의 행복에 대해 상상한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자신의 행복 같은 건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해서 뭐하려고요? 그것은 건강과 같아서 자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바로 그것이 있다는 증거예요.˝ p.127 파우스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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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

FOR THE LOVE OF GOD 제발, 2007

 

 

보안 검사를 잽싸게 마치고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어두운 방으로 들어선다. 검은 벨벳과 사치스러운 카펫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둘 내지 셋으로 짝을 이루고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이곳은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FOR THE LOVE OF GOD 제발"이 처음 소개되는 자리이다. 좌대 위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해골이 놓여 있다. 햄릿이 오필리아의 무덤에서 발견한 요릭의 해골 같다. 2007년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조명 속에서 더욱 극적으로 빛난다. 해골을 마주한 채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어떤 깨달음이 찾아오길 기다려 본다. 혹은 다이아몬드 8,601개에서 비롯되는 흥분이나 감동이 찾아오길 기다려 본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해골의 공허함이 자아내는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메시지는, 그것을 둘러싼 터무니없이 값비싼 다이아몬드 갑옷 때문에 다소 희미해진다. 휑하니 뚫린 눈구멍 속에서도 존재론적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다만 요릭의 이마에 박힌 핑크색 눈물 모양 다이아몬드에 감탄을 하고, 다이아몬드 장식이 되어 있지 않은 치아와 미소에 시선을 빼앗길 뿐이다. 허스트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집착하면서, 엄숙함과 부박함을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본래 누더기 망토를 두르는 죽음의 신에게 몹시 화려한 옷을 입히는 식으로 말이다. 이와 같은 모순적 결합은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1991)"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그는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서 거대한 상어의 시체를 넣어 마치 영원히 헤엄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해골 작품은 단순히 흥미로운 시각적 농담에 그치지 않고, 미술 시장의 모든 악덕을 상징하는 문제적 형상으로 기능한다. 어쩌면 작가는 미술계뿐만 아니라 은행가의 부패나 연예계의 몰취향 같은 일반 시장의 악덕까지도 한꺼번에 문제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허스트의 해골은 이 사치스러운 시대에 생산되는 미술작품의 전형인 동시에, 금전적 가치가 높은 오브제를 생산하도록 미술 시장을 충동질하는 갑부 컬렉터들의 탐욕을 보여 준다. 허스트는 미술계를 위험도 높은 노름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 것이다.

 

오늘날 미술작품은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된다.금전적 가치가 미학적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것이다. 미술가는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처럼 잠재적 수익성을 평가받는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가정 형편이 변변치 못했던 빈센트 반 고흐나 수수한 풍경을 소재로 삼은 폴 세잔은 역사상 가장 부유한 화가에 속한다. 이들만큼 높은 경매 기록을 세운 작가가 없기 때문이다. 허스트의 해골은 대략 5천만 파운드에 낙찰되었는데, 이 정도 기록이면 허스트 역시 고흐나 세잔과 마찬가지로 '미술기업가'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이 그토록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강력한 설득력과 매력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비싼 가격 때문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차피 죽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치품들을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마야 시대의 유물이라고 믿었으나 결국 19세기 위조품으로 밝혀진 대영박물관의 수정 해골

과 마찬가지로, 허스트의 빛나는 해골 역시 왠지 상상의 가공물이나 모조품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미술작품인 동시에 미친 장신구 제작자의 발명품 같기도 하며, 과잉의 상징인 동시에 허영의 구현물 같기도 하다. 갖가지  소문과 불화, 그리고 논쟁은 오히려 이 작품에 신비감을 더해 준다 (러시아 작가들은 이것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모의 재판까지 열었다고 한다). 해골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정신 나간 시장 체계와 부유한 폭군들이 지배하는 이 얄팍한 세상,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는 수밖에.  122 -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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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ime / 시간

A ssociation / 관계

B ackground / 배경

U nderstand / 이해

L ook again / 다시 보기

A ssessment / 판단

 

 

오늘날 우리는 모더니즘을 이어받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자취 속에서 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일종의 비-운동으로서, 이전 시대가 표방했던 뚜렷한 양식 구분을 거부하고, 그것을 점차적으로 해체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8

 

 

현대미술은 공격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미술작품에 아주 단순한 태도로 대응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 책은 근래에 제작된 각양각색의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 공식'을 소개한다. 이 공식을 활용하면, 소외감과 복잡한 심정을 일으키는 작품에 간단하고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미술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게 된 것은, 1972년에 출간된 'Ways of seeing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저자 존 버거 덕분이다. 버거는 작품을 감상하려면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거장의 명작을 대상으로 미술의 탈신비화 작업을 시도하고, 작품을 미술사적 의의로부터 분리하고자 했다. 작품에 부여된 가치를 넘어 단순한 바라보기 행위로만 이루어지는 감상법을 제시한 것이다. 8~9

 

현대미술을 경험할 때는 고정된 견해가 없는 백지상태, 즉 Tabula Rasa타뷸라 라사(빈 서판)접근법이 필요하다. 9

 

 

A는 관계를 의미한다. "도대체 이 작품이 나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 어쨌든 작품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피상적이나마 그 작품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작가의 숨은 의도보다는 그런 관계 맺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일단 흥미를 갖고 작품과 관계를 맺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작품의 의미와 배경을 탐구할 수 있다. 15

 

현대미술의 가치를 전혀 믿지 않고 오직 적개심만 갖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도발적이거나 낯선 작품을 접하면 아무런 고민도 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태만과 고집만으로 버틸 뿐이다.

 

현대미술이 지적 우월함을 내세우는 복잡한 문화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게으른 선입견이다. 또한 현대미술이 특정한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멤버십 클럽이라는 고정관념 역시 꼭 바로잡고 싶다. 21

 

 

 

오늘날 미술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본능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그런 미술의 오브제는 대체로 불확실하고 일시적이다. 결국 남는 것은 미술에 대한 기억, 미술의 잔재, 혹은 사진과 비디오뿐인지도 모른다. 74

 

현대미술은 점차 하이브리드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감상자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봐야 한다. 갤러리에서든 극장에서든, 혹은 길거리에서든 간에, 미술이 전달해 주는 의미와 그 매체를 접할 때는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미술은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한다. 84-85

 

우리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미술작품을 힐끗 보기만 한다. 관심이 있는 척만 할 뿐, 제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과 미술의 대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88

 

기억할 만하고 의미 있는 미술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메시지에 얽매이지 않으며, 다양한 답을 제시해 준다. 94

 

현대미술은 대체로 모호해서 감상자를 당혹케 한다. 작가는 마음대로 애매한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감상자는 그것을 두고 판사, 배심원, 집행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호한 작품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태도를 통해 우리는 작품의 요점과 주제, 그리고 철학을 보다 미묘한 차원까지 이해하게 된다. 97

 

 

우리가 블록버스터 작품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거기서 미학적 끌림뿐 아니라 물리적 끌림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것은 시각적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현상이다. 4장 사건과 현대미술과 달리, 스펙터클한 작품에는 사람도 등장하지 않고 퍼포먼스 요소도 없다. 대신에 우리는 보다 압도적인 오브제들과의 육체적 상호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미술작품은 이미지나 개념이 아니라 경험으로서 기억에 남는다. 자세히 바라볼 사이도 없이, 그저 놀랄 뿐이다. 127

 

 

리처드 세라는 지난 반세기를 대표하는 기념비 조각가이지만, 단순히 '클수록 좋다'는 강령만으로는 그의 작가적 명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 뜻밖에도 그는 기념비성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세라는 선, 형태, 공백을 비롯해, 구조물 제작의 다양한 기술적 측면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부실 공사로 인해 바닥과 돔이 고르지 못한 어느 로마 교회에 들어가 보고서는 그 흥미로운 불균형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세라는 자신의 작품들이 "공간을 통과하는 육체의 지속적 움직임,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런던에서 전시된 그의 구조물은 10-20미터 길이의 강철로 제작되어 거대하고 무겁지만,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흐르는 물 사이를 지나다니는 느낌이 든다. 가공된 벽 표면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안으로 굽어 들거나 밖으로 휘기도 하며, 마치 절벽처럼 가파르게 솟아오르기도 한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폐소 공포증이 엄습해 올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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